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원조 요정' 유진 "'펜트하우스' 이후 어린 친구들도 알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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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펜트하우스' 오윤희 역 배우 유진
선과 악 오가는 오윤희, 눈길 사로잡아
유진, 안정적인 연기로 '펜트하우스' 이끌어
선과 악 오가는 오윤희, 눈길 사로잡아
유진, 안정적인 연기로 '펜트하우스' 이끌어
1세대 걸그룹 S.E.S의 미모 센터, 배우 기태영의 아내, 로희·로린 자매의 엄마로 알려졌던 유진이 5년 만에 배우로 돌아왔다. SBS '펜트하우스' 시리즈 오윤희 역을 맡은 유진은 1년 넘게 시즌3까지 이어온 '펜트하우스'의 주역으로 극을 이끌었다. 가난하지만 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부터 비뚤어진 모성애로 살인을 저지르는 악행까지 극과 극을 오가는 오윤희를 유진은 안정적으로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유진은 1997년 걸그룹 S.E.S로 데뷔했다. 활동 당시 유진의 타이틀은 '미의 여신'. 빼어난 미모와 끼로 단숨에 연기까지 활동 영역을 넓힌 유진은 단막극 SBS '오픈드라마 남과 여'를 시작으로 KBS 2TV '러빙유',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등의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며 탄탄하게 필모그라피를 쌓아 왔다.
최고 시청률 49.3%의 국민 드라마 KBS 2TV '제빵왕 김탁구', 신드롬적인 인기를 얻었던 시청률 30.3% MBC '백년의 유산'까지 히트작도 여럿이다. 여기에 '펜트하우스'가 유진의 대표작으로 더해지게 됐다. ▲ 국내에선 아직까지 시리즈물이 크게 자리 잡지는 않은 상황인데 '펜트하우스'로 경험하게 됐다. 시즌3까지 출연한 소감은 어떨까.
시즌제로 이렇게 길게 찍은 건 처음인 거 같다. 우려했던 것보다 많이 힘들진 않았다. 촬영도 즐거웠고. 전 긴 촬영을 좋아하진 않는 편이다. 체력적으로 너무 힘드니까. 그런데 이번엔 힘든 걸 느끼지 못했다. 원래 시즌2까지였는데 변경돼 3까지 가게 됐다. 시즌제를 하면서 색다른 재미를 느꼈고, 많은 사랑을 받아서 힘들지 않았다.
▲ '펜트하우스'가 시즌을 거듭할수록 오윤희에 대한 각종 '설'이 등장했다.
여러 '설'이 많았는데, 특히 주단태 동생설은 황당했다. 어떻게 거기까지.(웃음) 재밌다. 사랑받았기 때문에 이런 반응도 나온 거 같다. 트랜스젠더설도 얘기가 나오고서야 알았다. 연기를 하면서도 몰랐다. 웃겼다. 1초도 안 된 장면인데 그걸 캐치해서 본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 이후에 여러 얘기들이 만들어져서 나오더라. 신기하고 재밌었다.
▲ 오윤희 캐릭터도 매 시즌마다 변하고 성장했다. 배우 입장에선 오윤희의 변화 중 어떤 면이 가장 인상 깊었을까.
매회 변화했다. 대본을 보면서 저 역시 적잖게 놀랐다. 인상 깊었던 변화는 '펜트하우스를 차지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욕망을 드러낸 부분인 거 같다. 민설아(조수민)를 죽인 범인이 저라는 것을 알았을 때에도 깜짝 놀랐다. 민설아를 죽인 게 오윤희가 아니라고 끝까지 믿은 분들께는 감사하고, 죄송하기도 했다.
▲ 현장 분위기는 어땠을까.
정말 좋았다. 최고였다. 모두가 정신없는 상황이었다. 코로나 시즌에 촬영하는게 순탄치 않고, 힘든 것도 많았는데, 감독님을 비롯해 스태프와 배우들이 진짜 열심히 촬영에 임했다.
▲ 시즌이 이어지면서 배우들과 호흡이 더욱 잘 맞아들어갔다. 연기를 하면서도 '우리 정말 잘 맞는다' 했던 순간이 있었나.
