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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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는 하청업체인 B사에게 납품 조건으로 관련 기술 자료를 요청했다. A사는 이 기술을 다른 중소기업 C사에게 제공해 유사 제품을 생산하게 한 후 가격 경쟁을 유도, B사에게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했다.

특허청은 이런 부정경쟁행위로 입은 기업 피해 규모가 지난 5년간 44조원, 피해 건수가 39만 건으로 추산됐다고 6일 발표했다. 7월 1일부터 한달여 간 전국 1250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확인한 피해금액 479억원, 피해 건수 273건을 가중치 등을 감안해 전국 417만6549개 기업에 확대 적용한 추정치다.

기업들이 겪은 부정경쟁행위 유형(복수응답)은 '짝퉁 제작 판매'(86.2%)가 가장 많았다. 이어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이뤄낸 성과의 무단 사용'(32.3%), '유명 브랜드를 무단 사용해 유사품 제작 판매'(30.8%), '경제적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 도용'(26.2%) 순이었다. 기업들은 경제적 부담 등을 이유로 아무런 대응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가 47%에 달했다.

소비자 피해도 빈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연령별대로 총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부정경쟁행위로 직접 피해를 입었다는 응답이 46%였다. 피해 유형은 '원산지나 생산지의 거짓·오인표시 및 성능·수량·용도 허위표시'(37.3%)가 가장 많았다. 소비자들 역시 신고, 고소나 고발 등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가 81%로 대부분이었다.

특허청 관계자는 "부정경쟁행위로 인한 피해가 막대함에도 기업이나 소비자가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용 부담이 큰 민사적 구제수단 대신 행정조사, 특허청 특별사법경찰에 의한 조사와 수사 등 공적 구제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또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대상은 경쟁업체에 국한돼 있으나, 장기적으로 일반 소비자 역시 보호대상이 될 수 있도록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해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