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금융과 데이터, 확대되는 기술 신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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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기반 시장자율이 금융의 핵심
개인자율·재산권 인정 않는 체제선
온전한 데이터 활용·연구 불가능
시장경제 기본 원칙에 입각해
경제 운영하고 대외협력 구축해야
성태윤 <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개인자율·재산권 인정 않는 체제선
온전한 데이터 활용·연구 불가능
시장경제 기본 원칙에 입각해
경제 운영하고 대외협력 구축해야
성태윤 <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최근 중국 정부가 미국 증시에 상장된 디디추싱을 국가안보를 이유로 조사하는 등 금융 및 데이터 관련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 기류가 확대되고 있다.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차량호출 서비스 디디추싱이 불법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한 혐의가 있다는 게 중국 정부의 입장이다. 불법적인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이 이뤄졌다면 물론 그 자체로 잘못이다. 하지만 디디추싱의 미국 주식시장 상장 직후 해당 조처가 취해졌고 데이터의 해외 유출이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밝힌 측면에서 개별 기업의 단순 불법행위 혐의 조사를 넘어선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외국회사 문책법(Holding Foreign Companies Accountable Act)’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모든 해외 기업에 대해 3년 연속 회계감독위원회 감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시킬 수 있도록 한다. 명분상으로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조치지만 기업 감사 과정에서 미국에 상장된 기업이 외국 정부가 소유하거나 통제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혀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중국 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따라서 최근 조사는 외국회사 문책법이 통과된 상태에서 디디추싱이 미국 주식시장 상장을 결정한 것에 대한 경고로 해석하기도 한다.
회계 투명성 강화나 불법적인 개인정보 오용 방지 자체는 명분 있는 일이지만, 디디추싱 상장 직후 벌어진 일련의 상황은 미국과 중국의 내재적인 패권 충돌이 실질적인 경제 갈등으로 발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행정부 때 이미 중국에 대한 견제와 미·중 갈등은 상당히 진행된 상황이었는데, 이는 미국 내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을 뛰어넘은 초당적인 이슈로 2020년 조 바이든 민주당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외국회사 문책법은 2020년 5월 하원, 12월 상원 모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바 있다.
중국 역시 지난 7월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을 통해 시진핑 주석이 ‘외세가 중국을 괴롭히면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리게 될 것(外勢欺負 頭破血流)’이라고 경고한 것도 이 같은 갈등의 연장선이다. 과거 미국과 구(舊)소련의 경우 직접 충돌하는 전면전은 아니어도 군비 경쟁과 동맹국을 통한 지엽적 분쟁을 이어가며 특히 핵과 우주기술 등 각종 기술 경쟁을 통해 냉전으로 부딪쳤는데, 최근 벌어지고 있는 갈등은 디디추싱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금융과 데이터를 중심으로 기술에 초점을 둔 신냉전 시대가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신냉전의 이 같은 성격을 고려하면 금융과 데이터, 그리고 기술 중심으로 국제 경쟁에서 승자가 되는 것만이 생존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런 성격의 국제 갈등 가운데 우위를 확보하고 생존하려면 금융시장의 투명성과 개인정보 및 지식재산권 보호 같은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에 입각한 경제 운영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원칙에 따라 구축되는 다른 국가와의 대외 협력관계 형성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위협이나 일시적인 이익에 따라 잠시 이해관계로 연결되는 경우 단기 이익을 줄지는 몰라도 경제의 기본 원칙에 근본적으로 반한다면 기업과 국가가 생존하는 데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냉전이 심화한 1956년 소련의 지도자 흐루쇼프는 서방 외교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당신들이 좋아하건 그렇지 않건, 역사는 우리 편이다. 우리는 당신들을 파묻을 것이다”며 냉전에서 사회주의가 승리할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하지만 사회주의 체제의 승리를 자신하던 그의 말과 다르게, 냉전 시대를 끝낸 것은 소련의 자멸과 공산권 붕괴였고 그 출발은 결국 사회주의 경제 스스로의 모순이었다.
