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초·중교 학부모 "미래학교 철회하라"…조희연 "타협 없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혁신학교 가기위한 포석 불과
공사기간엔 강제 전학 우려도"
40년 넘은 노후학교 리모델링
文정부 대표적 교육뉴딜 사업
소통없이 밀어붙이다 반발만
교육당국 "와전된 사실 많아"
공사기간엔 강제 전학 우려도"
40년 넘은 노후학교 리모델링
文정부 대표적 교육뉴딜 사업
소통없이 밀어붙이다 반발만
교육당국 "와전된 사실 많아"
교육당국이 추진하는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에 서울 지역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사업이 극도의 혼선을 빚고 있다. 사업을 철회하는 학교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 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10개 초·중학교 학부모들이 연합해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의 ‘한국판 뉴딜’ 사업인 그린스마트미래학교는 2025년까지 예산 18조5000억원을 투입해 지은 지 40년이 지난 노후 학교를 개축하거나 리모델링하는 사업이다. 올해는 전국 484곳이 선정됐으며, 서울에서는 이 중 57곳(12%)이 대상이다.
단순한 시설개선 사업이지만 △학부모와의 사전 소통 부재 △임시교실 안전 문제 △혁신학교화에 대한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학부모들 사이에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들은 “운동장에 세워진 임시 모듈러 교실(조립식 교실)에서 학생들이 화재 등 안전사고 위협을 느끼며 수업을 받는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미 모듈러 교실이 활용되고 있는 대방초 전보경 학부모회장은 “모듈러 교실에서 맨 앞줄에 앉은 아이는 칠판이 가까워 눈이 아프고, 맨 뒤의 아이는 벽에 등이 닿아 불편한 게 실상”이라고 호소했다. 대방초는 교육청에 사업 철회 요구 공문을 보냈다.
학교 부지가 협소해 모듈러 교실 설치가 어려운 경우 학생들이 먼 학교로 전학을 가야 하는 점도 학부모들의 불만 요인이다. 연희초 한 학부모는 “개학 하루 전에 저학년은 2년6개월 뒤 주변 학교로 전학을 가야 한다는 공지문이 나왔다”며 “가장 가까운 학교가 버스로 5~6정거장 거리”라고 토로했다.
학부모들이 극렬히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이 학교가 궁극적으로 혁신학교로 바뀔 것이라는 우려가 꼽힌다. ‘공간 혁신’ ‘공동체 교육’이라는 그린스마트미래학교의 사업 취지가 알려지면서 학부모들 사이에 ‘혁신학교 정책과 연계돼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3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소속 김소양 시의원은 “정책 수요자의 여론을 수렴하는 것이 먼저”라며 “그린스마트미래학교 문제는 단순히 소통의 문제가 아니라 절차상 정당성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양민규 시의원도 6일 “아무리 좋은 취지에서 진행되는 정책이라 하더라도 절차적 민주성을 무시한 ‘무조건 따르라는 식의 태도’는 누구의 공감도 얻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교원단체도 비판에 나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사업을 위해 학생 전출, 모듈러 교실 사용 등이 불가피한데도 학교 선정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과 동의 절차가 없었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방행정”이라며 “일방적인 사업 추진을 즉각 시정하라”고 강조했다.
학부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교육청은 사업을 강행할 의사를 밝혔다. 시설 개선이 필요하고, 학부모 여론 수렴을 끝낸 학교를 대상으로 공모를 해 재선정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학교 내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은 양보하거나 타협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학생, 교직원의 안전을 위협하는 학교 시설을 개선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일이며 교육청의 당연한 책무”라고 사업을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정부의 ‘한국판 뉴딜’ 사업인 그린스마트미래학교는 2025년까지 예산 18조5000억원을 투입해 지은 지 40년이 지난 노후 학교를 개축하거나 리모델링하는 사업이다. 올해는 전국 484곳이 선정됐으며, 서울에서는 이 중 57곳(12%)이 대상이다.