극중 천서진(김소연)과 대립했지만, 서로 잘 맞춰지는 게 느껴졌다. 서로 비등하게 호흡이 맞는 느낌, 그래서 흥미진진하게 긴장감 있게 보여지는게 신기했다. 말하지 않아도 힘을 주는 걸 알고, 서로 얘기하지 않아도 통하는 순간이 왔다.
▲ '펜트하우스'의 인기를 가장 실감한 순간을 꼽자면 언제일까.
어린 친구들이 '오윤희'라고 알아보더라.(웃음) 요즘 어린 친구들은 저를 알아보지 못했는데, 저를 알아보는 걸 보면서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했다. ▲ 오윤희는 선악을 오가는 인물인데, 어떤 부분에 중점을 맞춰서 캐릭터를 준비했나.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다. 100%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인간 유진으로서 이해가 안 되더라. 하지만 오윤희라면 그럴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렇게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엄마'라는 공통분모로 이해할 수 있었다. 좋은 모성애의 표본은 아니었지만, 일그러지고 어그러진 모성애였지만, 딸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모든 장면이 설득됐다.
▲ 쉽지 않은 연기 과정에서 감독님, 작가님과는 어떤 대화들을 나눴을까.
오윤희 캐릭터 만들 때부터 많이 소통했다. 함께 만들어가고, 어려운 건 작가님께 얘기를 들으면서 설득이 됐다. 신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대사를 조금 바꾸거나 하는 부분도 다 수긍을 해주시고, 감독님도 굉장히 그런 부분에 오픈돼 있어서 좋았다. 그래서 더 즐거웠다. 뭔가 함께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강했다.
▲ 적지 않은 공백 끝에 '펜트하우스' 출연을 결심했고, 잘 마무리한 거 같다.
오랜만에 출연 결심을 했는데, 많이 망설였다. 캐릭터가 어려워 보였고, 제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다. 도전한다는 의미로 시작했고, 후회는 없다. 오윤희를 얼마나 이끌어냈는지 알 수 없지만 정말 열심히 했고, 즐거웠다. 오윤희로 살면서 처음에는 욕도 많이 먹고, 공감대 형성에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흐름을 봤을 땐 응원해 주신 분들도 많아서 힘을 낼 수 있었다. 오랜 공백 끝에 출연한 작품이 사랑받아 감사하다.
▲ 윤희의 비극은 하윤철(윤종훈)이 천서진을 택하면서 시작하는데, 그가 죽으면서 "사랑했다 윤희야"라는 대사를 하더라. 결국 윤희의 복수를 완성한 것이 윤철이 된 것 같은데, 어떤 감정으로 봤는지 궁금하다.
만족스럽다.(웃음) 서진이라고 했으면, 아쉬웠을 거 같다. 저 세상에서 윤희와 행복하길 바란다.
▲ 실제로 두 사람이 연기하는 장면은 마치 대학 시절로 돌아간 듯 풋풋한 감성이 묻어났던 것 같다. 과거 연기를 하는 것에 부담은 없었나.
비주얼 부담은 있었다.(웃음) 서클렌즈 끼고 어려 보이려 별짓을 다 했다. 지금 보니 부자연스러웠던 거 같기도 하고. 가발도 썼다. 가발이 너무 티가 나서 후회스럽긴 한데 즐겁고 재밌었다. 종훈 씨는 대학생 같더라. 전 너무 어색했다.
▲ '펜트하우스'가 큰 인기를 모았지만, 배우로서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은 없었을까.
편집 분량이 어마어마하다. 대본 양도 많고, 감독님이 정성스럽게 촬영해 주셔서 시간 오버가 많이 됐다. 편집된 부분이 많아서 아쉽다. 편집이 되면서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지니까. 미방영 분을 보시면 더 좋아해 주실 거 같다.
▲ 시즌1에서는 딸 로나(김현수) 때문에 속 썩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실제로도 딸을 가진 엄마다 보니 느끼는 게 남달랐을 듯하다.
"우리 딸이 크면 이러겠지"라는 말을 많이 했다. 딸들 아직 많이 어린데, 미리 경험한다는 말도 많이 했다. 심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저는 사춘기가 없었는데, 이렇게 심하게 안 왔으면 한다.
▲ 실제의 유진은 어떤 엄마인지 궁금하다.
실제로는 친구 같은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하지만 '욱' 한다. '욱' 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욱' 하게 만든다. 그래서 로희가 화를 참고 있으면 동생한테 '좀 있으면 터질 거야', '로린아, 터지기 직전이야' 라고 말하는걸 보면서 반성한다.
