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 현실화되는 기간이 결국 올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과거 사례를 근거로 판단할 때 테이퍼링이 미국 증시의 전반적인 추세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워낙 말이 많았던 만큼 테이퍼링을 경계하며 포트폴리오를 교체하려는 투자자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이런 투자자에게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과 함께 적절한 수준의 배당 전략을 겸비한 배당성장주가 적절한 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

과거 테이퍼링이 진행됐던 2014~2018년 사례는 테이퍼링이 주식시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유용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당시 주식시장 흐름을 보면 큰 추세에는 변화가 없었으나, 연평균 수익률은 테이퍼링 이전 대비 다소 하락했음을 알 수 있다. 매년 두 자릿수로 주식시장이 상승한 랠리는 멈춘 대신, 배당을 포함해 연간 평균적으로 10%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었던 국면은 이어졌다. 배당 포함 연평균 10%에 근접하는 수익률은 S&P500지수의 장기적인 기대 수익률에 해당한다. 테이퍼링이 주는 가장 중요한 신호는 주식 투자의 기대 수익률을 과거 평균적인 수준으로 다소 낮출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과거 테이퍼링이 주식시장에 미쳤던 또 하나의 영향은 차별화다. 유동성이 넘쳐나는 국면이라면 기업 가치와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났다. 그러나 테이퍼링이 진행되면 구조적인 성장 기반이 뒷받침되는 기업으로 매수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종목 간 차별화가 심화되는 테이퍼링 기간에는 배당성장주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 배당성장주란 이름 그대로 장기적으로 배당을 꾸준히 높여온 기업이다. 일정 수준의 배당을 지급하면서도,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또한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현금 흐름을 보유한 기업이 배당성장 기업이다. 강력한 현금 흐름이 가치를 뒷받침하면서도 잠재적인 성장잠재력을 보유한 기업이므로, 테이퍼링에 대비한 투자로는 상당히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미국의 배당성장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로는 Vanguard Dividend Appreciation ETF(티커명 VIG)를 꼽을 수 있다. 이 ETF는 과거 10년 이상 꾸준히 배당을 늘려온 미국의 대형 기업에 주로 투자하며, 편입된 종목 수는 240개에 달한다. 장기적인 배당의 성장이라는 재무제표를 근거로 종목을 선별한 만큼 특정 업종이나 테마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테이퍼링에 대비해 포트폴리오를 교체하고 싶은 투자자라면 이 ETF를 주목해도 될 것이다.

김도현 <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