불규칙한 3교대제 탓에 뇌경색…법원 "회사가 손해배상 책임"
불규칙한 3교대제 근무탓에 뇌경색이 발생했다면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3교대제는 업무 강도와 무관하게 스트레스 원인"이라고도 판단했다. 울산지방법원 단독 진현지 판사는 지난달 11일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 A가 자신이 일하던 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A는 1978년 B회사에 입사해 울산의 제련소에서 기계설비 보수 작업을 맡아 주 5일, 1주 3교대 근무를 해왔다. A는 2013년 8월 4일 연장근무를 하고 집으로 향하던 중 갑자기 심한 기침과 안면마비 증상이 발생했다. A는 다음날 뇌경색 진단을 받고 근로복지공단에서 요양승인을 받았음에도 병이 호전되지 않자 재요양까지 승인 받아 계속 요양 중이다. A는 결국 B회사를 상대로 "근로자의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할 보호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냈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A는 발병 3일 전에는 31시간 연속 연장근로를 했으며 발병 전 일주일 동안 업무량과 업무시간이 30% 증가했다. 특히 발병 전날에도 8시간 연장근무를 했고 당일에도 2시간 연장근로를 했다.

법원은 A의 손해배상 청구를 일부 인용했다. 진현지 판사는 "원칙적으로 주5일 1주 3교대 근무를 하도록 돼 있음에도 A는 대체근무 등 사정으로 6일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았고, 교대 근무 사이에 1시간으로 규정된 휴게시간마저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며 "생체리듬과 달리 3교대로 일하는 근로자는 육체적 근무 강도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피로를 느끼게 되는 점이나 과로나 스트레스가 뇌경색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증가한 업무량이 뇌경색의 원인이 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는 60%로 제한했다. 진 판사는 "A는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적극 알려 업무를 덜게 하거나 휴식을 얻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야간·연장근로를 이어갔다"며 "2012년에도 뇌경색증 등으로 진료를 받았으면서도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B회사의 책임을 제한했다.

한 노무사는 "불규칙한 주야간 교대근무는 업무상 재해 원인이 된다는 대법원 판결도 있다"며 "교대제를 불규칙하게 관리하거나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게 한 사업장은 산업재해보상 외에 추가로 책임을 지게 될 위험이 있다는 점을 숙지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법원 역시 지난해 12월, 대우조선해양 주식회사에서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다 사망한 신 모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청구한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불규칙한 주야간 교대근무가 업무상 재해의 원인이 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