▲ 시청자 유진으로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없나? 윤희가 시즌3에서 너무 일찍 죽어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재개발 지역 부동산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려다가 안 찍고 뉴스를 보며 환희에 찬 것도 기억에 남고, 헬리콥터 타고 등장해 단태와 서진의 약혼식장 초토화 시킨 것도 재밌었다. 윤희가 사망해서 아쉬운 건 있다. 생각보다 일찍 죽었다. 그래도 헛된 죽음은 아니었던 거 같다. 죽고 나서도 계속 시청자 입장으로 보는 재미가 있었다.
▲ 오윤희의 결말에 대한 만족도는 얼마나 될까.
예상했던 결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작가님의 선택이었고, 극의 흐름에 맞춰 맞이한 결말이라 만족한다. 긴 드라마에 오윤희라는 롤을 맡아 같이 끌어오고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오윤희는 멋있었고, 멋지게 찍어주셨다. 촬영 장소에 가서 '내가 죽을 곳인가' 싶어서 섬뜩하기도 했지만, 진짜 아름다웠다.
▲ 매 순간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보였다. 배우들도 매번 대본을 받아볼 때마다 놀라웠을 것 같다.
대본을 받기 전까지는 저희도 아는 게 없다. 제가 민설아 죽인 범인이라는 것도 대본을 보고 알았다.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대본을 볼 때마다 설레고 두근거림이 있었다. 배우들끼리도 '들은 거 없냐'고 서로 물어보면서 지냈다.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 유진의 필모그래피에서 '펜트하우스'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오랜 공백을 깨기도 했고, 이런 캐릭터도 처음이었다. 세고, 선과 악을 왔다 갔다 하면서 감정 기복도 심하고 그런 캐릭터를 했다는 거 자체가 기억에 많이 남을 거 같다. 성취감이 있는 캐릭터였다.
▲ '펜트하우스' 전후를 비교했을 때 배우 유진으로서 가장 달라진 점은 뭘까.
오윤희가 너무 파격적인 캐릭터라 정적인 걸 하면 심심하지 않을까 싶다.(웃음) 그래서 '펜트하우스' 이후에 그런 드라마를 하면서 재미없다고 느끼면 어떡하나 싶고. 개인적인 선호도는 정적인 걸 더 좋아한다.
▲ 1세대 아이돌에서 성공한 배우로 변신하기까지 시간들을 돌아보면서, 지금의 '배우 유진'을 만든 것 중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무엇이었까.
연기 자체가 주는 재미가 있다. 연기가 너무 재밌다. 그 부분이 크다. 재미가 없었다면 그만뒀을 거다. 저 말고도 모든 배우가 그럴 거 같다. 첫 작품은 뭘 모르고 시작했고, 두 번째로 '마지막 춤을 나와 함께'라는 작품을 하면서 재미를 느꼈다. 그때 '연기를 계속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 배우자인 기태영과는 '펜트하우스'를 하면서 어떤 이야기들을 나눴을까.
제 자신이 오윤희가 납득되지 않을 때 조언을 해줬다. 같은 배우다 보니 도움이 많이 된다. 10번 고민할 걸 8번으로 줄이는 요인이 된다. 응원도 해주고. 자신이 없을 때도 있고 '잘하고 있나' 싶을 때가 있는데 힘을 많이 준다. 객관적으로 봐주는 능력이 있어서 믿을 만한 조언자다.
▲ 드라마에 집중하느라 1년 넘게 남편이 두 딸의 육아를 많이 담당했는데, 그 부분에 고마움과 미안함이 클 거 같다.
정말 고맙다. 육아가 힘들다. 특히 남편은 육아를 정말 잘하는 사람이라 더 힘들 거다. 대충하면 덜 힘든데, 잘해서 힘들 거란 걸 알아서 더 고마웠다. '너 언제 끝나' 라고 묻고 길어질 때마다 한숨 쉬고 그랬던 기억이 나는데(웃음) 덕분에 집중할 수 있어서 고마웠다. 다음엔 롤을 바꿔야겠다. 제가 애를 보고, 남편이 작품을 하면 보상이 되지 않을까.
