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대교 무료화는 '포퓰리즘의 교과서'다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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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가 밝힌 일산대교 무료화 방침은 앞으로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의 교과서'가 될 것 같다. 겉으로만 보면 일반적인 포퓰리즘 정책과 다를 바 없지만, 관련한 정치적 역관계를 다 따져보고 승산이 확실하게 서는 게임이라고 판단한 정황이 곳곳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른 정치인들이 이재명식 정치를 교과서 삼아 따라할까 심히 우려된다.
이 지사는 일산대교 무료화 추진의 이유로 '도민(道民)의 교통기본권'을 들었다. 그가 대선 공약으로 주창하는 '기본 시리즈'를 교통 분야에도 끌어왔다. 아마 같은 경기도민이라면 당연히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교통과 관련한 권리를 말할 것이다. 적어도 경기도 안에선 신체적 장애, 경제적 이유 등으로 '이동의 자유'를 침해받지 않고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픈 것일 테다.
뭐라 표현하든, 이런 권리를 완벽하게 보장하려면 교량, 도로, 전철(경전철 포함) 등 모든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를 중앙 및 지방정부, 공공기관이 직접 건설하면 된다. 무료 또는 저렴한 이용료, 저탄소 차량 요금 할인, 사회적 약자 배려 등 원하는 정책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비와 지방비, 공공기관 예산엔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SOC 건설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교통수요가 상대적으로 적거나, 특정 지역민의 이용에 국한되거나, 이런 요소들을 감안한 사업타당성 분석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사업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의 해결책으로 나온 게 민간자본이 중심이 된 SOC 건설이다. 수혜자가 보편적이지 않아 '수익자 부담' 원칙에 맞춰 짓다보니 이용요금(통행료)은 불가피하게 정부 사업 SOC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민간자본(1910억원)과 경기도 예산(340억원)이 투입된 일산대교(경기 고양시 법곶동~김포시 걸포동)가 27개 한강 교량 가운데 유일한 유료 다리인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무료화를 위해 일산대교를 공익처분할 경우, 민간사업자 운영권 회수의 대가로 지급하는 보상금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수익자 부담' 원칙과 수익성 보전을 위한 최소 운영수입 보장(MRG·Minimum Revenue Guarantee) 등을 기초로 설계된 사업이기 때문에 보상 재원 분배가 쉽지 않다. 경기도는 이 돈을 2000억원으로 추산하고, 도가 50%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고양·파주·김포시가 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다리의 이용자는 대부분 고양과 김포, 파주 등지 주민들인데, 왜 경기도민의 혈세를 투입하느냐는 비판이 바로 나올 수밖에 없다.
이재명식 포퓰리즘이 주목한 지점이 바로 여기다. 이들 3개 지역민들은 소형차 기준 1200원(㎞당 652원)인 통행료 수준이 주요 민자도로보다 6배나 비싸다며 무료화에 한목소리다. 이 다리를 이용해 출퇴근 하면 한 달에 5만~6만원이 든다는 지역민들의 성토가 나머지 경기도민의 부담(1인당 몇만원 수준)과 비판을 압도할 수밖에 없는 구도다. 무료화 찬성과 지지는 엄청나게 반향을 울리는 데 반해, 다른 경기도민의 비판은 응집되기 어려울 것이다.
두번째는 일산대교 운영 주체가 국민연금이란 점이다. 국민연금은 2009년 2000억원에 일산대교 운영권을 취득했고, MRG로 연 8%의 수익을 보장받고 있다. 2038년까지 운영할 경우, 기대수익이 7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를 경기도가 '공익처분'이라며 2000억원의 헐값에 운영권을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국민 노후자산 운용에 피해를 줄 수 있고, 국민연금의 배임이 우려된다는 지적에도 유력 대선 주자가 밀어붙이는 정책에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 지사의 노림수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마지막으로 흔히 말하는 '지사 찬스'다. 이미 충남·북과 세종시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이 지사가 경기지사직을 내려놓지 않는 이유다. 대선의 캐스팅보트 지역이라 일컬어지는 충청권과 가장 많은 유권자가 몰린 수도권 민심을 얻으면 대권은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고양 등 3개 시민은 물론, 또다른 지사 찬스를 활용해 1300만 경기도민의 표심도 유리하게 이끌 여지가 많다.
