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정 협치 또 협치…권영진 시장의 '통합 승부수'

부시장에 여당 인사 영입
대구 이미지 탈바꿈 효과

‘여야협치’ 시대를 연 홍의락 전 경제부시장(오른쪽)이 지난 1일 개최된 퇴임식에서 권영진 시장으로부터 기념패를 받고 있다. /대구시 제공

국민의힘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인 권영진 대구시장은 홍의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난해 7월 경제부시장으로 영입해 각 지자체 및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홍 전 부시장은 지난 2일까지 1년2개월간의 재임 기간 대구도심융합특구와 도시철도 엑스코선 예비타당성조사(예타) 통과, 대구국가로봇테스트필드 유치에 역할을 톡톡히 했다. 두 사람의 협업은 “지자체 협치의 새 이정표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권 시장과 홍 전 부시장의 협치는 지난해 총선에서 여당 의원 2명(김부겸 국무총리·홍 전 부시장)이 모두 낙선해 여당과의 의사소통 통로가 끊긴 상황에서 권 시장이 던진 승부수였다. 이 카드는 결과적으로 국책사업 유치라는 성과도 냈지만, ‘보수’ 색채가 강한 도시에서 이뤄진 실험이라는 점 자체로 정치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태일 장안대 총장은 “대구라는 지역이 지닌 상징성을 감안할 때 권영진 시장의 협치는 과거 남경필 전 경기지사가 펼쳤던 협치보다 더 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권 시장은 첫 임기 때부터 시민사회와 진영을 넘어선 협치를 시작했는데, 홍의락 전 부시장과의 협치는 그 연장선상에서 이룬 성과로 정치사에 남을 만하다”고 강조했다.

권 시장의 협치는 박수도 받았지만, 지역 내 국민의힘 진영으로부터 강한 견제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권 시장은 “중앙·지방정치 할 것 없이 ‘우리 당이 아니면 무조건 반대한다’는 편협함의 논리가 사회를 짓누르고 있다”며 “대구가 이 같은 편협함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권 시장은 구미 KTX 역사 신설을 건의하기 위해 김부겸 총리를 지난달 26일 찾기도 했다. 대구시장인 그가 구미의 현안을 다루기 위해 김 총리를 만난 것은 장세용 구미시장이 지난달 12일 대구 취수원 문제 해결에 전향적 자세를 보인 데 대한 화답이었다.

장 시장은 “지역 간 상생을 위해 취수원 공동 이용을 받아들이겠다”는 조건부 수용의 뜻을 밝혔다. 이는 30년 묵은 물 문제 해결의 실마리로 작용할 전망이다. 권 시장은 “취수원과 통합신공항 이전 등은 지역민과 정치인들 각각의 견해와 이해관계가 첨예하기 때문에 정치적 유불리만 계산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며 “정치인의 이익이 지역 주민의 이익 위에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현재 진행 중인 통합신공항, 물 문제 등 지역 거대 현안과 관련해 “군위, 의성, 구미, 넓게는 대구·경북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인데 소지역주의나 편협한 당의 논리를 앞세우면 대구·경북의 미래는 기대할 수 없다”며 “정치권을 포함해 시·도민이 다양성, 개방성, 포용성의 미덕을 발휘할 때”라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