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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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자녀가 유치원 내 비치된 책을 읽은 뒤 정서적인 불안을 겪고 있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학부모는 유치원 측이 5~6세 유아의 인지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을 비치해 아이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영향을 주는 정서적인 학대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서울 어느 병설유치원 내 아동 정서학대 실태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에 따르면 본인을 학부모라고 밝힌 청원인 A 씨는 지난 7월 28일 오전 6세 아이를 유치원에 등교시키기 위해 준비하던 중 아이의 입에서 "살인해 줘"라는 끔찍한 얘기를 들었다. 이어 아이는 '자살', '타살' 등의 단어들도 속삭였다. 깜짝 놀란 A 씨는 아이에게 이런 얘기를 어디서 알게 된 것이냐고 물었다. 아이는 "유치원 책에서 봤다"고 말했다.

A 씨는 이날 바로 유치원에 직접 방문해 아이가 읽은 책을 확인했다. 방문 당시 아이는 A 씨 앞에서 100권이 넘는 책이 꽂힌 책장 안에서 해당 책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망설임 없이 꺼내 자극적인 단어가 표기된 페이지를 한 번에 펴서 가리켰다.

A 씨는 "아이가 선명하게 기억하고 말하며 묘사했던 그림과 장면들, 6살 아이가 봐서는 안 되는 수많은 단어뿐만 아니라 '자살로 위장하는 방법', '살인을 저지르고 타살을 자살로 위장하면 범행을 숨길 수 있어' 등 끔찍한 문장들이 많이 나왔고 실제 칼을 가지고 사람 목에 감긴 밧줄을 끊는 장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책이 유치원에 비치돼 아이들이 자유롭게 읽을 수 있게 돼 있었고,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이런 정서적 불안감을 줄 수 있는 책들을 몰입해서 읽고 있는 동안 그 누구도 말리거나 하지 않고 방임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아이는 그 책을 읽은 뒤 "자꾸 머리에 무서운 생각이 든다"면서 '칼을 든 도둑이 들어와 엄마, 아빠를 칼로 베면 어떡하지?' 등 본인이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계속 여러 무서운 장면들이 떠오른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A 씨가 아이의 심리상담 검사를 진행한 결과, "현재 주변 환경으로부터 충분히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고 자신의 안정감이 위협을 받는다고 여기는 상태. 이로 인한 내적인 불안감과 긴장감을 경험하고 있고 자기손상감과 우울감, 무력감과 같은 불편한 감정을 내재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소견을 들었다고 한다.

A 씨는 "한글을 아직 제대로 읽지도 못하는 아이들 인지에 맞지 않는 초등학교 학습도서를 유치원에 비치해두는 것이 과연 맞는 거냐"며 "4~5차례 유치원 측과 상담을 진행하는 데도 이 상황에 대해 사과 한마디도 없었다. 지금 시점에 사과 한마디가 중요한 건 아니겠지만, 그런 기본적인 것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정말 개탄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저는 더 이상 이 유치원을 믿을 수가 없다. 아이가 끔찍한 얘기를 하면서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는 부모의 심정은 어떤지 아냐"며 "부모들이 미리 줄 서서 대기하고 정말 보내고 싶어 하는 대한민국 유아 공교육의 산실인 병설유치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