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주자들의 중구난방 공약이 쏟아지는 와중에 눈에 번쩍 띄는 주장이 있어 주목된다. 국민의힘 예비후보인 홍준표 의원의 ‘국회의원 200명으로 감축론’이다. 본선 시작 전부터 난무하는 온갖 퍼주기와 공약이라고 하기조차 민망한 선동적 구호에 비하면 정치권의 자기개혁론 같아 참신한 느낌마저 든다.

홍 의원의 국회 축소 공약은 다선의 현역의원 목소리여서 더 눈길을 끈다. 그만큼 덩치만 크고 책임 없는 권력은 무한하며, 감시 없는 예산 지출도 심각하다는 자성이기 때문이다. 물론 20년 간 국회의원으로 잘 지내며 제1야당 대표까지 할 때는 뭐 하다가 이제야 입바른 소리를 하느냐는 정도의 비판은 각오하고 꺼낸 얘기일 것이다. 현직 의원이 국회를, 그것도 권력 유지와 자기이익 지키기라면 여야도 보혁도 구분 안 되는 입법부를 뜯어고쳐 보겠다는 이 주장에 동료들은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사실 대한민국 국회는 권한과 역할, 비용, 품격 등 전방위로 문제가 심각하다. 법 만능으로 폭주하는 규제 입법은 일상이 돼버렸다. 수많은 반(反)기업 법안부터 최근 ‘언론재갈법’까지 비판여론은 아랑곳하지 않는 마구잡이 입법은 지금 거대 여당만의 독단적 행태가 아니다. 공청회 등 그나마 절차가 있는 정부 입법과 달리 의원 개개인의 입법권은 무한대다. 국정 감시는 날림이고, 정부 예산에 대해선 헌법에 정해진 ‘심의권’을 넘어 ‘편성권’까지 휘두르며 달려든다.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을 남용하면서 기업인까지 마구 불러대는 행태를 보면 악성 로비스트와 다를 것도 없다. 지역구 관련 예산이라면 시·군 기초의원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그냥 ‘동네 의원’이다. 다선·중진일수록 더하다.

국회의 고비용·저효율의 적폐는 과도한 특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온갖 금전적 지원에다 의원마다 세금으로 월급 주는 보좌진이 9명이나 된다. 면책특권도 지나치다. 지금 여당과 그 주변에는 명백한 형사피의자까지 보란 듯이 국회를 활보한다. 오로지 현역이란 이유다. 이번에 홍 의원이 ‘불체포 특권 폐지’까지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이것도 빙산의 일각이다.

북유럽 국가처럼 자전거로 출퇴근하거나 의원회관에 간이침대를 둔 의원은 찾아볼 수도 없다. 선거철이 아니어도 오가는 막말이나 가짜뉴스까지 불사하는 저급한 공세를 보면 말 그대로 수준 이하가 태반이다. 인구비례로도 그렇지만, 나라발전 저해하는 여의도 풍토를 보면 국회의원 수는 200명이 아니라 100명도 많다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홍 의원은 국회개혁을 노동개혁과 더불어 1호 공약으로 삼기 바란다. 다른 주자들도 국회개혁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