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에 채권 투자 바람이 거세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받는 채권에 기관투자가 매수세가 붙고 있다. 작년 봄 연 10%를 훌쩍 넘었던 미국 투기등급(하이일드) 채권 수익률이 연 3%대까지 떨어졌다.

美 투기등급 채권 사재기…수익률 3%대 '뚝'
미국 채권 시장에서 이전엔 잘 취급하지 않던 중소기업 채권까지 사재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량 등급 채권만으로는 도저히 기대 수익률을 맞출 수 없어서다.

블룸버그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미국 투기등급 채권의 평균 수익률은 최근 연 3.53%까지 하락했다. 역대 최저치다. 이달 초엔 연 3.82%로 소폭 상승했지만 팬데믹 직전과 비교하면 1%포인트 이상 낮다. 투기등급 채권 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 최고 연 22.81%, 지난해 3월엔 연 11.57%까지 치솟았다.

투기등급 채권 금리가 역대급으로 낮아지면서 채권 운용역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기대 수익을 맞추지 못하는 것은 물론 향후 부실화 가능성 부담까지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트리플 C’ 이하의 하이일드 채권을 매입하면 높은 등급 채권보다 조금이라도 수익을 더 낼 수 있다. 올해 초만 해도 투자자들이 트리플 C 등급 채권을 사면 연 2.79%포인트의 추가 수익(스프레드)을 기대할 수 있었다. 바로 위 등급 채권과 비교해서다. 하지만 지난 7월 추가 수익은 연 1.51%포인트로 축소됐다. 2007년 등 예외적인 시기를 빼놓고선 20년 새 가장 낮은 수치다.

일부 투자회사는 색다른 투자 전략을 펴고 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매닝&네이피어는 작년 가을부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3대 신용평가사에서 등급을 매기지 않은 회사채를 골라 투자하고 있다. 3대 신용평가사가 평가하지 않은 채권에 투자하는 대신 연 5% 정도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일반 하이일드 채권의 평균 수익률에 비해 최대 1.5%포인트 정도 높다.

다만 유동성이 낮은 채권을 보유하는 건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는 전략이란 지적이다. 시장 침체기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