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이란 외무장관 통화…아프간 사태 대응 협력하기로
왕이 "美 진로 안 바꾸면 아프간에서보다 더 큰 실패"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3일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과 전화 협의를 갖고 아프가니스탄 문제에서 양국이 협력하기로 했다.

4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아프간의 이웃국가로서 중국과 이란은 소통과 조율을 강화하고 아프간의 평온한 전환과 평화적 재건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도 아프간이 가능한 한 빨리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중국 측과 협력과 조율을 강화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또 왕 부장은 아프간 새 정부가 개방적이고 포용적이길 바라며, 테러 조직으로부터 완전히 단절되고 외국, 특히 주변 국가와 좋은 관계를 수립하고 발전시키기를 희망한다고 했고,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난민 대량 발생을 막기 위한 대 아프간 인도적 지원 필요성을 거론했다.

이와 함께 두 장관은 미국을 향한 비판에도 뜻을 같이했다.

왕 부장은 "미국이 아프간에서 철수했지만 아프간의 평화적 재건에 대해 회피할 수 없는 책임이 있다"며 "각종 수단을 활용해 아프간에 새로운 난제를 만들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탈레반 정권을 제재하는 데 반대한다는 중국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왕 부장은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미국이 아프간에서 철군하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스스로 실패의 핑계를 찾는 것이자 세계에서 강권 정치를 계속 추진하려는 본질을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마땅히 배워야 할 교훈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진로를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필히 아프간에서 저지른 실수에 이어 더 큰 실수를 하게 될 것이고, 아프간에서의 실패에서 더 큰 실패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아프간 혼란의 근본 원인은 미국의 책임지지 않는 태도에 있다며 호응했다.

아울러 왕 부장은 중국이 이란에 계속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고,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중국의 '핵심 이익' 관련 문제에서 중국을 확고히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이 전방위적으로 갈등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최근 이란, 러시아, 쿠바 등 주로 미국과 껄끄러운 나라들과 정상 또는 외교장관 간 소통을 이어가며 중국의 대 아프간 해법에 대한 동조세 규합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탈레반이 지난달 중순 아프간 수도 카불을 장악한 이후 대 아프간 제재 및 내정간섭 반대를 강조하고 있다.
왕이 "美 진로 안 바꾸면 아프간에서보다 더 큰 실패"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