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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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금법으론 부족하다? 가상자산업법 배경과 전망 [한경 코알라]
가상자산 시세는 작년 3월 코로나19 이슈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 및 안전자산 추구 현상으로 인해 세계증시 폭락과 더불어 크게 하락했다. 당시 비트코인은 1만200달러에서 360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시세가 바로 반등했다. 지난 4~5월까지 약 1년 간 지속적으로 가격이 상승하며 다시금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이와 같은 시세 흐름은 가상자산이 이미 시장에서는 투자군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것이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가상자산업법, 왜 발의됐나?

이후 가상자산은 비트코인 기준으로 다시 약 50% 정도의 가격 조정을 받아 지난 6~7월 3만달러 선에서 바닥권을 형성했다. 이와 같은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성 및 투자자 증가 현상 때문에 소비자 보호의 문제가 대두됐다.

그런데 최근 업계에서 가장 큰 화두인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안에 기초해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대한 신고 의무, 기본적 자금세탁방지 의무 등을 정한 법률일 뿐이다. 은행법이나 보험업법 등과 같이 해당 산업의 발전 및 이용자 보호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규제를 하고 있는 법률은 아니다.

따라서 기존 특금법만으로는 가상자산 시장 내 시세조종 등 불공정 행위를 방지하기 어렵다. 이용자들도 제대로 보호할 수 없다.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별도의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개진됐고, 이에 기초해 4개 이상의 가상자산업법안들이 발의돼 국회 검토 단계에 있다.

가상자산업법안들은 가상자산업과 관련해 폭넓은 규정을 두고 있다. 세부적인 기준에는 차이가 있으나 항목은 대동소이하다. 특금법과 달리 가상자산업을 사업의 내용에 따라 인가·등록·신고업으로 세분화하고 있다. 또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행위와 불건전 영업행위의 금지, 고객이 예치한 가상자산 예치금의 별도 보관 및 피해보상계약 등 가상자산업 전반에 관한 다양한 사항들을 규율하고 있다.

"필요하다" vs "시기상조다"

가상자산 관련 별도의 입법 필요성 및 방향에 대해선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별도의 입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가상자산을 제도권 내로 편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 개정된 특금법의 시행효과를 지켜보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금융위원회는 국제논의 동향 및 해외 사례 등을 충분히 검토하고, 제도화 논의 과정에서 과도한 기대에 따른 투기 수요나 시장 불안을 일으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으로 이해된다. 현재 특금법을 통해 가상자산사업자 진입규제, 이용자 재산 보호 등 기본적인 제도화가 이뤄져 있으므로 우선은 특금법상 제도를 이용해 시장 건전화 및 연착륙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현재 가상자산 관련 규제들이 도입 초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사업과 업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지나치게 이용자 보호 및 규제 일변도라는 점을 비판하는 견해도 존재한다. 과거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과 논의는 가상자산의 급격한 가격 변동성에 기초한 개인들의 거래소 내 투자에 한정해 주로 이뤄졌다. 이에 대해 가상자산 투자를 투기로 치부하는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하고 정부는 미온적으로 대응해 온 것이 사실이다.

질적 성장 거듭하는 가상자산

그런데 가상자산 시장은 거래규모의 급속한 양적 성장 외에도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서비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발명품, 예술작품으로 취급되기도 하는 NFT(대체 불가능 토큰) 시장의 발달 등 질적인 성장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의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 시도, 페이스북의 리브라 코인 발행 시도, 각국의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모의 실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등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기술을 실제 비즈니스 모델에서 활용하려는 다양한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들의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관련 규제에 대한 논의도 과거에 비하면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의 논의도 과거 2~3년 전에 비하면 상당히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도 특금법에 이어 가상자산업법 등 관련 법률이 추가로 입법된다면 이는 명실상부 가상자산 및 관련 산업이 제도권 내에 편입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감독당국의 가상자산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일시에 해소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기술 발전에 따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코로나19 등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비대면 시장의 활성화 등에 비춰볼 때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기술이 각종 산업 전반에 좀 더 깊숙이 침투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일석 변호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금융회사 관련 규제 및 컴플라이언스, 핀테크·IT 규제 등의 분야에서 법률자문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상자산(암호화폐)을 비롯한 금융혁신 분야에서 발생하는 이슈에 대해 가상자산 거래소 및 핀테크 관련 기업에 상시적으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과 가상자산 거래소 임원들 관련 형사사건에서 수사·공판 단계 전반에 걸쳐 성공적인 방어를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