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를 추진한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일부 시민은 ‘백신을 맞지 않을 자유’를 외치며 거세게 저항하고 나섰다.

지난 3일 가디언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전날 “유럽의약품청(EMA)이 승인하는 즉시 12세 이상 모든 국민에 대해 백신 접종을 의무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주 말께 EMA의 최종 승인이 나오면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나라가 된다.

이탈리아에선 영국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많은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왔다. 지금까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12만9300여 명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이탈리아 당국이 전 국민 백신 접종 의무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탈리아는 지난 2일 기준 12세 이상 국민의 70.7%인 3817만여 명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현재 이탈리아는 의료 인력에 대해서만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이탈리아 국민의 반대가 거세다. 특히 이탈리아 정부가 지난달 실내 음식점, 대중교통 등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인 ‘그린 패스’를 의무적으로 제시하도록 한 뒤 반대 시위는 격렬해진 상태다. 이들은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교부 장관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드라기 내각을 구성하는 정당 가운데 극우 성향의 동맹(Lega)이 대표적이다. 마테오 살비니 동맹당 대표는 “의무화 조치엔 항상 반대한다”고 했다. 백신 의무화를 시행하기 위해선 상·하원이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을 강제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 인도네시아, 투르크메니스탄, 미크로네시아 연방공화국 정도가 있다. 최근엔 남태평양에 자리한 프랑스령 누벨칼레도니가 성인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