포퓰리즘 정책도 사회 전체가 합의할 수 있는 객관타당성을 어느 정도는 갖춰야 한다. 그런데 이를 정치적 셈법으로만 들여다보고, 실제로 관철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밀어붙이는 식은 곤란하다. 이런 시도가 잦아지면 중앙정부도, 지방정부도, 공공기관도 결국 골병이 들 수밖에 없다. 일산대교 하나를 무료화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이다.
장규호 논설위원
이 지사는 일산대교 무료화 추진의 이유로 '도민(道民)의 교통기본권'을 들었다. 그가 대선 공약으로 주창하는 '기본 시리즈'를 교통 분야에도 끌어왔다. 아마 같은 경기도민이라면 당연히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교통과 관련한 권리를 말할 것이다. 적어도 경기도 안에선 신체적 장애, 경제적 이유 등으로 '이동의 자유'를 침해받지 않고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픈 것일 테다.
뭐라 표현하든, 이런 권리를 완벽하게 보장하려면 교량, 도로, 전철(경전철 포함) 등 모든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를 중앙 및 지방정부, 공공기관이 직접 건설하면 된다. 무료 또는 저렴한 이용료, 저탄소 차량 요금 할인, 사회적 약자 배려 등 원하는 정책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비와 지방비, 공공기관 예산엔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SOC 건설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교통수요가 상대적으로 적거나, 특정 지역민의 이용에 국한되거나, 이런 요소들을 감안한 사업타당성 분석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사업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의 해결책으로 나온 게 민간자본이 중심이 된 SOC 건설이다. 수혜자가 보편적이지 않아 '수익자 부담' 원칙에 맞춰 짓다보니 이용요금(통행료)은 불가피하게 정부 사업 SOC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민간자본(1910억원)과 경기도 예산(340억원)이 투입된 일산대교(경기 고양시 법곶동~김포시 걸포동)가 27개 한강 교량 가운데 유일한 유료 다리인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무료화를 위해 일산대교를 공익처분할 경우, 민간사업자 운영권 회수의 대가로 지급하는 보상금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수익자 부담' 원칙과 수익성 보전을 위한 최소 운영수입 보장(MRG·Minimum Revenue Guarantee) 등을 기초로 설계된 사업이기 때문에 보상 재원 분배가 쉽지 않다. 경기도는 이 돈을 2000억원으로 추산하고, 도가 50%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고양·파주·김포시가 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다리의 이용자는 대부분 고양과 김포, 파주 등지 주민들인데, 왜 경기도민의 혈세를 투입하느냐는 비판이 바로 나올 수밖에 없다.
이재명식 포퓰리즘이 주목한 지점이 바로 여기다. 이들 3개 지역민들은 소형차 기준 1200원(㎞당 652원)인 통행료 수준이 주요 민자도로보다 6배나 비싸다며 무료화에 한목소리다. 이 다리를 이용해 출퇴근 하면 한 달에 5만~6만원이 든다는 지역민들의 성토가 나머지 경기도민의 부담(1인당 몇만원 수준)과 비판을 압도할 수밖에 없는 구도다. 무료화 찬성과 지지는 엄청나게 반향을 울리는 데 반해, 다른 경기도민의 비판은 응집되기 어려울 것이다.
두번째는 일산대교 운영 주체가 국민연금이란 점이다. 국민연금은 2009년 2000억원에 일산대교 운영권을 취득했고, MRG로 연 8%의 수익을 보장받고 있다. 2038년까지 운영할 경우, 기대수익이 7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를 경기도가 '공익처분'이라며 2000억원의 헐값에 운영권을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국민 노후자산 운용에 피해를 줄 수 있고, 국민연금의 배임이 우려된다는 지적에도 유력 대선 주자가 밀어붙이는 정책에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 지사의 노림수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마지막으로 흔히 말하는 '지사 찬스'다. 이미 충남·북과 세종시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이 지사가 경기지사직을 내려놓지 않는 이유다. 대선의 캐스팅보트 지역이라 일컬어지는 충청권과 가장 많은 유권자가 몰린 수도권 민심을 얻으면 대권은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고양 등 3개 시민은 물론, 또다른 지사 찬스를 활용해 1300만 경기도민의 표심도 유리하게 이끌 여지가 많다.
포퓰리즘 정책도 사회 전체가 합의할 수 있는 객관타당성을 어느 정도는 갖춰야 한다. 그런데 이를 정치적 셈법으로만 들여다보고, 실제로 관철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밀어붙이는 식은 곤란하다. 이런 시도가 잦아지면 중앙정부도, 지방정부도, 공공기관도 결국 골병이 들 수밖에 없다. 일산대교 하나를 무료화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이다.
장규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