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로 2016년 영국 맨부커 국제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이 5년 만의 신작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를 오는 9일 출간한다.

신작은 잡지사 기자 출신 작가 경하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제주 4·3 사건을 다룬다. 경하는 한 도시에서 벌어진 학살을 다룬 소설을 2014년 발표한 이후 악몽에 시달린다. “처음에는 직접적인 폭력이 담긴 꿈들이었다. 공수부대를 피해 달아나다 어깨를 곤봉으로 맞고 쓰러졌다. 엎어진 내 옆구리를 발로 차서 몸을 뒤집던 군인의 얼굴을 이제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착검한 총을 두 손으로 모아쥔 그가 힘껏 내 가슴을 내리 찔렀을 때의 전율만 남아 있다.”

4년이 흘러 경하는 손가락을 다친 친구 ‘인선’ 대신 인선이 키우던 새를 돌보기 위해 제주도로 향한다. 언젠가 인선이 들려준 어머니의 일화를 떠올린다. “어린 자매가 마침내 가족들의 시신을 찾아내 장사를 치른 과정에 대해서도, 그 후 어떤 끈기와 행운으로 살아남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았어. 오직 그 눈(雪)에 대해서만 말했을 뿐이야.”

경하에게는 작가 자신이 투영돼 있다. 한강은 잡지사 샘터에서 기자로 일하다 시인(1993년)과 소설가(1994년)로 등단했다. 2014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를 펴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단편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과 ‘작별’에 이은 한강의 눈(雪) 3부작을 완결하는 작품이다. 2019년 계간 ‘문학동네’에 일부가 실렸다. 처음엔 중편으로 예상했지만 분량이 길어져 장편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설명이다.

한강은 이상문학상, 황순원문학상, 김유정문학상 등을 받으며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2016년 맨부커 국제상을 수상했고 2018년 《흰》으로 같은 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