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학기 개강 앞두고 '남녀 구분' 지침…히잡 차림·출입문 구분
학생 "끔찍하다" 불만 속출…탈레반 "최선의 방법" 옹호
강의실 한가운데 커튼쳐서 남녀구분…불안에 떠는 아프간 대학
아프가니스탄 대학에서 강의실 한가운데 커튼을 친 채 개강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6일(현지시간) 전했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이후 각 대학에는 가을 학기 개강을 앞둔 시점에 이같이 남녀를 구분해야 한다는 지침이 전달됐기 때문이다.

문서로 내려진 지침에서는 히잡 착용, 여학생 출입문 구분, 여학생에게는 여교수가 강의, 남녀 따로 강의실 배정 등을 적시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특히 강의실이 넓지 않은 경우에는 커튼으로 남녀를 구분하라는 게 탈레반의 지침이다.

이 때문에 카불, 칸다하르, 헤라트 같은 대도시에서는 대학 강의실과 교정에서 학생이 수업을 듣거나 교수가 강의할 때 남녀를 구분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 돌아다니는 사진을 보면 카불의 아비센나 대학 강의실에서는 한가운데 회색 커튼이 내려져 있으며, 한쪽엔 남학생만, 다른 쪽엔 히잡 차림의 여학생만 따로 앉아 있다.

학생들은 불만을 터트렸다.

카불대에 다니는 21살 여학생은 "커튼을 치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면서 "강의실에 들어갈 때마다 끔찍한 기분이 든다.

20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탈레반은 20년 간 아프간에 주둔했던 미군이 지난달 철수하면서 다시 정권을 잡았다.
강의실 한가운데 커튼쳐서 남녀구분…불안에 떠는 아프간 대학
탈레반이 미국 침공 전까지 집권했던 1996∼2001년엔 소녀와 여성이 학교에 가는 것을 금지하는 등 무자비하게 여성을 탄압한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이번엔 국제 사회가 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 되자 탈레반은 이슬람 법에 따라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다.

그러다 가을 학기 개강이 다가오자 각 대학에는 남녀를 구분하라는 지침이 등장했다.

다만 이 지침이 탈레반 공식 입장인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탈레반 대변인은 이와 관련한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 탈레반 간부는 커튼으로 강의실을 구분하는 게 "한 명의 교수가 양쪽 학생에게 강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선의 방법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이런 시국이 되자 대학가에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헤라트대 언론학 교수는 한시간짜리 강의를 30분씩으로 나눠 먼저 여학생이 강의를 듣고 나가면 남학생에게 강의를 하기로 했다.

그러자 개강 첫날인 6일 수강생 120명 중 출석한 학생이 30명에도 못 미쳤는데, 이는 이미 수많은 학생이 아프간에서 빠져나간 데다 탈레반의 언론 통제로 학과 분위기도 안 좋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학생들이 매우 불안해했다"면서 "수일 내 차기 정부가 규정을 발표할 테니 계속 수업에 나와 공부를 하라고 말해줬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강의실 한가운데 커튼쳐서 남녀구분…불안에 떠는 아프간 대학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