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미뤄진 테이퍼링, 달러 강세 꺾이나
지난 3일 발표된 미국의 8월 신규고용은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느려지고 있음을 확인시켜줬습니다.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인한 것입니다. 정점 징후를 보이는 델타 변이 확산세는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추세라면 9월 고용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게 월가의 관측입니다. 경기의 일시적 바닥이 8월이 되겠지만, 9월도 급반등하지는 않을 것이란 뜻입니다.

올해 안에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실시를 예고해온 미 중앙은행(Fed)은 좀 애매해졌습니다. 지난 8월에 이어 이달에도 고용지표에서 '상당한 추가 진전'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11월 초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자산매입축소 일정을 발표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런 Fed에게 이번 주 신경쓰이는 게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유럽중앙은행(ECB)의 움직임입니다. ECB는 오는 9일 통화정책회의를 엽니다. 델타 변이 확산세가 미국보다 빨리 꺾인 유럽은 다시 경기 회복세가 고개를 들면서 물가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난주 발표된 8월 유로존의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상승했습니다. 10년 만의 기록입니다. 이 때문에 내부에서 테이퍼링 얘기가 나옵니다. 만약 ECB가 테이퍼링에서 Fed에 앞서간다면, 유로화가 힘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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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는 지난 8월17일 유로당 1.17달러를 바닥으로 이날 1.19달러까지 올라왔습니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것이란 얘기입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월가는 유로화가 올해 말 1.25달러 수준까지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었습니다.

달러화 약세는 그렇지 않아도 높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추가 자극할 수 있습니다. 수입 가격을 높일 수 있어서 그렇습니다. 만약 경기 회복은 느려지고 있는데 물가가 더 높아진다면, Fed는 테이퍼링을 할 수도 없고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증시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논란이 심화할 수 있습니다. (달러 약세는 한국 등 글로벌 증시에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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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한국경제 TV '굿모닝 한경 글로벌마켓' 인터뷰 내용입니다. 이번 주 지켜봐야할 주요 이벤트를 정리했습니다.

Q1> 지난 주말 발표된 고용 쇼크 여파로 시장의 관심은 Fed의 자산매입축소 시기가 다소 미뤄질지 촉각을 세우고 있지 않습니까?

A1> 지난 3일 아침이죠. 미국의 노동절(9월6일)을 며칠 앞두고 중요한 8월 신규고용 수치가 나왔는데요. 비농업 부문 고용자 수는 23만5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월가의 72만 명 예상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수십 개 월가 금융사 가운데 가장 적은 수치를 예상했던 TD아메리트레이드의 40만 명보다도 훨씬 적습니다. 델타 변이의 타격이 예상보다 컸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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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고용 감소 충격은 델타 변이 영향이 집중된 레저 및 접객 분야 등 일부에만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7월 고용이 94만3000명에서 105만3000 명으로 수정되는 등 6, 7월 고용은 13만4000명 상향 조정됐습니다. 또 6~8월 3개월간 평균 월간 신규고용은 75만 명으로 여전히 괜찮은 것이란 평가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치 자체가 좋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9월 21~22일 열리는 FOMC에서 자산매입축소를 발표할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게 월가의 일치된 시각입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27일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테이퍼링을 하려면 고용에서 추가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즉 자산매입 축소의 조건인 '상당한(Substantial) 추가 진전'이 인플레이션에서는 충족됐지만, 최대 고용에서는 명확한(Clear) 진전만 있었다고 밝힌 겁니다. 이날 지표를 아무리 좋게 해석한다 해도 추가적 진전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델타 변종 변화가 노동시장 약세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명백한 징후가 있다. 8월 재택근무 근로자 수는 경제가 작년 겨울 코로나 확산에서 벗어난 이후 처음으로 증가했다. 이것은 Fed가 다가오는 9월 회의에서 테이퍼를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리의 기존 견해를 뒷받침한다"라고 밝혔습니다.

Q2> 이번 주 미국의 연방정부 실업수당 혜택이 종료되면서 근로자들이 앞으로 일자리를 찾아 나설 것이란 관측이 있습니다. 9월에는 고용지표가 나아지지 않을까요.

A2> 미국은 팬데믹이 터진 뒤 기존의 주 정부가 주던 주 실업급여 외에 연방정부가 추가로 주당 300~600달러를 계속 지급해왔습니다. 이게 취업 의지를 좀먹는다는 지적에 공화당 주지사가 이끄는 25개 주는 지난 6~7월 조기 종료했고, 오는 6일 나머지 25개에서도 지급 기한이 만료돼 지급이 끝납니다.

지난 3월 미 의회가 미국 구조계획(American rescue plan) 부양법을 만들 때 지급 기한을 9월 초로 명시한 건데요. 그 이유는 9월이면 △코로나 팬데믹도 끝나고 △백신 접종도 마무리되고 △노동절 직후 휴가철도 끝나고 △학교가 개학하면서 △사람들이 직장에 나갈 것이다 이렇게 가정한 겁니다. 미국에선 휴가철을 가리키는 말로 ‘메모리얼 데이부터 레이버 데이까지’(memorial day to labor day)라는 말이 유명하죠.

