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지가 5일 경기 용인 써닝포인트CC에서 열린 제10회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에 입 맞추고 있다.  KLPGA 제공
김수지가 5일 경기 용인 써닝포인트CC에서 열린 제10회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에 입 맞추고 있다. KLPGA 제공
이보다 더 완벽한 생애 첫 승이 있을까.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로 시작해 3라운드 내내 단독 선두를 달리다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거뒀다. 5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총상금 7억원)에서 데뷔 5년차에 생애 첫 정규투어 우승을 차지한 김수지(25)가 주인공이다.

김수지는 이날 경기 용인 써닝포인트CC(파72·6722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 합계 15언더파 201타로 이소미(22)를 2타 차로 따돌리며 우승컵과 우승 상금 1억2600만원을 품에 안았다.

3라운드 내내 선두

이번 대회에서 김수지는 3라운드 내내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3라운드 모두 단독 선두를 지켰고 54개 홀에서 보기는 단 2개로 막았다.

생애 첫 우승을 눈앞에 둔 최종 라운드. 중압감 탓인지 시작이 매끄럽지 못했다. 1번홀(파4)에서 1m 거리의 파 퍼트를 놓쳐 1타를 잃었다. 하지만 3번홀(파5)부터 두 홀 연속 버디를 낚으며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7번홀(파4)에서도 두 번째 샷을 홀 바로 옆에 바짝 붙이는 날카로운 샷감으로 버디를 잡아냈다.

후반 들어 시즌 3승을 노리는 이소미가 매섭게 추격했다. 이날 챔피언조에서 김수지와 함께 경기하며 우승을 다툰 이소미는 전반 7번홀(파4)에서 통한의 보기를 기록하며 우승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이 홀에서 김수지는 버디를 잡고 4타 차까지 달아났다. 하지만 13번홀(파4)부터 이소미의 반격이 시작됐다. 4.5m 버디 퍼트를 시작으로 15번홀(파4)까지 버디 3개를 내리 쓸어 담았다. 단숨에 3타를 줄이며 김수지를 1타 차 턱밑까지 추격했다.

그래도 김수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10번홀(파4) 버디 이후 파 세이브를 이어가며 14언더파에 멈춰 있던 상황. 16번홀(파3)에서 김수지의 티샷이 홀 3m 옆에 멈춰섰다. 김수지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버디를 성공시키며 2타 차로 달아났다. 이후 남은 2개 홀을 파 세이브로 막아냈다. 부담감에 무릎 꿇지 않고 끝까지 2타 차를 지켜 생애 첫 우승컵을 안았다.

데뷔 5년차 무명 ‘끝’

2017년 데뷔한 김수지는 115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상금랭킹 20위 안에 들어본 적도 없는 무명이었다. 지난해에는 상금랭킹이 84위로 떨어져 시드전을 거쳐 투어에 복귀했다.

지난 6월 경기 포천에서 열린 한경·BC카드 레이디스컵은 김수지에게 강한 자신감을 심어줬다.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두각을 드러냈다. 이후 맥콜·모나파크 오픈에서 4위, 지난달 하이원리조트에서 13위를 기록하며 그간 쌓아온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5년간 묵묵히 쌓아온 내공은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도 빛났다. 눈앞에 다가온 생애 첫 승의 중압감에 흔들리지 않고 경기 내내 선두를 지켰다. 경기를 마친 뒤 김수지는 “시드전을 다녀온 뒤 그전에 했던 골프를 다 버리고 많은 것에 변화를 줬다”며 “큰 도움을 준 경험이었고, 좋은 시너지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