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를 추진한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일부 시민들은 '백신을 맞지 않을 자유'를 외치며 거세게 저항하고 나섰다.

3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전날 "유럽의약품청(EMA)이 승인하는 즉시 12세 이상 모든 성인에 대해 백신 접종을 의무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만간 EMA의 최종 승인이 나온다면 이탈리아는 유럽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나라가 된다.

이탈리아에선 영국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많은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왔다. 현재까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12만9300여명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이탈리아 당국이 전 국민 백신 접종 의무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현재 이탈리아는 의료 인력에 대해서만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이탈리아 국민들의 반대가 거세다. 특히 이탈리아 정부가 지난 달 실내 음식점, 대중교통 등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인 '그린 패스'를 의무적으로 제시하도록 한 이후 반대 시위는 격렬해진 상태다. 이들은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교장관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드라기 내각을 구성하는 정당 가운데 극우 성향의 동맹(Lega)이 대표적이다. 마테오 살비니 동맹당 대표는 "의무화 조치엔 항상 반대한다"고 밝혔다. 백신 의무화를 시행하기 위해선 상·하원이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을 강제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인도네시아 투르크메니스탄 미크로네시아 연방공화국 정도가 있다. 최근엔 남태평양에 위치한 프랑스령 누벨칼레도니가 성인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지난 3일 누벨칼레도니 의회가 이같은 내용의 법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면서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와 씨름하고 있지만 변이 바이러스의 출몰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에선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을 중심으로 뮤(Mu) 변이 확진자가 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3일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뮤 변이는 올 1월 콜롬비아에서 처음 확인된 변종 바이러스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달 말 뮤 변이를 다섯 번째 관심 변이로 지정했다. WHO에 따르면 뮤 변이는 현재 미국 한국 일본 일부 유럽 지역 등 39개국 이상에서 보고됐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