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진 진시스템 대표가 반려동물 진단 등 신규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이주현 기자
서유진 진시스템 대표가 반려동물 진단 등 신규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이주현 기자
분자진단은 정확도가 99%에 달해 코로나19 확진용으로 쓰이지만 속도와 편의성 면에서는 항원항체진단 등에 비해 뒤떨어진다. 대당 5000만원이 넘는 실험실용 장비가 필요하고 2시간이 지나야 검사 결과를 받을 수 있다. 최근 국내외 진단업체들이 이런 단점을 극복한 제품을 잇따라 내놓는 이유다.

진시스템은 5㎏에 불과한 휴대용 진단 장비로 30분 내에 분자진단이 가능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서유진 진시스템 대표는 “통상 5~10개 유전자를 검사하는 기존 진단 방식과 달리 최대 25개 유전자를 검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전자 증폭 시간 90→30분 단축

분자진단에 2시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검사할 DNA를 충분한 양으로 불리는 증폭 과정에만 90분가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DNA 1개를 2개로 만드는 과정에서 효소 등의 물질을 붙이는데 이 과정에서 증폭 장비로 검체 온도를 40~90도에서 내리고 올리는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이 과정을 20~30번 거쳐야 확진으로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DNA 양이 모인다.

진시스템은 기존 방식인 튜브가 아니라 편평한 바이오칩을 써서 이 과정을 30분으로 줄였다. 액체로 된 진단시약을 바이오칩 위에 얇게 펴서 건조시킨 것이다. 검체와 추출시약을 이 칩에 넣은 뒤 검사장비에 장착하면 된다. 진단시약이 칩에 장착돼 있다 보니 수작업으로 시약을 튜브별로 나눠 넣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졌다.

이 회사의 진단 장비 가격은 1000만원 수준. 해외 경쟁 제품 대비 5분의 1밖에 안 되는 가격이다. 가격이 내려가니 중소형 병원에서도 구입하기가 쉽다. 서 대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중동의 중소형 병원에서 코로나19 진단용으로 공급하면서 실전 경험도 쌓았다”며 “진단시약을 처음부터 고체 형태로 배치해 검사 가능한 유전자를 100개까지 늘릴 수 있는 후속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반려동물·식중독 진단 시장 진출

이 회사가 눈여겨보는 진단 사업은 반려동물 진단 분야다. 국내 동물병원 3500여 곳 중 2000곳에 진단 장비를 공급하는 게 목표다. 저렴하고 소형화된 장비와 짧은 진단시간, 수십 개 유전자를 동시 검사하는 제품 특성을 모두 살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통상 반려동물의 감염병 여부를 진단할 땐 동물병원에서 검체를 채취해 검사기관에 보낸다. 검사기관이 2~3일 후 검사 결과를 동물 보호자에게 개별 통지하는 방식이다. 서 대표는 “현장에서 바로 검사하게 되면 수술 등 다른 치료를 곧바로 받으려는 수요가 늘어 수의사의 수익성도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식품 진단 시장도 눈여겨보고 있다. 휴대용 진단장비로 식품 제조 현장에서 식중독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하면 식중독 발병을 막을 수 있다는 게 서 대표의 설명이다. 진시스템은 이미 말레이시아에 할랄 음식 여부를 확인하는 진단제품을 공급하면서 식품 진단키트를 개발한 경험이 있다. 코로나19, 독감 등 호흡기 질환 5종을 검사할 수 있는 진단키트 개발도 마쳤다. 독감과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지켜보며 출시 시기를 잡을 계획이다.

이 회사는 검사할 DNA 종류에 따라 진단시약의 성분 일부만 바꾸면 바로 진단시약을 개발할 수 있도록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서 대표는 “다른 기업처럼 검사할 검체 종류에 따라 추출시약, 진단시약 등을 새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없다”며 “검체별로 진단시약을 신속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살려 진단시약 위탁생산(CMO)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