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월급쟁이 사장’도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업자등록상 대표라 해도 비용 지출, 인력 고용 등 주요 업무에 대해 다른 사람이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고용된 근로자라는 것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유환우)는 사망한 A씨 배우자가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은 결정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한 패러글라이딩 업체의 사내이사 겸 대표인 A씨는 2018년 11월 업무 중 1인용 패러글라이딩 비행을 하다가 추락 사고로 숨졌다. 회사 대표는 당초 A씨의 손아랫동서 B씨였다가 사고 발생 4개월 전 A씨로 변경됐다. A씨 유족은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회사 대표자로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거절했다. 이에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회사의 형식적·명목적 대표자이지만 실제로는 사업주인 B씨에게 고용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을 취소하라는 선고를 내렸다. B씨가 A씨를 고용하며 ‘전문경영인 근로계약서’를 쓴 점, B씨가 회사 최대주주인 데 반해 A씨는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점 등이 판단 근거가 됐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