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 시인 오세영, 비단길을 노래하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실크로드 시편 '황금 모피를 찾아서' 출간
노시인은 이제 노마드(nomad)가 되어 그 옛날 상인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다.
비단길의 다채로운 풍광과 그 여운을 붓끝으로 노래한다.
산수(傘壽)를 앞둔 육신에 무거운 배낭을 지우고 험한 실크로드를 통과한 오세영은 기행 잡문 대신 시(詩)로 기나긴 여정의 감상을 남겼다.
우리나라에서 출발해 중국, 파키스탄, 키르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이란,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아르메니아를 거쳐 터키까지 이어지는 대장정의 감흥을 서정시로 엮은 시집 '황금 모피를 찾아서'(문학사상)가 그 결과물이다.
'머리카락 간질이는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면/ 카라쿰사막을 건너, 톈산산맥을 넘어 신라 땅 경주까지/ 황금, 융단을 싣고 오가던 대상들의 낙타 방울 소리가 들린다/ 아,/ 노을이 비끼는 이스파한,/ 시오 세 폴 다리 아치에 포근히 안겨 자얀데 푸른 수면을 나르는 물새들을 바라다보면/ 옛 신라 여인들의/ 가녀린 귓불에서 반짝거리던 유리구슬, 그 속에 비치는 하늘이 보인다.
그 청자 빛 하늘이…' (시 '이스파한' 일부) 오세영은 이 장도를 담아낸 시를 통해 문화의 '혼종성'(hybridity)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어떤 문화나 이념도 종족주의에 국한하지 않고 뒤섞이고 서로 스며들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는 진실을 노시인은 설파한다.
이를 통해 모든 인간은 공통된 욕망과 아픔을 지니고 있으며, 타자를 사랑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철학적 깨달음을 후세에 전하고 싶어 한다.
이런 혼종성을 이야기하는 데 지구상 가장 적절한 공간은 오랜 세월 다양한 동서양 종족의 문화가 뒤섞여 켜켜이 쌓인 실크로드다.
그는 실크로드를 걷고 노래하며 시공을 허무는 인류보편성을 찾아낸다.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 바람의 마을./ 잔잔해진 카스피해의 파도를 바라보며 막 지나간 사막의 모래 폭풍을 생각한다.
역사상/ 알렉산더가, 징키스칸이, 아미르 티무르가 아니 오스만이/ 실은/ 사막에 몰아닥친 폭풍이 아니었더냐. 날씨가 개니 모두 한바탕 장난이었다, 바람이 친 한바탕 역사의/ 우스개 장난이었다.
' (시 '카스피해에서' 일부)
노시인이 얻은 결론은 우리가 그은 경계가 한낱 '우스개 장난'이라는 것이다.
그는 문화의 혼종성을 강조함으로써 세상이 하나임을 알리고 싶어 한다.
평생 인간의 실존적 고뇌를 불교 철학에 바탕을 둔 서정시로 노래해온 오세영다운 결론이다.
오세영은 머리말에서 "사람들은 묻는다.
왜 고생을 일부러 사서 하느냐. 그러나 내게 있어 여행은 고생이 아니다.
오히려 기쁨이며, 놀라움이며, 충족이며, 새로움의 발견이다.
인간이란 원래 지적 호기심을 가진 동물, 무엇인가 '안다'는 것은 '본다'는 것, '본다'는 것은 곧 '깨우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생은 나그네의 길, 그래서 문예학에서도 문학의 본질은 나그네의 원형상징(voyage archetype)에 있다고 말하지 않던가"라고 했다.
한국화 거장이자 현존 유일한 화폐 영정 화가인 일랑(一浪) 이종상이 표지와 내지에 그림을 그렸다.
/연합뉴스
노시인은 이제 노마드(nomad)가 되어 그 옛날 상인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다.
비단길의 다채로운 풍광과 그 여운을 붓끝으로 노래한다.
산수(傘壽)를 앞둔 육신에 무거운 배낭을 지우고 험한 실크로드를 통과한 오세영은 기행 잡문 대신 시(詩)로 기나긴 여정의 감상을 남겼다.
우리나라에서 출발해 중국, 파키스탄, 키르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이란,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아르메니아를 거쳐 터키까지 이어지는 대장정의 감흥을 서정시로 엮은 시집 '황금 모피를 찾아서'(문학사상)가 그 결과물이다.
'머리카락 간질이는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면/ 카라쿰사막을 건너, 톈산산맥을 넘어 신라 땅 경주까지/ 황금, 융단을 싣고 오가던 대상들의 낙타 방울 소리가 들린다/ 아,/ 노을이 비끼는 이스파한,/ 시오 세 폴 다리 아치에 포근히 안겨 자얀데 푸른 수면을 나르는 물새들을 바라다보면/ 옛 신라 여인들의/ 가녀린 귓불에서 반짝거리던 유리구슬, 그 속에 비치는 하늘이 보인다.
그 청자 빛 하늘이…' (시 '이스파한' 일부) 오세영은 이 장도를 담아낸 시를 통해 문화의 '혼종성'(hybridity)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어떤 문화나 이념도 종족주의에 국한하지 않고 뒤섞이고 서로 스며들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는 진실을 노시인은 설파한다.
이를 통해 모든 인간은 공통된 욕망과 아픔을 지니고 있으며, 타자를 사랑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철학적 깨달음을 후세에 전하고 싶어 한다.
이런 혼종성을 이야기하는 데 지구상 가장 적절한 공간은 오랜 세월 다양한 동서양 종족의 문화가 뒤섞여 켜켜이 쌓인 실크로드다.
그는 실크로드를 걷고 노래하며 시공을 허무는 인류보편성을 찾아낸다.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 바람의 마을./ 잔잔해진 카스피해의 파도를 바라보며 막 지나간 사막의 모래 폭풍을 생각한다.
역사상/ 알렉산더가, 징키스칸이, 아미르 티무르가 아니 오스만이/ 실은/ 사막에 몰아닥친 폭풍이 아니었더냐. 날씨가 개니 모두 한바탕 장난이었다, 바람이 친 한바탕 역사의/ 우스개 장난이었다.
' (시 '카스피해에서' 일부)
노시인이 얻은 결론은 우리가 그은 경계가 한낱 '우스개 장난'이라는 것이다.
그는 문화의 혼종성을 강조함으로써 세상이 하나임을 알리고 싶어 한다.
평생 인간의 실존적 고뇌를 불교 철학에 바탕을 둔 서정시로 노래해온 오세영다운 결론이다.
오세영은 머리말에서 "사람들은 묻는다.
왜 고생을 일부러 사서 하느냐. 그러나 내게 있어 여행은 고생이 아니다.
오히려 기쁨이며, 놀라움이며, 충족이며, 새로움의 발견이다.
인간이란 원래 지적 호기심을 가진 동물, 무엇인가 '안다'는 것은 '본다'는 것, '본다'는 것은 곧 '깨우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생은 나그네의 길, 그래서 문예학에서도 문학의 본질은 나그네의 원형상징(voyage archetype)에 있다고 말하지 않던가"라고 했다.
한국화 거장이자 현존 유일한 화폐 영정 화가인 일랑(一浪) 이종상이 표지와 내지에 그림을 그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