▲ 애정을 가지고 오랜 기간 연기한 캐릭터 오윤희,그리고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살 수 없는 인생을 살아서 '애증'의 느낌으로 남을 거 같다. 제가 오윤희를 만날 수 있게 돼 감사했고,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펜트하우스'라는 작품 역시 저에겐 살다가 처음 먹어본 맛 난 음식 같은 느낌이다. 이전까지 먹어보지 못했지만 너무 맛있어서 또 먹고 싶은 음식, 그런 여운을 줬던 작품이 '펜트하우스'였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유진은 1997년 걸그룹 S.E.S로 데뷔했다. 활동 당시 유진의 타이틀은 '미의 여신'. 빼어난 미모와 끼로 단숨에 연기까지 활동 영역을 넓힌 유진은 단막극 SBS '오픈드라마 남과 여'를 시작으로 KBS 2TV '러빙유',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등의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며 탄탄하게 필모그라피를 쌓아 왔다.
최고 시청률 49.3%의 국민 드라마 KBS 2TV '제빵왕 김탁구', 신드롬적인 인기를 얻었던 시청률 30.3% MBC '백년의 유산'까지 히트작도 여럿이다. 여기에 '펜트하우스'가 유진의 대표작으로 더해지게 됐다. ▲ 국내에선 아직까지 시리즈물이 크게 자리 잡지는 않은 상황인데 '펜트하우스'로 경험하게 됐다. 시즌3까지 출연한 소감은 어떨까.
시즌제로 이렇게 길게 찍은 건 처음인 거 같다. 우려했던 것보다 많이 힘들진 않았다. 촬영도 즐거웠고. 전 긴 촬영을 좋아하진 않는 편이다. 체력적으로 너무 힘드니까. 그런데 이번엔 힘든 걸 느끼지 못했다. 원래 시즌2까지였는데 변경돼 3까지 가게 됐다. 시즌제를 하면서 색다른 재미를 느꼈고, 많은 사랑을 받아서 힘들지 않았다.
▲ '펜트하우스'가 시즌을 거듭할수록 오윤희에 대한 각종 '설'이 등장했다.
여러 '설'이 많았는데, 특히 주단태 동생설은 황당했다. 어떻게 거기까지.(웃음) 재밌다. 사랑받았기 때문에 이런 반응도 나온 거 같다. 트랜스젠더설도 얘기가 나오고서야 알았다. 연기를 하면서도 몰랐다. 웃겼다. 1초도 안 된 장면인데 그걸 캐치해서 본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 이후에 여러 얘기들이 만들어져서 나오더라. 신기하고 재밌었다.
▲ 오윤희 캐릭터도 매 시즌마다 변하고 성장했다. 배우 입장에선 오윤희의 변화 중 어떤 면이 가장 인상 깊었을까.
매회 변화했다. 대본을 보면서 저 역시 적잖게 놀랐다. 인상 깊었던 변화는 '펜트하우스를 차지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욕망을 드러낸 부분인 거 같다. 민설아(조수민)를 죽인 범인이 저라는 것을 알았을 때에도 깜짝 놀랐다. 민설아를 죽인 게 오윤희가 아니라고 끝까지 믿은 분들께는 감사하고, 죄송하기도 했다.
▲ 현장 분위기는 어땠을까.
정말 좋았다. 최고였다. 모두가 정신없는 상황이었다. 코로나 시즌에 촬영하는게 순탄치 않고, 힘든 것도 많았는데, 감독님을 비롯해 스태프와 배우들이 진짜 열심히 촬영에 임했다.
▲ 시즌이 이어지면서 배우들과 호흡이 더욱 잘 맞아들어갔다. 연기를 하면서도 '우리 정말 잘 맞는다' 했던 순간이 있었나.
극중 천서진(김소연)과 대립했지만, 서로 잘 맞춰지는 게 느껴졌다. 서로 비등하게 호흡이 맞는 느낌, 그래서 흥미진진하게 긴장감 있게 보여지는게 신기했다. 말하지 않아도 힘을 주는 걸 알고, 서로 얘기하지 않아도 통하는 순간이 왔다.
▲ '펜트하우스'의 인기를 가장 실감한 순간을 꼽자면 언제일까.
