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 서원대 교수
김병희 서원대 교수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
“너랑 상관없는 일이니 신경 쓰지 마!”

참으로 공허하고 무책임한 말이다. 눈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신경 끄라고 하니, 돌아앉은 돌부처라도 되라는 뜻일까?

경영자의 말이나 글도 사람들에게 상관없는 메시지가 될 때가 많다. 내용도 없이 한껏 목청만 높이는 정치인의 연설도 마찬가지다. 자신과 조금 관련되는 메시지라 할지라도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기 쉽다.

포드 이탈리아 지사의 신문광고 ‘열쇠’ 편(2008)을 보자. 광고회사 오길비앤매더(Ogilvy & Mather) 이탈리아 지사의 창작자들은 자동차 열쇠로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만들었다.

검은색 열쇠고리와 은빛 스카이라인으로 도시를 누비는 포드의 브랜드 가치를 표현했다. 밝은 하늘색을 배경삼아 은빛 열쇠에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조각해,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면 아래쪽의 흰색 칸에는 포드 퓨전과 로고를 넣어 광고를 더 흥미롭고 생동감 있게 완성했다.

“도시가 당신의 손안에 있다(The city is in your hands).”

광고 카피도 소비자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중후한 카피와 스카이라인 모양의 열쇠가 만나니 광고의 품격이 한껏 올라갔다. 포드를 타는 순간 도시를 누비는 산책차가 될 것 같다.

운전자는 자신감과 흥분 속에서 도시 전체가 자신의 손에 달려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이 광고에서는 여느 광고와는 달리 자동차의 실제 모양을 제시하지 않고 열쇠라는 상징물로 표현했다.

자동차 열쇠를 활용해서 메시지를 전달했으니 자동차와 무관한 광고는 아니다. 즉, 상관성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어떤 소비자는 자동차 열쇠만 봐서는 자동차가 세단인지 SUV인지 모르겠다며 불평할 수 있다.

광고 하단에 “최초의 도시생활용 자동차(The First Urban Activity Vehicle)”라는 카피도 있지만, 자동차 열쇠에 이미 시선이 집중된 마당에 아래쪽에 쓰여 있는 작은 카피를 얼마나 봤을지도 의문이다.

자동차와의 상관성을 고려한 창의적인 광고지만, 포드만의 기능이나 특성을 표현하지 않았다. 포드 브랜드를 떼고 다른 브랜드를 넣어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

따라서 자동차와의 상관성이 있기는 하지만 포드자동차와의 상관성은 높지 않은 광고라고 평가할 수 있다.
포드 이탈리아의 신문광고 ‘열쇠’ 편 (2008)
포드 이탈리아의 신문광고 ‘열쇠’ 편 (2008)
포드 광고에 비해 토요타 이스라엘 지사의 광고 ‘양의 방귀’ 편(2010)은 프리우스와의 상관성이 매우 높다.

광고를 보는 순간 양 한 마리와 프리우스 자동차 한 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광고회사 티비더블유에이(TBWA) 이스라엘 지사의 창작자들은 양의 방귀와 프리우스의 배출 가스가 얼마나 더 해로운지 비교했다.

양과 자동차의 아래쪽에는 가스 배출(emission) 정도를 최소(1)부터 최대(15)까지 15등급으로 구분한 표시를 배치했다. 숫자가 높을수록 배출 가스가 많다는 뜻이다.

배출 가스를 비교한 결과, 놀랍게도 양은 5등급이었고 프리우스는 2등급이었다. 실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광고를 만들었다.

프리우스는 양의 방귀보다 배출 가스가 적기 때문에 그만큼 친환경 차라는 메시지를 광고에 표현했다.

토요타는 프리우스가 친환경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유머 광고를 만든 셈이다.

양이 프리우스보다 더 많은 가스를 방출하다니! 소비자들은 정말로 그럴까 생각하면서도 구매 결정을 할 수도 있다. 세계 최초의 풀 하이브리드 승용차로 1997년에 처음 출시된 토요타 프리우스다운 광고였다.

광고의 끝 부분에는 “투데이. 투모로우, 토요타”라는 슬로건을 제시했는데, 티오(To)를 반복했다. 단어나 문장의 첫머리에서 같은 자음이나 어구를 반복하는 두운법(頭韻法)을 활용해 오늘도 내일도 토요타라며 브랜드 이름을 기억시키려 했다.

2020년 이후 토요타 프리우스에서 진행하고 있는 “믿을 수 없어(It’s Unbelievable)” 캠페인도 “투데이. 투모로우, 토요타”를 발전시킨 것이다.

양의 방귀와 프리우스의 배출 가스를 비교한 것은 친환경 자동차를 알리는데 필요한 상관성이 매우 높은 아이디어였다.
토요타 이스라엘의 프리우스 광고 ‘양의 방귀’ 편 (2010)
토요타 이스라엘의 프리우스 광고 ‘양의 방귀’ 편 (2010)


두 광고에서 채굴한 경영의 스티커 메시지는 상관성(Relevance)이다.

상관성이란 어떤 사물이나 사건 사이에 서로 관계되는 성질이나 정도이다. 광고에서의 상관성은 광고 내용이 제품과 관련되는 정도를 의미한다.

광고에 제품과 관련되는 내용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본다는 점에서 상관성은 일반적인 창의성과 광고 창의성을 구분하는 핵심 근거가 된다.

최근에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20년에 걸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낸다는 대국민 연설을 했다. 그는 탈레반에 이길 수 있는 모든 도구를 제공했지만 아프가니스탄 군대는 스스로 싸울 의지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이런 명언을 남겼다. “우리가 그들에게 줄 수 없었던 것은 그 미래를 위해 싸울 의지였습니다.”

전쟁과 싸울 의지의 상관성을 부각시키며, 불가피하게 미군 철수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한 것이다.

경영자의 말이나 글에서 주제와 무관한 얘기를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정치인이 대중 앞에 서서 원고 없이 연설할 때도 들어주기 민망한 경우가 있다.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진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으리라. 상관성이 희미해지려 할 때마다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생각해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메모지에 핵심어 하나를 써놓고 그 언저리의 단어를 써가며 연설한다면 실수할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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