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여성 직장인의 퇴사 비율이 해마다 남성 직장인의 2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한 초등학교 교사가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 화제다.
본인을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n년차 한 교사라고 소개한 A 씨는 "이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 것은 수많은 여성이 자신의 꿈과 개인의 인생을 포기했기 때문이다"라고 입을 뗐다.
A 씨는 "많은 사람이 출산할 때 직장을 그만두지만 그땐 순한맛이고 진짜 매운맛은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찾아온다"라면서 "코로나 19와 함께 그 매운맛은 한층 더 강해졌다"라고 전했다.
그는 '엄마라는 존재가 자신의 꿈이나 개인의 성장을 어떻게 포기하게 되는지 적어보고 싶다'라면서 자신이 겪은 일을 전했다.
A 씨는 "아이가 어릴 때는 육아휴직을 보장해주는 회사가 늘어났고 어린이집도 있고 하니까 일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다. 미취학 아동일 때까지는 그렇지만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한다"라면서 "초등학교 1학년의 하교 시간이 유치원보다 빠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 없다"라고 했다.
이어 "대부분 초등학교는 밥을 먹고 가면 12시면 하교하는 경우가 태반이고 심지어 입학하고 첫 한 달간은 입학 적응 기간이라고 해서 11시 20분이면 하교한다"라면서 "이때 1차로 워킹맘들이 직장을 많이 그만둔다.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정 그만두고 싶지 않으면 돌봄교실이라는 대안이 있다. 학교 안에서 애들을 5시 늦으면 7시까지 돌봄전담사가 봐준다"라고 했다.
하지만 "방과 후 교사들을 써서 중간중간 체육 수업이나 만들기 수업도 했지만 12시부터 5시까지 앉아만 있는 거다"라면서 "학습지를 풀든 색칠 공부를 하든 책을 읽으며 그냥 앉아있게 하는 곳이 많다. 코로나 때문에 화장실 가는 시간 외에는 애들을 그냥 앉아있게만 하고 서로 이야기도 나눌 수 없어서 사실 너무 불쌍하다"라고 실태를 전했다. A 씨는 "여기서 일하는 엄마들은 '내 애를 이렇게 둬도 될까'라는 고뇌를 시작한다"라면서 "아이가 어떤 시간을 보내든지 신경 안 쓰고 자신의 커리어를 챙기는 엄마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엄마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애를 공부시키고 싶어 2차로 그만둔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아이를 돌봄교실에 넣지 않고 사교육으로 뺑뺑이를 돌려보자고 마음먹는 집도 있다"라면서 "교육도 포기하지 않고 내 커리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이다. 초등 수준의 사교육은 큰돈이 들지도 않거니와 태권도장이 아이들을 잘 봐준다. 학교 끝나고 피아노 갔다가 같은 건물에 태권도장에 가면 집까지 데려다주는 곳이 많아서 이렇게 케어하는 것이 가능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코로나 19 이후 20명 아이가 와글와글 뛰어다니며 노는 태권도장이 불안해지고 아이의 건강이 걱정되기 시작한다"라면서 "여기서 워킹맘들이 3차로 일을 그만두게 된다"라고 주장했다.
A 씨는 "돌봄교실이든 학원이든 애를 맡기고 눈 딱 감고 일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학교에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전격 원격수업으로 급전환된 경우에는 당장 애는 돌봄도 못 가고 학원도 못 가고 2주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라면서 "이때 4차로 일을 그만두게 된다. 그나마 1, 2학년은 돌봄교실이 있어서 상황이 좀 낫다. 3학년부터는 돌봄교실도 없다. 무슨 뜻이냐면 맞벌이 가정의 3학년은 혼자서 원격 수업 듣고 밥 알아서 챙겨 먹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아이한테 시기에 맞는 교육을 하면서 체험학습 시키고, 학원 보내고, 적당한 운동을 시키고,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되는 음악도 듣고, 가끔 미술관이나 박물관도 가고, 캠핑도 가고, 탄단지 맞춰서 밥 먹이고, 놀아주고 안아줘야 한다. 집안일은 또 어떤가. 청소하고, 빨래하고, 빨래 개고, 설거지하고, 다시 밥하고, 아이 식판 닦고, 씻기고, 재운다. 할 수 있겠나. 일할 수 있겠냐는 말이다"라고 직설했다.
이어 "불가능하다. 낳아놓은 아이를 버릴 순 없으니 엄마는 일을 그만두게 되는 것이다"라면서 "아이가 아파서 하루라도 일을 쉬게 되면 회사에도 미안해지고 또 다 나을 때까지 푹 쉬게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든다. '다른 애들은 집에 가면 엄마 있는데 나는 왜 없어?', '왜 재미없는 돌봄교실에 가야 해?'하고 아이가 울 때마다 엄마의 가슴은 무너져 내린다. 막 낳았을 때나 어릴 때는 어린이집에서 최대한 밀착케어 해주니까 그나마 버티는데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고 난 다음에는 그게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워킹맘이 꿈과 희망을 버리고 모든걸 다 그만두도록 사회가 종용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A 씨는 "가끔 조부모의 도움으로 돌아가는 가정도 있다. 그런데 나를 키울 땐 그렇게 무서웠는데 손주한텐 왜 그렇게 무른 것이냐"라면서 "심지어 어떤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 될 때까지 할머니가 우산을 다 펴줘서 우산을 한 번도 안 펴본 아이도 있었고 귤껍질을 할머니가 다 까줘서 귤을 안 까본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급식에서는 귤을 안 까준다"라고 설명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만 0~9세 자녀를 둔 여성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해지(자격 상실) 비율은 10.24%에 달했다. 연초 건강보험에 가입한 여성 직장인 41만5,474명 가운데 연말까지 4만2,562명이 직장을 그만두면서 건강보험 가입자격을 잃었다.
9세 이하 자녀를 둔 여성 직장인들은 해마다 10명 중 1명꼴로 퇴사를 선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부모(라고 적었지만 아빠는 없었다고 했다)를 상담하며 그들이 처한 현실에 공감하고 때로는 눈물짓기도 한 초등학교 교사. 그가 진정 원하는 것이 비혼·비출산 사회는 아닐 것이다. 교사가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답이다'라는 다소 극단적인 처방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많은 워킹맘이 "이건 진짜 닥쳐서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문제다"라며 호응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