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직원 3000여 명의 직무를 전환하는 대규모 조직 개편에 나선다. 대상 인원이 전체 직원 2만2131명(기간제 근무자 576명 포함)의 13.5%에 달하는 역대급 규모다. 통신기업(TELCO)에서 ‘디지털플랫폼기업(DIGICO)’으로의 전환에 집중하고 있는 KT가 조직 고도화에 가속도를 붙이는 모양새다.

○KT “5개 직무 폐지·이관”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노사는 지난 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임금단체협약안에 잠정 합의했다. 이 합의안에 따르면 KT는 5개 직무그룹을 ‘최적화 대상’으로 지정하고, 폐지하거나 유관 그룹사로 이관해 인력 운용 효율화를 꾀한다. 해당 직무를 맡고 있는 직원들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직무 재배치 희망조사와 수요 부서 의견 조율 등을 거쳐 연말께 새 업무를 맡게 된다.

개편 대상 직무는 SMB영업, C&R운영, IP액세스, 지역전송, 일반국사 전원(電源) 담당 등이다. 대부분이 현장 기반 비(非)디지털 업무다. SMB영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아파트 단지 등에 인터넷·전화 회선 영업을 담당하는 일이다. C&R운영은 통신 서비스 이용자 등의 고객의소리(VOC)를 처리하고, 요금 할인·환급 등을 주로 맡는다. IP액세스, 지역전송, 전원 담당 등은 네트워크 장비 운용 관련 직무다.

KT에 따르면 5개 직무 근무 인원은 3000명 규모다. 직무 재배치 규모로는 전례없는 수준이다. 이 중 일부는 본인이 희망하면 유관 그룹사로 빠진다. 상담 업무를 맡던 이가 KT의 고객센터 계열사 KT CS나 KT IS로 자리를 옮기는 식이다. KT 노조는 “현장의 모든 업무를 직영으로 유지할 경우 인력 운영 효율성 저하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며 “(직무 전환으로)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직원들의 불안감도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T 노사는 희망퇴직 전초 단계 격인 창업지원휴직 제도도 적용 대상을 대폭 넓히기로 했다. 만 56세 이상이었던 연령기준을 만 50세 이상으로 확 내렸다. 휴직하던 중 재취업·귀농귀촌을 이유로 퇴직하는 직원에게도 특별학자금 등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기존엔 창업을 이유로 퇴직하는 이에게만 적용했던 제도다. 이를 위해 이름도 ‘내일설계휴직’으로 바꾼다.

○투표 앞두고 ‘내부 진통’

관건은 노사 공식 합의다. KT는 이르면 이번주에 사내 찬반 투표를 거쳐 찬성표가 과반이 될 경우 합의안을 시행한다. 대규모 조직개편안을 두고 일각에선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KT의 제2노조인 KT새노조는 “이번 안은 사실상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며 “계열사 이동과 대규모 외주화 등을 통해 일자리가 확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KT새노조 관계자는 “협의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도 있다”며 “노사가 앞서 어떤 사전 공지도 없이 임금협상과는 관계가 없는 구조조정안에 합의한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KT새노조는 가협의안 투표 거부와 함께 법적 대응을 검토할 계획이다. KT는 제1노조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KT노동조합, 제2노조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KT새노조 등 복수 노조를 두고 있다.

내부 불만이 커지자 KT는 8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노사 잠정합의안과 관련해 사내 설명회를 열었다.

KT 관계자는 “아직 잠정합의안 단계라 사내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하면 합의 내용이 바뀔 수 있다”며 “원안이 통과되면 연례 조직개편 시점인 오는 12월에 직무 재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