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70대 ABBA의 컴백
스웨덴 출신 혼성 4인조 그룹 ‘아바(ABBA)’는 50대 이상 장년층에겐 청춘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강렬한 태양빛 같은 찬란함과 폭풍처럼 몰려드는 격정이 화려한 멜로디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감미롭고 따라 부르기 쉬운 데다 중독성까지 있다.

가사는 시(詩)나 다름없다. 1974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우승곡이자 그들의 출세곡인 ‘워털루(Waterloo)’에선 나폴레옹이 항복한 벨기에 워털루에서 마치 나폴레옹의 운명과도 같이 사랑 앞에 두 손 든 기쁨을 노래했다. 아일랜드 록그룹 ‘U2’의 리더 보노가 “자신의 음악에서 순수한 기쁨을 찾는 아바가 그들을 특별하게 만든다”고 평할 만하다.

그 아바가 1982년 갑작스레 해체한 지 39년 만에 컴백한다는 소식이다. 오는 11월 초 새 앨범 ‘아바 보이지(ABBA Voyage)’를 선보이고, 내년 5월 영국 런던에서 콘서트도 연다. 내년이 그룹 결성 50주년이긴 하지만, 팬들의 재결합 기대를 멀리만 하던 그들이 70대 중반 나이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는 게 놀랍다. 멤버 두 커플이 모두 이혼한 뒤 각자 공작부인의 삶, 호텔경영자 등으로 변신한 이후 모습이 궁금해진다.

공연에선 모션캡처 기술로 멤버들의 아바타를 제작해 1979년 모습으로 나선다니 자못 기대된다. 3년 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며 싱어롱하던 장면이 또 재현될지 모르겠다.

아바는 ‘기록’의 밴드다. 유명해진 뒤 9년 정도 활동했을 뿐인데, 세계적으로 약 4억 장의 음반이 팔렸다. 옛 소련의 암시장에선 정상가격이 8달러인 아바 LP가 130달러에 거래됐을 정도다. 1999년 뮤지컬 ‘맘마미아’ 영국 초연 이후 세계 440개 도시, 6000만 명 이상이 관람한 것도 아바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후 2008년 제작된 뮤지컬 영화로 10~20대 팬까지 생겼다. 아바는 볼보보다 더 유명한 스웨덴의 대표 아이콘으로 기억된다. 지금도 스톡홀름 알란다 국제공항에 내리면 대형 스크린 속 아바가 가장 먼저 반긴다고 한다.

요즘 트로트 인기가 높지만 7080세대의 팝음악에 대한 추억도 만만치 않다. 자신의 삶 속에 녹아든 음악이 되살려주는 추억이 있을 것이다. 그룹 퀸의 프레디 머큐리, 가황 나훈아에게서 힘을 얻었듯이 말이다. 이번엔 아바 차례다.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갈 시간여행을 앞두고 먼저 이들의 ‘노익장’에 감사해야 할 것 같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