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원 혈세 투입 국책사업…벌금 5천만원도
가거도 방파제사업 부실감리·수뢰…감리단장 1심 실형
2천억원대 세금이 투입된 대규모 국책사업인 '가거도 방파제 시공 사업'에서 감리 업무를 소홀히 하고 뇌물을 챙긴 책임자가 1심에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성보기 부장판사)는 업무상 배임 및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윤모(63)씨에게 징역 3년과 벌금 5천만원을 선고했다.

삼성물산은 지난 2013년 해양수산부로부터 발주를 받아 전남 신안군 가거도 일대 태풍 피해 예방을 위한 방파제 시공사업에 착수했다.

윤씨는 이 사업의 설계와 감리를 담당한 회사의 전무이사로서 전체 공사의 감리단장을 맡았다.

삼성물산은 본격적인 공사에 앞서 진행한 현장 지반조사에서 연약지반인 점토층을 발견하고, 기획재정부로부터 추가 예산을 확보해 공사 과정에 지반개량 공사를 추가했다.

시험공사를 마친 삼성물산은 2016년 감리단장인 윤씨에게 지반개량 공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하는 검사인 '개량체 검사' 결과를 통보했다.

하지만 이 검사는 개량체 일부 구간에서 채취한 시료를 토대로 한 것이어서 전체 구간의 시공 상태를 확인하기에는 부족했다.

개량체 검사 때 전체 구간 시료를 채취하도록 한 기준에도 맞지 않았다.

윤씨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발주청에 보고하지 않은 채 개량체 검사가 적절히 이뤄진 것처럼 기술의견서를 작성하게 해 발주청 등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여러 하도급업체로부터 공사 진행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3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윤씨 측은 재판에서 당시 현장상황과 시공상태 등을 고려해 계량체 검사 방법을 변경했을 뿐 감리업무를 소홀히 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하도급업체로부터 받은 금품 역시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아 뇌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윤씨 측의 주장을 기각하고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공사는 총 대금이 2천억원을 넘어가는 대규모 국책사업으로서 거액의 세금이 소요되는 것"이라며 "피고인은 이런 중요 사업의 책임 감리로서 업무를 소홀히 해 가거도항 방파제 안전성에 위험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무원으로 간주되는 지위에 있으면서 참여업체 운영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점도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그런데도 범행을 모두 부인하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사업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지반개량 공사를 추가하는 과정에서 공사 견적을 부풀리고, 추가로 받아낸 예산 중 일부를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사업 발주에 관여한 해양수산부 공무원들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