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위드(with) 코로나’ 적용 시점을 11월에서 10월 말로 앞당기기로 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으면서 위드 코로나의 전제 조건인 ‘전 국민 70% 접종 완료 시점’이 그만큼 빨라질 것으로 정부가 내다봤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또 2차 접종 때도 카카오, 네이버를 통해 잔여 백신 당일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7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0월 말까지 고령자의 90% 이상, 성인의 80% 이상 접종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10월 말부터 위드 코로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다음달 말부터 확진자 발생을 억제하는 지금의 방역체계에서 벗어나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를 집중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겠다는 얘기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조치도 함께 완화된다.

당초 정부는 전 국민의 70%가 2차 접종을 마치고 항체 형성기간(2주)이 지나는 11월 방역체계 전환에 나설 계획이었다. 정 청장이 위드 코로나 조기 시행을 시사한 건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는 백신 접종률을 감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오전 10시30분 기준 백신을 한 번이라도 맞은 사람은 3087만 명으로 전 국민의 60%를 넘어섰다. 18세 이상 성인으로 좁히면 약 70%가 한 번 이상 백신을 맞았다. 인구 대비 접종 완료율도 36%(1850만8241명)로 올라갔다.

국민 10명 중 7명이 위드 코로나에 찬성한다는 정부 여론조사도 위드 코로나 전환에 힘을 보태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30일부터 3일간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위드 코로나에 매우 찬성한다’는 답변은 20.2%, ‘대체로 찬성한다’는 답변은 53.1%였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정 청장의 발언 직후 “‘10월 말 위드 코로나 전환’은 쉽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위드 코로나 전환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지만 (당초 목표한 대로) 11월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또 “방역체계가 전환돼도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드 코로나를 시행해도 곧바로 마스크를 벗거나 대규모 모임을 허용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접종률이 높은 나라에서도 마스크 착용과 일정 수준의 거리두기는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도 단계적으로 방역 수위를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맥락에서 위드 코로나 대신 ‘단계적 일상회복’이라는 표현을 쓰기로 했다.

방역당국은 2차 접종에도 네이버, 카카오 등을 통해 잔여 백신을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1차 접종을 받고 화이자는 3주 뒤, 모더나는 4주 뒤부터 2차 접종이 가능하다. 구체적인 시행 시기는 추후 안내할 예정이다.

화이자·모더나 등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의 1·2차 접종 간격을 6주에서 4주로 다시 좁히는 방안은 보류하기로 했다. 백신 수급 불확실성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모더나 백신은 139만3000회분이 추가로 도입됐다. 모더나가 당초 약속한 물량(8월 23일~9월 5일 중 701만 회분)보다 많은 815만2000회분이 들어왔다. 하지만 여전히 8월 물량(850만 회분)과 7월 미도입분(66만 회분) 등 모더나로부터 받아야 할 916만 회분에는 못 미친다. 9월 물량이 확정되지 않은 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7일 오후 9시 기준 전국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1859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같은 시간(1436명)보다 423명 늘었다. 밤 12시까지 추가될 확진자 수를 합치면 이날 신규 확진자는 지난 1일(2024명) 이후 6일 만에 다시 2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