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인정 등 공판전 심리만 10년가까이 40차례 이상 진행
9·11 앞두고 테러용의자 재판 18개월만에 관타나모서 재개
2001년 미국 뉴욕 무역센터 등에 대한 9·11 테러 20주년을 앞둔 가운데 용의자 5명에 대한 재판이 오는 7일(현지시간) 재개된다.

CNN방송 등은 테러 주모자로 알려진 알-카에다의 전 작전사령관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를 비롯한 용의자 5명에 대한 공판 전 심리 절차가 이날부터 17일까지 예정돼 있다고 6일 보도했다.

이들은 현재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돼 있다.

이들의 심리는 작년 2월 마지막으로 열린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탓에 보류됐다가 18개월여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9·11 테러 20주년을 4일 앞둔 시점이자 미국이 지난달 말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해 20년 된 최장 전쟁을 끝낸 직후에 열리는 것이기도 하다.

이들 5명의 용의자는 2002~2003년 파키스탄에서 체포됐지만 정식 재판은 계속 지연됐다.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약속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뉴욕연방법원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미 본토에 테러범을 데려올 순 없다는 이유 등으로 거센 정치적 논란이 일었다.

결국 2012년 5월 관타나모 특별군사법정에서 재판을 받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9·11 앞두고 테러용의자 재판 18개월만에 관타나모서 재개
그러나 지금까지 40차례가 넘는 공판 전 심리만 이뤄졌을 뿐, 정식 재판에는 들어가지도 못한 상태다.

피고인이 어떤 증거물에 접근할 수 있도록 검사가 허용할 것인지, 연방수사국(FBI)의 심문을 통해 확보된 정보를 재판에서 인정할 것인지 하는 쟁점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탓이다.

피고인들은 고문을 받았기 때문에 해당 심문 자료를 증거로 허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CNN은 피고인 5명이 모두 심한 고문을 당했지만, 당시 조지 부시 행정부는 고문이 아니라 '강화된 심문 기술'이라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쿠바 영토지만 미국이 해군기지를 설치해 관리하는 관타나모에 위치한 이 수용소는 9·11 테러 후 용의자 등을 수용하기 위해 연 시설로, 고문과 인권 침해로 숱한 논란이 제기됐다.

한때 이곳 수감자는 약 800명에 달했지만 오바마 행정부 때 197명이 석방되는 등 점점 줄었고 현재 39명이 남아 있다.

이 중 11명은 범죄 혐의로 기소됐지만, 나머지 28명은 기소조차 되지 않은 채 수용돼 있다.

기소 안 된 28명 중 10명은 본국 송환 권고 결정을 받은 상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내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은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