자원을 직접 배분하는 사회주의 경제에서 신뢰에 기초한 시장 자율이 핵심인 금융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다. 개인의 자율성과 프라이버시 그리고 재산권을 명확히 인정하지 않는 체제에서 온전한 데이터 활용과 연구개발은 불가능하다. 민간의 창의적인 연구개발이 아닌 공공자원 투입에 의한 기술개발은 장기적으로 지속하기 어렵다. 이 점을 잊지 않는다면, 금융과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는 기술 신냉전 시대에 한국 경제가 무슨 원칙으로 경제를 운영하고 어떤 국제 협력관계를 중시해야 하는지는 분명하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외국회사 문책법(Holding Foreign Companies Accountable Act)’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모든 해외 기업에 대해 3년 연속 회계감독위원회 감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시킬 수 있도록 한다. 명분상으로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조치지만 기업 감사 과정에서 미국에 상장된 기업이 외국 정부가 소유하거나 통제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혀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중국 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따라서 최근 조사는 외국회사 문책법이 통과된 상태에서 디디추싱이 미국 주식시장 상장을 결정한 것에 대한 경고로 해석하기도 한다.
회계 투명성 강화나 불법적인 개인정보 오용 방지 자체는 명분 있는 일이지만, 디디추싱 상장 직후 벌어진 일련의 상황은 미국과 중국의 내재적인 패권 충돌이 실질적인 경제 갈등으로 발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행정부 때 이미 중국에 대한 견제와 미·중 갈등은 상당히 진행된 상황이었는데, 이는 미국 내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을 뛰어넘은 초당적인 이슈로 2020년 조 바이든 민주당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외국회사 문책법은 2020년 5월 하원, 12월 상원 모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바 있다.
중국 역시 지난 7월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을 통해 시진핑 주석이 ‘외세가 중국을 괴롭히면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리게 될 것(外勢欺負 頭破血流)’이라고 경고한 것도 이 같은 갈등의 연장선이다. 과거 미국과 구(舊)소련의 경우 직접 충돌하는 전면전은 아니어도 군비 경쟁과 동맹국을 통한 지엽적 분쟁을 이어가며 특히 핵과 우주기술 등 각종 기술 경쟁을 통해 냉전으로 부딪쳤는데, 최근 벌어지고 있는 갈등은 디디추싱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금융과 데이터를 중심으로 기술에 초점을 둔 신냉전 시대가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신냉전의 이 같은 성격을 고려하면 금융과 데이터, 그리고 기술 중심으로 국제 경쟁에서 승자가 되는 것만이 생존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런 성격의 국제 갈등 가운데 우위를 확보하고 생존하려면 금융시장의 투명성과 개인정보 및 지식재산권 보호 같은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에 입각한 경제 운영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원칙에 따라 구축되는 다른 국가와의 대외 협력관계 형성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위협이나 일시적인 이익에 따라 잠시 이해관계로 연결되는 경우 단기 이익을 줄지는 몰라도 경제의 기본 원칙에 근본적으로 반한다면 기업과 국가가 생존하는 데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냉전이 심화한 1956년 소련의 지도자 흐루쇼프는 서방 외교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당신들이 좋아하건 그렇지 않건, 역사는 우리 편이다. 우리는 당신들을 파묻을 것이다”며 냉전에서 사회주의가 승리할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하지만 사회주의 체제의 승리를 자신하던 그의 말과 다르게, 냉전 시대를 끝낸 것은 소련의 자멸과 공산권 붕괴였고 그 출발은 결국 사회주의 경제 스스로의 모순이었다.
자원을 직접 배분하는 사회주의 경제에서 신뢰에 기초한 시장 자율이 핵심인 금융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다. 개인의 자율성과 프라이버시 그리고 재산권을 명확히 인정하지 않는 체제에서 온전한 데이터 활용과 연구개발은 불가능하다. 민간의 창의적인 연구개발이 아닌 공공자원 투입에 의한 기술개발은 장기적으로 지속하기 어렵다. 이 점을 잊지 않는다면, 금융과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는 기술 신냉전 시대에 한국 경제가 무슨 원칙으로 경제를 운영하고 어떤 국제 협력관계를 중시해야 하는지는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