어린 친구들이 '오윤희'라고 알아보더라.(웃음) 요즘 어린 친구들은 저를 알아보지 못했는데, 저를 알아보는 걸 보면서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했다. ▲ 오윤희는 선악을 오가는 인물인데, 어떤 부분에 중점을 맞춰서 캐릭터를 준비했나.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다. 100%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인간 유진으로서 이해가 안 되더라. 하지만 오윤희라면 그럴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렇게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엄마'라는 공통분모로 이해할 수 있었다. 좋은 모성애의 표본은 아니었지만, 일그러지고 어그러진 모성애였지만, 딸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모든 장면이 설득됐다.
▲ 쉽지 않은 연기 과정에서 감독님, 작가님과는 어떤 대화들을 나눴을까.
오윤희 캐릭터 만들 때부터 많이 소통했다. 함께 만들어가고, 어려운 건 작가님께 얘기를 들으면서 설득이 됐다. 신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대사를 조금 바꾸거나 하는 부분도 다 수긍을 해주시고, 감독님도 굉장히 그런 부분에 오픈돼 있어서 좋았다. 그래서 더 즐거웠다. 뭔가 함께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강했다.
▲ 적지 않은 공백 끝에 '펜트하우스' 출연을 결심했고, 잘 마무리한 거 같다.
오랜만에 출연 결심을 했는데, 많이 망설였다. 캐릭터가 어려워 보였고, 제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다. 도전한다는 의미로 시작했고, 후회는 없다. 오윤희를 얼마나 이끌어냈는지 알 수 없지만 정말 열심히 했고, 즐거웠다. 오윤희로 살면서 처음에는 욕도 많이 먹고, 공감대 형성에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흐름을 봤을 땐 응원해 주신 분들도 많아서 힘을 낼 수 있었다. 오랜 공백 끝에 출연한 작품이 사랑받아 감사하다.
▲ 윤희의 비극은 하윤철(윤종훈)이 천서진을 택하면서 시작하는데, 그가 죽으면서 "사랑했다 윤희야"라는 대사를 하더라. 결국 윤희의 복수를 완성한 것이 윤철이 된 것 같은데, 어떤 감정으로 봤는지 궁금하다.
만족스럽다.(웃음) 서진이라고 했으면, 아쉬웠을 거 같다. 저 세상에서 윤희와 행복하길 바란다.
▲ 실제로 두 사람이 연기하는 장면은 마치 대학 시절로 돌아간 듯 풋풋한 감성이 묻어났던 것 같다. 과거 연기를 하는 것에 부담은 없었나.
비주얼 부담은 있었다.(웃음) 서클렌즈 끼고 어려 보이려 별짓을 다 했다. 지금 보니 부자연스러웠던 거 같기도 하고. 가발도 썼다. 가발이 너무 티가 나서 후회스럽긴 한데 즐겁고 재밌었다. 종훈 씨는 대학생 같더라. 전 너무 어색했다.
▲ '펜트하우스'가 큰 인기를 모았지만, 배우로서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은 없었을까.
편집 분량이 어마어마하다. 대본 양도 많고, 감독님이 정성스럽게 촬영해 주셔서 시간 오버가 많이 됐다. 편집된 부분이 많아서 아쉽다. 편집이 되면서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지니까. 미방영 분을 보시면 더 좋아해 주실 거 같다.
▲ 시즌1에서는 딸 로나(김현수) 때문에 속 썩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실제로도 딸을 가진 엄마다 보니 느끼는 게 남달랐을 듯하다.
"우리 딸이 크면 이러겠지"라는 말을 많이 했다. 딸들 아직 많이 어린데, 미리 경험한다는 말도 많이 했다. 심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저는 사춘기가 없었는데, 이렇게 심하게 안 왔으면 한다.
▲ 실제의 유진은 어떤 엄마인지 궁금하다.
실제로는 친구 같은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하지만 '욱' 한다. '욱' 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욱' 하게 만든다. 그래서 로희가 화를 참고 있으면 동생한테 '좀 있으면 터질 거야', '로린아, 터지기 직전이야' 라고 말하는걸 보면서 반성한다.
▲ 시청자 유진으로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없나? 윤희가 시즌3에서 너무 일찍 죽어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재개발 지역 부동산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려다가 안 찍고 뉴스를 보며 환희에 찬 것도 기억에 남고, 헬리콥터 타고 등장해 단태와 서진의 약혼식장 초토화 시킨 것도 재밌었다. 윤희가 사망해서 아쉬운 건 있다. 생각보다 일찍 죽었다. 그래도 헛된 죽음은 아니었던 거 같다. 죽고 나서도 계속 시청자 입장으로 보는 재미가 있었다.
