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학생 손에 유출돼…경남교육청 "대대적인 감사 착수"
이중잠금돼 있어야 할 시험지가 상담실에 덩그러니…관리 엉망
교무실 내 평가관리실에 이중 잠금상태로 보관돼 있어야 할 시험지가 학생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상담실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가 결국 학생에 의해 사전 유출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학교 측의 시험지 관리 소홀이 도마 위에 올랐다.

6일 경남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모 고등학교는 지난 1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를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오전 9시 전후로 시험지를 배부받았다.

학교 측은 관련 지침에 따라 이 시험지를 즉시 교무실에 있는 평가관리실로 옮겨 이중 잠금 해 보관해야만 했다.

평가관리실 바깥에는 CCTV가 설치돼 있는 등 관계자 외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다.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인지 모의평가 시험지는 CCTV도 없고 학생들의 출입이 자유로운 진학상담실로 옮겨졌다.

시험지는 상자 안에 담겨 바닥에 줄줄이 놓여 있었다.

시험지가 학교에 도착한 이후 시험 당일까지 이틀의 시간이 있었던 만큼 학생들이 그 사이 상담실 주변이나 안팎을 오가며 해당 장소에 시험지가 보관돼 있음을 인지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학교 측의 허술하고 황당한 시험지 관리는 결국 사전 유출로 이어졌다.

3학년 A 학생은 지난달 31일 밤 아무도 없는 학교로 들어가 진학상담실에 들러 세계지리 과목 시험지 상자를 뜯고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은 뒤 원 상태로 봉인해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학생은 당시 CCTV가 있는 중앙현관을 이용해 출입한 것이 아니라 1층 한 창문을 통해 남몰래 건물로 진입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았다.

학교 건물 출입관리조차 허술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험 당일 문제지 배부에 나선 교사는 상자 봉인이 훼손된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도교육청은 파악했다.

도교육청은 해당 학교가 시험 관리를 총체적으로 소홀히 한 것으로 보고 대대적인 감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또 학생 진술의 사실 여부, 다른 과목의 추가 유출 여부 등도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시험지 관리 부분에 있어 집중적으로 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감사는 도교육청에서 하되 필요하다면 경찰 수사에도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