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물류난의 여파가 가구산업을 강타했다. 의자 책상 등 완성품은 물론 조립용 나사, 상판 목재 배송이 늦어지면서 가구회사들은 제품 라인업을 조정하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섰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가 급증하면서 운송 창고 인력 등 모든 분야에서 병목 현상이 벌어져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품 생산라인 바꾸는 가구업체

목재·나사 배송에 석달…이케아도 '물류 악몽'
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스 가구회사 테마홈은 최근 일부 제품의 색상을 바꿨다. 필리프 모로 테마홈 최고경영자(CEO)는 “검은색 목판을 사용할 수 없어 일부 제품을 흰색이나 오크색으로 바꿨다”고 했다. 그는 “아시아산 부품이나 작은 나사 하나를 운반하는 데 3개월이 걸리는 악몽이 계속됐다”며 “6~7월 미국으로 컨테이너를 16개 보냈지만 8월에도 배송을 마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스웨덴 가구회사 이케아도 공급난에 시달리고 있다. 회사 측은 “영국의 트럭 운전사 부족 등 다양한 이유로 공급 정상화 시점을 가늠할 수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이케아는 제품 배송을 위해 중국과 유럽 간 철도망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화물추적 기업인 프레이토스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주간 해상 컨테이너 운임지수(FBX)는 1만519달러로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1년 전 2032달러와 비교하면 5.1배로 상승했다. FBX는 영국 런던 발트해운거래소 실거래가를 토대로 계산한 40피트 컨테이너 가격지수다. 컨테이너 운송 비용이 급증한 것은 극심한 물류난이 장기화된 탓이다. 유럽 내 완성차 업체 60%가 극심한 공급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가구업계로도 여파가 번졌다. 유럽 가구회사 세 곳 중 한 곳이 공급난을 호소하고 있다.

트럭, 창고 등 모든 분야서 병목

중국 등 아시아에서 북미 동부지역으로 컨테이너를 운반할 때 드는 해상 비용은 40피트 상자 기준 지난주 평균 2만615달러였다. 1년 만에 7배 가까이 급등했다. 지난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롱비치항에 정박한 컨테이너선은 40척을 넘었다. 코로나19 유행 후 가장 많았다.

매년 크리스마스 쇼핑 성수기가 시작되는 11월부터 물류 수요가 증가하지만 올해 물류난은 이례적이란 지적이다. 기업들은 항만을 대신해 육로 운송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미국에선 허리케인 때문에 남부 지역 목재 트럭 운송이 중단됐다.

트럭 운전사, 창고까지 부족해지는 등 모든 분야에서 병목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독일 상공회의소(DIHK)에 따르면 지난달 원자재 가격 인상이나 배송 문제를 보고한 기업은 83%에 이른다.

공급난이 가격 인상으로 번지며 물가는 요동쳤다. 올해 7월 유럽 생산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1% 급등했다. 조사 이래 가장 가파른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도 1년 새 3% 뛰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올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5.4% 상승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곧 회복” vs “후년에도 지속”

물류난 해소 시점을 두고선 전망이 엇갈린다. 독일 수출신용기관 율러에르메스의 아나 보아타 거시경제 연구책임자는 “10년간 해상물류 분야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2023년에도 정상화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공급 시스템 개선만으론 역부족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덴마크 항만업체 APM터미널의 모텐 엥겔스토프트 CEO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을 시간을 벌기 위해 소비자 수요를 둔화시키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했다.

공급난이 일시적이라는 진단도 있다. 이탈리아 철강업체 아르베디 설립자인 조반니 아르베디는 “올해 초 철강 가격이 급등했지만 폐쇄된 용광로를 재가동해 가격이 안정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유럽 등의 경제 상황이 반등하면 노동력 부족 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