▲ 오윤희의 결말에 대한 만족도는 얼마나 될까.
예상했던 결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작가님의 선택이었고, 극의 흐름에 맞춰 맞이한 결말이라 만족한다. 긴 드라마에 오윤희라는 롤을 맡아 같이 끌어오고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오윤희는 멋있었고, 멋지게 찍어주셨다. 촬영 장소에 가서 '내가 죽을 곳인가' 싶어서 섬뜩하기도 했지만, 진짜 아름다웠다.
▲ 매 순간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보였다. 배우들도 매번 대본을 받아볼 때마다 놀라웠을 것 같다.
대본을 받기 전까지는 저희도 아는 게 없다. 제가 민설아 죽인 범인이라는 것도 대본을 보고 알았다.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대본을 볼 때마다 설레고 두근거림이 있었다. 배우들끼리도 '들은 거 없냐'고 서로 물어보면서 지냈다.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 유진의 필모그래피에서 '펜트하우스'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오랜 공백을 깨기도 했고, 이런 캐릭터도 처음이었다. 세고, 선과 악을 왔다 갔다 하면서 감정 기복도 심하고 그런 캐릭터를 했다는 거 자체가 기억에 많이 남을 거 같다. 성취감이 있는 캐릭터였다.
▲ '펜트하우스' 전후를 비교했을 때 배우 유진으로서 가장 달라진 점은 뭘까.
오윤희가 너무 파격적인 캐릭터라 정적인 걸 하면 심심하지 않을까 싶다.(웃음) 그래서 '펜트하우스' 이후에 그런 드라마를 하면서 재미없다고 느끼면 어떡하나 싶고. 개인적인 선호도는 정적인 걸 더 좋아한다.
▲ 1세대 아이돌에서 성공한 배우로 변신하기까지 시간들을 돌아보면서, 지금의 '배우 유진'을 만든 것 중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무엇이었까.
연기 자체가 주는 재미가 있다. 연기가 너무 재밌다. 그 부분이 크다. 재미가 없었다면 그만뒀을 거다. 저 말고도 모든 배우가 그럴 거 같다. 첫 작품은 뭘 모르고 시작했고, 두 번째로 '마지막 춤을 나와 함께'라는 작품을 하면서 재미를 느꼈다. 그때 '연기를 계속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 배우자인 기태영과는 '펜트하우스'를 하면서 어떤 이야기들을 나눴을까.
제 자신이 오윤희가 납득되지 않을 때 조언을 해줬다. 같은 배우다 보니 도움이 많이 된다. 10번 고민할 걸 8번으로 줄이는 요인이 된다. 응원도 해주고. 자신이 없을 때도 있고 '잘하고 있나' 싶을 때가 있는데 힘을 많이 준다. 객관적으로 봐주는 능력이 있어서 믿을 만한 조언자다.
▲ 드라마에 집중하느라 1년 넘게 남편이 두 딸의 육아를 많이 담당했는데, 그 부분에 고마움과 미안함이 클 거 같다.
정말 고맙다. 육아가 힘들다. 특히 남편은 육아를 정말 잘하는 사람이라 더 힘들 거다. 대충하면 덜 힘든데, 잘해서 힘들 거란 걸 알아서 더 고마웠다. '너 언제 끝나' 라고 묻고 길어질 때마다 한숨 쉬고 그랬던 기억이 나는데(웃음) 덕분에 집중할 수 있어서 고마웠다. 다음엔 롤을 바꿔야겠다. 제가 애를 보고, 남편이 작품을 하면 보상이 되지 않을까.
▲ 애정을 가지고 오랜 기간 연기한 캐릭터 오윤희,그리고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살 수 없는 인생을 살아서 '애증'의 느낌으로 남을 거 같다. 제가 오윤희를 만날 수 있게 돼 감사했고,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펜트하우스'라는 작품 역시 저에겐 살다가 처음 먹어본 맛 난 음식 같은 느낌이다. 이전까지 먹어보지 못했지만 너무 맛있어서 또 먹고 싶은 음식, 그런 여운을 줬던 작품이 '펜트하우스'였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