단순한 시설개선 사업이지만 △학부모와의 사전 소통 부재 △임시교실 안전 문제 △혁신학교화에 대한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학부모들 사이에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무조건 좋은 사업?”
서울 서대문구 연희초, 동작구 영본초·중대부중, 영등포구 대방초·여의도초·여의도중, 용산구 신용산초·용강중, 강남구 언북초·도성초 등 10곳의 학부모들이 연합한 서울시학부모연합(가칭)은 종로구 송월길 서울교육청 앞에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학부모들은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이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사업의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앞서 강남구 대곡초·신구초, 서초구 경원중, 양천구 계남초, 광진구 구의초, 송파구 잠실중 등 6곳은 학부모 반대로 이 사업이 무산됐다. 일찌감치 사업이 철회된 대곡초 김나형 학부모회장은 “서울교육청은 제대로 된 검증조차 없이 문제투성이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을 무조건 좋은 사업으로 포장하고, 이 사업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을 이기적 집단으로 매도했다”고 비판했다.이들은 “운동장에 세워진 임시 모듈러 교실(조립식 교실)에서 학생들이 화재 등 안전사고 위협을 느끼며 수업을 받는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미 모듈러 교실이 활용되고 있는 대방초 전보경 학부모회장은 “모듈러 교실에서 맨 앞줄에 앉은 아이는 칠판이 가까워 눈이 아프고, 맨 뒤의 아이는 벽에 등이 닿아 불편한 게 실상”이라고 호소했다. 대방초는 교육청에 사업 철회 요구 공문을 보냈다.
학교 부지가 협소해 모듈러 교실 설치가 어려운 경우 학생들이 먼 학교로 전학을 가야 하는 점도 학부모들의 불만 요인이다. 연희초 한 학부모는 “개학 하루 전에 저학년은 2년6개월 뒤 주변 학교로 전학을 가야 한다는 공지문이 나왔다”며 “가장 가까운 학교가 버스로 5~6정거장 거리”라고 토로했다.
학부모들이 극렬히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이 학교가 궁극적으로 혁신학교로 바뀔 것이라는 우려가 꼽힌다. ‘공간 혁신’ ‘공동체 교육’이라는 그린스마트미래학교의 사업 취지가 알려지면서 학부모들 사이에 ‘혁신학교 정책과 연계돼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의회·교원단체도 비판
학부모들의 반발이 커지자 서울시의회와 교원단체도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에 제동을 걸고 있다.지난 3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소속 김소양 시의원은 “정책 수요자의 여론을 수렴하는 것이 먼저”라며 “그린스마트미래학교 문제는 단순히 소통의 문제가 아니라 절차상 정당성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양민규 시의원도 6일 “아무리 좋은 취지에서 진행되는 정책이라 하더라도 절차적 민주성을 무시한 ‘무조건 따르라는 식의 태도’는 누구의 공감도 얻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교원단체도 비판에 나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사업을 위해 학생 전출, 모듈러 교실 사용 등이 불가피한데도 학교 선정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과 동의 절차가 없었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방행정”이라며 “일방적인 사업 추진을 즉각 시정하라”고 강조했다.
당국 “소통 부족 인정”
사업을 추진하는 교육부와 서울교육청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부모들 사이에 와전되거나 오해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 많다”며 “가령 혁신학교와 비슷한 사업이라는 점, 모듈러 교실의 소방시설이 미비하다는 점, 인근 주민도 학교 시설에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게 된다는 점 등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지역에서 소통이 미숙했던 것은 인정한다”고 덧붙였다.학부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교육청은 사업을 강행할 의사를 밝혔다. 시설 개선이 필요하고, 학부모 여론 수렴을 끝낸 학교를 대상으로 공모를 해 재선정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학교 내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은 양보하거나 타협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학생, 교직원의 안전을 위협하는 학교 시설을 개선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일이며 교육청의 당연한 책무”라고 사업을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