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는 지난달 20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인천과 울산에 수소연료전지 생산을 위한 신공장을 지을 예정으로, 투자 금액은 1조3216억원에 달한다는 내용이었다. 올 하반기 착공에 들어가 2023년부터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날 발표는 수소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는 ‘신호’가 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수소연료전지를 자동차뿐 아니라 열차·선박·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에 적용할 계획이다.

○수소 밸류체인 주가 급등

최근 주식시장에서 수소산업 밸류체인에 포함된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수소연료탱크 제조사인 일진하이솔루스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첫날 ‘따상’을 기록했다. 지난 1일 공모가 대비 두 배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상한가를 기록해 8만9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음 거래일에도 2.81%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시가총액은 단숨에 3조원을 넘어섰다. 일진하이솔루스는 2014년 세계 최초로 현대차 투싼 수소차에 수소탱크를 공급한 데 이어 2018년부터 수소전기 전용차 모델인 넥쏘에 수소연료탱크를 공급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의 핵심 소재인 고분자전해질막(멤브레인)을 만드는 상아프론테크는 지난 8월 한 달간 30.81% 상승했다. 상아프론테크는 45년 이상 쌓은 불소수지 가공 기술을 활용해 고품질 PTFE 나노 멤브레인을 국산화했다.

국내 수소충전소 점유율 1위이자 독일 린데와 손잡고 세계 최대 규모 액화수소 공장을 건립할 예정인 효성중공업, 수소차에 들어가는 수분제어장치와 막전극접합체(MEA)를 생산하는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수소 관련주로 분류되며 주가가 올랐다.

국내외 호재는 이어질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30년까지 미국 신차의 절반을 친환경차로 출시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EU)에서는 탄소 감축 목표를 상향하면서 주요 도로 150㎞마다 수소차 충전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등 각종 정책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8일에는 현대차, SK, 롯데, 포스코, 한화, 현대중공업, GS, 두산, 효성, 코오롱 등 10개 그룹이 주축이 된 수소기업협의체가 공식 출범한다. 시장에서는 수소·연료전지 테마가 전기차·2차전지 테마에 비해서는 아직 규모가 작지만 장기 성장 가능성은 오히려 크다고 분석한다.
왼쪽부터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과 2족 직립 보행 로봇 ‘아틀라스’,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  현대차 제공
왼쪽부터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과 2족 직립 보행 로봇 ‘아틀라스’,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 현대차 제공

○친환경차 밸류체인 사들인 외국인

수소산업뿐만 아니라 친환경차 관련 생태계 전반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8월 국내 대표 반도체 주식인 삼성전자를 6조4696억원, SK하이닉스를 1조5426억원어치 팔아치웠다. 그런 와중에도 친환경 모빌리티, 2차전지, 2차전지 소재주는 꾸준히 사들였다. 삼성SDI, 기아, 에코프로비엠,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이 대표적이다.

전기차 배터리 관련주에서는 삼성SDI가 LG화학을 제치고 ‘대장주’ 자리를 꿰찼다. 미국 공장 증설을 예고한 게 호재로 받아들여졌다. 지난달 주가는 7.02% 올랐다. 미국 공장을 통해 피아트, 크라이슬러, 지프, 마세라티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스텔란티스와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에 배터리를 공급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수급 차원의 호재도 있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와 에코프로비엠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 편입이 확정되면서 투자가 몰렸다.

관련 기업 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친환경차 관련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좋았다. 관련 ETF에 투자하면 친환경차 소재·부품부터 완성차, 관련 생태계까지 한 번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TIGER 퓨처모빌리티는 지난 8월 11.71%, 네비게이터 친환경자동차밸류체인이 7.30%, KODEX K-미래차가 4.82% 상승세에 올라탔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오히려 소폭 하락했다.

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