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강윤성, 금전 문제로 살해…성폭행 정황은 없어"

경찰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56)이 금전적인 문제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7일 강씨를 검찰에 송치한 직후 “강씨는 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고, 성폭행을 의심할만한 정황은 없다”며 “1차 범행 전 식칼과 절단기를 구매했기 때문에 100% 계획범죄인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범행 전 도구 준비...1차 범행 100% 계획

강씨는 지난달 26일 40대 여성 A씨를, 29일에는 50대 여성 B씨를 살해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강씨는 범행을 위해 지난달 26일 오후 6시 20분쯤 서울 송파구 거여동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 40대 여성 A씨를 데리고 간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에 이용할 식칼과 절단기는 미리 준비한 상태였다.

이후 강씨는 식칼로 피해자를 위협하고 살해한 후 A씨의 신용카드를 빼앗았다. 경찰은 이에 대해 강씨에게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튿날 아침에는 위치 추적을 피하기 위해 A씨의 휴대폰을 버렸다. 이후 A씨의 카드를 이용해 500만원 상당의 휴대폰 4대를 산뒤 되팔았다. 강씨가 B씨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휴대폰을 되판 것으로 추정되나, 실제로 B씨에게 돈을 갚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강씨는 오후 5시 31분쯤 지하철역 몽촌토성역 5번 출구 근처에서 절단기를 이용해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

두 번째 범행을 저지른 것은 지난달 29일 오전 3시 30분께 잠실한강공원 주차장에서다. 강씨는 피해자 B씨의 차량에서 B씨를 살해했다. 강씨는 이날 오전 8시쯤 송파경찰서에 “사람을 살해했다”며 자수해 체포됐다.

◆돈 빌려달라는 요구 거절하자 살해

경찰은 강씨가 금전적인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강씨는 “피해자 A에게 돈을 빌리고자 했으나 거절당하자 살해했고, 피해자 B는 자신이 빌려준 돈을 갚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해 죽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계좌이체 내역을 통해 강씨와 피해자 간의 금전거래 내역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성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DNA 감식 결과 성폭행이라고 볼만한 내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포승줄에 묶인 채 송파경찰서 앞 포토라인에 선 강씨는 취재진에게 “성관계를 거부해 살해한 게 아니라 금전적 문제로 범행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강씨가 어떤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유인했는지, 피해자들이 강씨의 전자발찌 착용 여부를 알고 있었는지 등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모두 강씨가 올해 5월 출소한 이후 강씨와 알게 된 사이였다.

경찰은 강씨가 피해자 A씨를 살해하기 전 제3의 여성을 유인하려던 정황도 발견했다. 전화번호 착오 등으로 만남이 성사되지 않자 강씨가 범행 대상을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여성은 강씨가 자신을 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강씨가 이 여성과 만났다면 살인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고 살인예비 혐의도 적용했다.

◆경찰, 초동조사 미흡 인정

경찰은 도주하는 강씨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조사가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경찰이 강씨가 두고 달아난 렌트카를 발견하고도, 정작 차량을 제대로 수색하지 않아 내부에 있던 살해 도구를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강씨가 강력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알 수 없었고, 자살 가능성이 있는 인물의 행적을 확인하는데 주력하고 있었다”며 “차량 내부 수색이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철저히 수색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달 28일 오전 9시 12분경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 중인 강윤성이 탄 타량이 서울역 방향으로 이동 중이며, 자살 가능성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당시 강씨는 첫 번째 피해자 A씨를 살해한 뒤 전자발찌를 끊고 렌트카로 도망치고 있었다. 다만 당시 경찰과 보호관찰소 모두 강씨가 살인 행위를 저지른 것은 알지 못했다.

강씨는 타고 있던 차량 제네시스를 버리고 도주했고, 경찰이 곧 차량을 발견했다. 차량 내부에는 강씨가 전자발찌를 끊는데 사용한 절단기와 범행에 사용한 흉기가 있었다. 그러나 경찰이 당시 차량을 수색하지 않아 뒤늦게 렌트카 업체가 흉기 등을 발견해 경찰에 넘겼다.

◆싸이코패스 검사·프로파일링 결과는 아직

싸이코패스 검사 결과와 프로파일링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경찰은 “프로파일링 결과는 일주일 넘게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경찰은 강씨에게 살인·강도살인·살인예비·사기·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6개 혐의를 적용해 서울동부지검에 송치했다. 강씨는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될 예정이다.

강씨는 이날 오전 8시쯤 포승줄에 묶인 채 송파경찰서 앞 포토라인에 섰다. 강씨는 ‘반성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잘못했다”고 답했다. 경찰 신상공개심의위 결정에 의해 신상이 공개됐음에도 강씨는 이날 끝내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피해자 A씨의 지인으로 밝혀진 한 남성은 호송차로 이송되던 강씨를 향해 달려들어 욕설을 하고 오열하기도 했다. 이 남성은 경찰에 의해 제지됐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