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수가 3년 사이 2.5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새내기’ 바이오벤처가 꾸준히 배출되는 데다 기존 업체들도 앞다퉈 파이프라인 확장에 나선 덕분이다.

5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국내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파이프라인 수는 모두 1477개로, 3년 전(573개)보다 157.8% 늘었다. 3년 전에는 100곳, 이번에는 299곳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1477개 파이프라인을 유형별로 나누면 합성신약 후보물질이 가장 많은 599개(40.6%)를 차지했다. 항체의약품 등 바이오신약이 540개(36.6%)로 뒤를 이었다. 나머지 338개는 천연물의약품이거나 융복합물질이어서 명확하게 분류하기 어려운 물질들이다.

양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질도 좋아졌다. 신약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아 실제 임상에 들어간 파이프라인은 551건(37.3%)으로, 3년 전보다 7.1%포인트 상승했다. 이 중 116건(7.9%)은 신약 개발의 ‘마지막 관문’인 임상 3상에 들어갔다. 임상 2상(169건·11.4%)과 임상 1상(266건·18%)도 각각 100건이 넘었다.

파이프라인을 질환별로 분류하면 첫손에는 항암제(317개·21.5%)가 꼽혔다. 현재 개발 중인 항암제 10개 중 1개 이상은 어느 정도 개발이 진행된 임상 2상(25개)과 3상(10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대사질환(173개), 신경계통(146개), 감염성질환(112개) 등이 이었다.

다른 제약·바이오업체로부터 파이프라인을 사들이거나 공동 개발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국내외 제약·바이오기업으로부터 라이선스를 사들이거나 매각한 건수는 2019년 36건에서 작년 105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올 들어선 1분기에만 85건이나 사고팔았다. 68개 대형 제약·바이오기업의 파이프라인 수는 3년 전 442개에서 올해 710개로 60.6% 확대됐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