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석의 메디토크] 보건의료 총파업은 막았지만…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2일 예고한 총파업은 강행되지 않아 다행히도 ‘의료대란’을 막을 수 있었다. 이날 새벽 2시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보건의료노조와 보건복지부의 극적 합의로 실제 파업까지 가지 않았다. 언론들은 ‘마라톤 협상’ ‘철야 극적 합의’ 등의 표현을 써가며 보도했다. 현재의 팬데믹(대유행) 추세 속에 파업이 이뤄졌다면 코로나19 감염증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의료기관과 선별 진료소에 막대한 혼란이 초래됐을 것이다. 협상 테이블에선 이 점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내용을 보면 코로나19 의료 인력의 생명안전 수당,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비율 개선, 감염병 전문인력 등 인력 확대부터 공공의료, 국립중앙의료원 기능 확대, 국립대학병원과 사립대학병원의 관할 부처·역할,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및 의사 인력 문제 등 보건 현안에 대한 합의가 포함돼 있다. 병원의 간호 인력 확대와 보호자 없는 간호간병서비스는 필자도 이미 오랫동안 주장했다. 문제는 재정 부담을 누가 짊어질 것인가에 있다. 국민건강보험에서 맡을지, 국고로 해결할지가 숙제인 것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기본소득 보장과 같은 복지 예산의 증대가 뜨거운 감자다. 하지만 국민 안전의 필수 요소인 보건 예산은 소외돼 있다. 이번 합의를 실행하려면 막대한 예산 증대가 필요한데 정치권, 예산당국의 정책과 철학도 궁금하다. 여러 대통령 후보자와 캠프의 다양한 정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 분야에 대한 의견과 쟁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정책에 별문제가 없어서 그런지, 각 캠프가 아직 고민한 바가 없어서인지, 기다려봐야 하는 것인지.

보건의료노조의 이번 파업과 관련해 최근 보도된 복지부 산하 기관인 국립의료원장의 감염병 병원 건립 관련 의견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보건의료노조 파업 사태에 대한 의견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정부, 특히 상급기관인 기획재정부와 복지부의 비협조 내지는 무능을 비난한 것이다.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정책 수립과 실행의 책임 당사자일 수 있는 기관장들이 제3자나 낼 수 있는 이런 의견을 내는 때는 직을 그만둘 때가 아니라면 당사자들이 상급 기관보다도 소위 실세인데도 정책이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일 것이다. 보건의료노조와 정책 방향에서 의견이 같으니 공통된 타깃은 예산 부서인 기재부와 정책을 실행하는 복지부다. 많은 현안의 이해당사자인 의사단체는 상대적으로 무력하게 불만을 드러내는 성명만 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준비도 돼 있지 않고 정책 수립에 우군도 없어 보인다. 공공의료와 관련된 이슈에서는 앞으로도 상황이 비슷할 것이다.

여하간 이번 합의문에서 진일보한 것은 간호사 1인당 환자 수와 같은 인력 기준을 제시하고 인력에 대한 정당한 보수에 관련한 내용을 포함한 것이다. 공공의료기관을 많이 짓는 것까지는 일회성 국가 예산으로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지어 놓은 의료기관이 부실화되지 않고, 그 안에서 우수한 보건의료인력이 일할 수 있으려면 충분한 인건비가 확보돼야 한다. 또한 건강보험에서 지급되는 의료비 현실화가 지속적 운영을 담보할 수 있다. 현재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의료기관의 부실한 수입, 지출만 확인해 봐도 무조건 기관을 설립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무책임한 정책인지 알 수 있다. 건강보험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예산 부처에서 매년 지원하는 막대한 운영비 예산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보건의료노조가 던진 화두에 책임 있는 당사자들의 슬기로운 대책이 세워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