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이사(왼쪽)와 제롬 파월 Fed 의장.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이사(왼쪽)와 제롬 파월 Fed 의장.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가장 주목 받는 기관을 한 곳만 꼽으라면 단연코 미국 중앙은행(Fed)일 겁니다. 'Fed에 맞서지 마라'는 격언이 있을 정도로 글로벌금융시장에 끼치는 fed의 영향력은 크기 때문입니다.

그 힘은 사람에서 나옵니다. Fed의 운명을 쥐고 있는 의사결정권자가 그 영향력을 발휘하는 거죠. 그런데 Fed의 핵심 권한을 쥐고 있는 세 거물의 임기가 이 달부터 줄줄이 만료됩니다. Fed 이사진인 랜들 퀄스 부의장(10월), 리차드 클라리다 부의장(내년 1월), Fed의 제롬 파월 의장(내년 2월)의 임기가 차례대로 끝납니다.

Fed의 넘버1부터 넘버3의 운명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기나 속도가 달라질 수 있어 많은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세 사람의 연임 여부는 각각 다른 사람의 거취에 영향을 줘 '인사 방정식'과도 같아 더욱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한경 글로벌 마켓' 출범에 맞춰 '정인설의 Eye Fed'를 시작해 Fed의 일거수 일투족을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소수의 목소리가 더 큰 FOMC

Fed의 핵심 결정기구인 FOMC(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12명으로 구성됩니다. 일단 Fed의 이사진 7명이 FOMC 멤버입니다. 그리고 5명은 지역 연방은행 총재들이 순번대로 들어갑니다. 지역은행 총재 12명 중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당연직으로 고정됩니다. 나머지 네 자리를 놓고 11명이 2~3년에 한번씩 돌아가면서 FOMC에 합류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다수결로 결정되는 FOMC에서 7대5의 구조입니다. 5명의 지역 연방은행 총재들이 힘을 합쳐도 Fed 이사진 7명이 일치된 의견을 보이면 그만이라는 거죠. 여기에 Fed는 안전장치로 FOMC 당연직인 뉴욕연방은행 총재를 늘 본인들 편으로 만들어 놓습니다.

FOMC만 놓고 보면 주류는 Fed 이사진이고 지역연방은행 총재들은 비주류입니다. 지역 연은 총재들보다 Fed 이사진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죠.

그런데 신문이나 방송에 더 많이 등장하는 사람들은 지역 연은 총재들입니다. 특히 그 해 FOMC 투표권이 없는 지역 연은 총재들이 각종 외부행사에 더 자주 나와 센 발언들을 합니다. 각종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일 겁니다.

Fed 부의장부터 갈아 치우면 된다?

그래서 현명한 투자자라면 목소리가 큰 지역 연은 총재들보다 FOMC 투표권이 있는 Fed 이사진들의 얘기에 좀더 귀를 기울여야겠죠. 그동안 Fed 이사진들은 대부분 금리 결정 등을 놓고 비슷한 의견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조 바이든 정부도 이런 점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파월 의장을 비롯한 Fed 이사진들이 코로나19 국면 이후 지금까지 큰 이견 없이 바이든 정부의 뜻대로 금융완화 정책을 펼쳤다고 본 것이죠.

하지만 Fed가 미국 월가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선 불만이 있습니다. 일부 민주당 인사들을 중심으로 투자은행(IB) 출신인 파월 의장부터 시작해 Fed 이사진들이 은행과 금융회사들을 너무 풀어줬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래서 최근 하원 금융위원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Fed를 집중 공격했습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의원, 라시다 틸리브 의원, 아야나 프레스리 의원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모두 여성 의원에 강성 좌파들인 게 특징이죠. 이들은 "Fed가 불황을 이유로 대형 은행들을 규제하는 개혁을 하지 않았고 미국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화의 위험을 줄이려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들은 우선 은행 감독을 담당하는 랜들 퀄스 부의장부터 갈아치우고 싶어 합니다. Fed 이사의 임기는 14년입니다. 퀄스 부의장의 Fed이사 임기도 2034년까지입니다. 하지만 퀄스 부의장이 맡은 은행 감독 담당 부의장직의 임기는 다음달로 끝이 납니다.

그리고 내년 1월엔 Fed의 넘버2인 리차드 클라리다 부의장의 임기도 만료됩니다. 민주당 내에선 오히려 퀄스 부의장보다 클라리다 부의장의 인사에 더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클라리다 부의장은 내년 1월에 Fed 이사 임기가 끝이 나기 때문에 새로운 이사를 임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 좀 더 금융규제나 은행 규제에 매파적인 인사를 신임 Fed 이사 자리에 임명하고 싶은 거죠.

현재 Fed 이사 7명 중 5명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임명돼 현재 이사들보다 좀더 친(親) 민주당 인사로 채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차기 Fed 의장직은 파월 의장과 '옐런 장관 복심'과의 경쟁?

전 세계의 중앙은행은 정치적으로 독립돼 있다고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죠. 정부 정책과 엇박자를 내지 않기 위해 중앙은행 수장을 임명할 때 코드 인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파월 의장의 후임을 두고서도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 파월 의장은 묘한 경계에 있습니다. 민주당 사람이라고 하기도, 공화당 사람이라고 하기도 조금 애매한 점이 있죠. 일단 공화당원이었고 트럼프 전 대통령 때인 2018년에 Fed 의장으로 임명된 점은 민주당 입장에서 걸리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좀 더 매파적인 인사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민주당을 중심으로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인 2012년에 Fed 이사로 지명됐기 때문에 완전히 '친 트럼프'라고 하기도 힘든 구석이 있습니다.

더욱이 파월 의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면 세웠지 바이든 대통령과는 크게 부딪히지 않았습니다. 직전 Fed 의장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도 사이가 좋은 편입니다. 옐런 장관이 주변에 "파월 의장의 연임을 지지한다"고 얘기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을 정도입니다. 옐런 장관도, 재무부도, 백악관도 그 점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좌파 인사들은 파월 의장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위기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금융완화나 규제완화를 내세우며 본색을 드러낼 것이라 보는 것이죠.

그래서 민주당 입장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은행 감독 부의장 자리만이라도 민주당과 코드가 맞는 강성 매파로 채워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거죠. 옐런 장관의 오른팔로 불리는 라엘 브레이너드 Fed 이사가 강력한 부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물론 파월 의장이 연임에 실패하면 브레이너드 이사가 바로 의장으로 직행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늦어도 11월 쯤엔 파월 의장 등의 연임 여부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파월 의장의 운명과 나머지 부의장들의 거취는 어떻게 될까요.

이 부분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5일(현지시간) "바이든 정부는 Fed 의장과 부의장 2명 등 이사회 구성을 두고 까다로운 정치적인 시험대에 직면해 있다"며 "파월 의장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정치적 결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