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 애브비가 기술 도입한 메디톡스의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일명 보톡스) 개발과 상업화 권리를 모두 반환했다. 2013년 기술 도입 후 8년 만이다. 애브비가 해당 물질에 대해 미국에서 임상 3상 투약까지 마친 상황에서 모든 권한을 뱉어내면서 메디톡스의 미국 시장 진출이 중대 전환점을 맞게 됐다.

메디톡스는 8일 “애브비와 추진해온 보툴리눔 톡신 개발 및 상업화 작업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보툴리눔 톡신은 식중독을 유발하는 보툴리눔균에서 추출한 독성 단백질이다. 균주에서 뽑아낸 독소를 정제해 미용성형 시술 시 원액으로 쓴다. 애브비는 2013년 총 3898억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메디톡스 보툴리눔 톡신 기술을 도입했다. 당시 계약에는 해당 기술 개발을 비롯해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상업화 권한이 포함돼 있다. 메디톡스는 애브비에 내줬던 모든 권리뿐 아니라 지금까지의 임상 데이터까지 돌려받게 된다. 메디톡스 측은 “애브비로부터 이미 받은 계약금 6500만달러와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3500만달러는 돌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애브비의 메디톡스 기술 도입과 상업화 여부는 업계의 오랜 관심거리였다. 기술 도입 이후 임상이 지지부진했다. 늦어도 2018년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 허가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진척이 더뎠다. 올해 초에야 임상 3상이 마무리됐다. 업계에서는 “늦게라도 임상을 마쳤으니 상업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과 “경쟁사 기술을 사장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임상 지연”이라는 관측이 맞섰다.

미국 시장 파트너사를 잃은 메디톡스는 갈림길에 서게 됐다. 애브비가 수행한 임상 3상 데이터를 받아 자체적으로 FDA 품목 허가를 추진하든지, 새로운 파트너사를 구해야 한다. 회사 측은 “현재로서는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했다. 이날 애브비의 권리 반환 소식에 메디톡스 주가는 12.7% 급락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