그런 기대가 있었습니다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델타 변이로 인한 팬데믹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죠. 9월 초인 현재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는 8월 중순(14만 명대. 7일 이동평균 기준)보다 많은 16만 명에 달합니다. 정점 징후는 있지만, 코로나가 금세 꺾어지진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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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미국의 백신 접종률은 여전히 6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학교는 지난주 대부분 개학했지만 이로 인해 어린이들 사이에 감염이 늘고 있습니다. 전체 코로나 입원자 가운데 어린이가 차지하는 비율은 최근 2.3%까지 높아졌습니다. 작년 이맘때에는 1.8% 수준이었죠. 12세 미만 어린이들은 아직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니고, 텍사스 등 일부 주는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마스크를 쓰지 못하게 막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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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대면 수업이 중단되는 학교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7월 말부터 일부 지역에서 새 학기가 시작된 이후 31개 주에서 최소 1000개 학교가 코로나로 문을 닫았습니다. 일찍 학기를 시작하는 남부 미시시피주의 경우 이미 어린이 감염자가 1만3700여 명에 달합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미국인들은 쉽사리 직업을 찾아 다시 출근하기 어렵습니다. 보육 문제 때문에 그렇지요. 미국 많은 주에서 아이들만 집에 놔두는 건 불법입니다. 그래서 베이비시터(보모)가 있지만, 지금은 팬데믹 때문에 구하기도 쓰기도 쉽지 않지요.

이 때문에 미국 기업들도 원래 9월 사무실 근무를 재개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애플 아마존 구글 등 많은 기업이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해 내년 1월 등으로 출근 시점을 미뤘습니다.

지난 금요일 8월 고용보고서를 보면 근로자의 13.4%가 코로나로 인해 지난달 원격 근무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전달 13.2%보다 높아진 것인데, 이 수치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건 코로나 확산세가 극심하던 작년 12월 이후 처음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저조한 신규고용은 9월에도 나타날 수 있다. 일자리에 대한 좋은 소식은 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여기에 미국 남부와 북동부를 휩쓸며 막대한 피해를 낸 허리케인 아이다로 인한 부정적 효과도 지적됩니다.

판테온이코노믹스는 "9월 고용도 약할 것 같다. 10월 고용도 좀 신경이 쓰인다. Fed의 제롬 파월 의장은 테이퍼링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코로나가 정점 징후를 보이는 만큼 9월부터는 다시 고용 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MKM파트너스는 "우리는 약한 8월의 헤드라인 고용지표에 너무 많이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델타 확산은 정점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연방정부의 추가 실업급여로 인한 고용 시장 왜곡도 이제 사라진다. 학교 개학이 보육 문제를 완화할 것이고 이런 조합은 고용 회복을 다시 가속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Q3> 투자자들이 알아둘 주요 일정과 이벤트를 정리해 주십시오.

A3> 이번 주도 물가, 그리고 중앙은행들이 증시에 많은 영향을 줄 것입니다.

미국의 Fed는 오는 8일 수요일 베이지북을 발표합니다. 오는 21~22일 열리는 9월 FOMC의 기초 자료로 쓰이는 경기 동향 보고서인데요. 9월 테이퍼링 발표 가능성은 작아졌지만,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경기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물가 앙등 속에 경기가 악화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 목소리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으니까요.

같은 날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가 연설합니다. FOMC 상임 참석자이며 실질적 이인자인 그는 파월 의장과 같은 색깔의 '슈퍼 비둘기'인데요. 최근 한 달여 동안 공개 석상에서 발언을 아껴왔습니다. 일부에선 색깔을 바꾸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지금 미국 곳곳에선 집값을 포함한 물가가 급등하면서 다른 지역연방은행 총재들은 대부분 매파로 돌아선 상황입니다. 윌리엄스의 8월 고용지표 및 경기 진단, 그리고 물가에 관한 생각을 들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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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유로존, 호주,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이 통화정책회의를 합니다. 특히 9일 회의 결과를 내놓는 유럽이 중요합니다.

유럽은 최근 델타 변이가 수그러들면서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보다 상황이 좀 나아졌는데요. 그러다 보니 물가가 오르고 있습니다. 유로존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예비치는 1년 전보다 3% 상승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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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 ECB 내부에서 테이퍼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양적완화 차원에서 시행 중인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의 매입 규모 축소를 논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유로화가 강세로 돌아서고, 유로존의 금리가 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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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미국은 델타 변이에 따른 고용 회복 지연으로 테이퍼링을 늦추는데, 유로존이 앞서간다면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고, 달러화 약세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높은 미국의 물가를 더 높일 수 있습니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 물가가 올라가니까요. 그렇게 된다면 Fed의 운신의 폭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마침 10일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발표됩니다. CPI만큼 중요하진 않지만,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과연 도매 물가가 정점을 지났는지 추세를 봐야 합니다. 중국에서도 9일 8월 CPI와 PPI가 발표됩니다.

매주 목요일 발표되는 주간 실업급여 청구건수는 고용 회복 추세를 확인하기 위해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8일 발표되는 7월 구인·이직 공고(JOLTs)도 확인하시면 좋겠습니다.

아 참, 그리고 이번 주 토요일 11일은 9·11 테러 이후 20주년입니다. 미국과 뉴욕, 월가에서는 여러 가지 추모 행사가 열립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