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 대립이 격화하면서 서울 시정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을 세계 5대 도시로 만들기 위한 ‘서울 비전 2030’을 비롯해 안심소득 실험,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등 오 시장의 주요 정책이 서울시의회 협조 없이는 실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시의회의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일 보도자료를 내고 “오 시장의 돌연 퇴장으로 지난 3일 시정 질문이 파행 운영된 것과 관련해 서울 시민과 의회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오 시장이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의회민주주의를 유린했다. 10년 전 집 나가던 버릇을 아직 못 고쳤다”는 등의 과격한 비판을 담기도 했다. 민주당은 서울시의회 정원 110석 중 101석을 차지하고 있는 절대 다수당이다.

이번 갈등은 지난 3일 서울시의회 시정 질문에서 이경선 민주당 의원이 오 시장 유튜브 채널의 사회주택 관련 비공개 문서 유출 가능성을 제기한 직후 폭발했다. 오 시장은 답변 기회를 얻지 못하자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시정 질문에 응하지 않겠다”며 중도 퇴정했고, 의회는 2시간여 동안 파행을 겪었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양측 간 대립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임시회에 몇 가지 조례 심의가 남아 있을 뿐 아니라 4분기부터 내년 사업과 예산안을 짜고 시의회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가 당장 이달 발표할 예정인 서울 비전 2030의 세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내년 이후 예산안 반영이 뒷받침돼야 한다. 오 시장의 핵심 시정인 온라인 교육 플랫폼 ‘서울런’과 1인 가구 지원안을 완성하기 위해서도 추가 예산 확보가 절실하다. 내년 이후 3년간 자금을 투입할 안심소득 실험은 시작도 되지 않은 상태다.

오 시장의 주택 공급 정책도 시의회 관문을 넘어야 할 것이 적지 않다. 주거정비지수제 폐지와 각종 인허가 절차를 단축시킨 공공기획 도입 계획 등을 시행하기 위해선 시의회에서 ‘2025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변경안이 통과돼야 한다. 서울시는 이달 재개발 사업지 공모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오는 10일 열리는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계획이 무산된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정치적 공세로 당선 이후 최대 고비를 맞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 시장의 한 측근은 “경찰 압수수색과 서울시의회 논란 등 일련의 사건은 정치적 공격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2010년 무상급식 사태와 비교하는 시각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하수정/신연수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