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문재인 대통령의 우려되는 '가짜뉴스론'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중반기부터 ‘가짜뉴스’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하고 있다. 지난 3일 국회 의장단·상임위원장단과의 청와대 간담회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가짜뉴스 대응을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서 지시한 건 2019년 1월 국무회의에서였다. 문 대통령은 “가짜뉴스를 지속적으로 유통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가 단호한 의지로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해 8월 국무회의에서는 “근거 없는 가짜뉴스로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같은 달 한국기자협회 창립 기념식 축사에서는 “가짜뉴스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진실은 더욱 중요해졌다”고 언급했다. 이번에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한창 이슈인 상황에서 또다시 가짜뉴스를 거론한 것이다.

뉴스를 ‘진짜’와 ‘가짜’로 구분하는 것이 모호하고, 정상적인 언론 활동까지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해외에서는 ‘가짜뉴스’보다는 ‘허위조작정보’라는 말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2018년 3월 유럽위원회 자문보고서는 ‘가짜뉴스’ 대신 ‘허위정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해 2018년 10월 당내에 ‘가짜뉴스대책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가 불과 1주일 뒤에 ‘허위조작정보대책특위’로 이름을 변경했다. 같은 달 홍남기 당시 국무조정실장은 국회에서 “가짜뉴스라는 표현보다 허위조작정보로 바꿔 부르려 한다”고 정부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언론중재법 정국’인 요즘 여당과 청와대 모두 가짜뉴스라는 말을 정부 공식용어처럼 사용하고 있다. 당초 허위조작정보 대응에 나섰을 때도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있었지만 적어도 용어 사용만큼은 신중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신중함마저 사라진 모습이다.

가짜뉴스에 대한 여권의 태도도 이중적이다. 과거 광우병 사태 당시 ‘한국인 발병률은 95%’ ‘광우병은 공기로도 전염된다’ 등의 괴담이 우리 사회를 뒤덮을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진위 확인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에만 몰두했다. 문 대통령도 지금까지 ‘광우병 괴담’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의 ‘가짜뉴스론’이 과연 “언론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라는 본인의 철학과 함께 갈 수 있는지 의문이다. 가짜뉴스에 대한 입장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진다면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문 대통령이 자신의 기존 표현을 빌려 “가짜뉴스론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언론자유는 더욱 중요해졌다”고 해야 할 상황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