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태 칼럼] 탈원전 블랙리스트, 그냥 덮어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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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 후 탈원전 반대파 숙청
환경부 블랙리스트는 빙산의 일각
이대로 넘어가도 되는 것인가
정종태 편집국 부국장
환경부 블랙리스트는 빙산의 일각
이대로 넘어가도 되는 것인가
정종태 편집국 부국장
![[정종태 칼럼] 탈원전 블랙리스트, 그냥 덮어둘 건가](https://img.hankyung.com/photo/202109/07.21312013.1.jpg)
당시 대선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일방적 게임으로 치러졌다. 그때 문 후보가 내건 대표적 에너지 공약이 탈원전. 산업부에서 에너지정책을 총괄했던 그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문 후보가 당선돼 공약이 시행되기라도 하면 기존 정책을 다 뒤집어야 하기 때문. A는 수소문 끝에 공약 입안자가 모 대학 B교수라는 걸 알아내고 만남을 요청했다. B와 마주한 자리에서 그는 “탈원전이 그렇게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며 훈계하듯 얘기했다.
B가 누군지 아마 짐작할 것이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다. 지금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와 관련, 배임교사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그가 당시 탈원전에 반대한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교체하라고 지시한 것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밝혀져 블랙리스트 논란이 불거진 걸 보면서 “저건 빙산의 일각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운규가 장관이 되고 나서 산업부 에너지라인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에너지자원실장 A가 경질됐고 산하 4개 국장급 자리도 전부 바뀌었다. 탈원전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 소신 있는 산업부 공무원들은 번번이 퇴짜를 맞으면서도 세 번에 걸쳐 ‘탈원전은 무리’라는 보고서를 정권 인수위(국정자문위)와 청와대에 보고했는데, 그게 밉보인 것이었다.
앞서 백운규 전 장관은 국회 상임위에 출석해 이런 발언을 던진다. “국정철학을 같이 못 하는 공공기관장은 함께 갈 수 없다.” 이른바 탈원전 블랙리스트를 예고한 발언이었다.
문 정부 초대 환경부 장관이던 김은경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올초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과거 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장의 사표를 종용하고, 청와대가 점찍은 내정자가 임명되도록 한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은 것이다.
산업부 에너지라인 숙청 과정을 지켜봤던 사람들은 산업부에 비하면 환경부 블랙리스트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본다. 박근혜 정부 초기 특정 문화계 인사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했다는 이유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2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비하면 탈원전 블랙리스트는 너무나도 직접적이고 노골적이며 중대한 사안이다. 그냥 넘어가도 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