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테이퍼링 없을 9월 FOMC, 반드시 지켜봐야 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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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등 월가 은행들이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낮추면서 증시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았습니다. 델타 변이 확산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하면서 경기 회복세의 발목을 잡고 있는 탓입니다.
8일(현지시간) 오후 미 중앙은행(Fed)이 공개한 9월 베이지북(경기 동향 보고서)에서 이런 상황이 잘 드러났습니다.
Fed는 경제 확장 속도가 7월 초부터 8월까지 완만한 속도(moderate pace)로 다소(slightly) 둔화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델타 변이의 영향을 지적했습니다. 바이러스로 인해 외식과 여행, 관광 등이 곳곳에서 감소하고 해외여행 규제가 이어진 게 경기 감속의 원인이었다는 겁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닙니다. Fed는 다른 업종들은 공급망 혼란과 구인란으로 제약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자동차는 반도체 부족이 지속하는 가운데 재고가 모자라 판매가 부진했고, 주택 판매도 공급 부족에 따라 위축됐다고 풀이했습니다.
또 기업의 노동 수요는 강했지만, 전반적으로 노동력 부족이 이어졌고, 임금 인상이 가속화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물가 상승률은 높은 속도로 지속했다고 밝혔습니다. 만연한 자원 부족으로 인해 투입 가격에 대한 압력이 계속 퍼지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많은 기업은 여전히 주요 소재와 부품을 조달하는 데 문제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몇몇 지역에서는 기업들이 앞으로 몇 달간 판매가가 크게 인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베이지북에서는 델타 변이에 대한 언급이 32번 나왔습니다. 그리고 부족(Shortage)이란 용어가 무려 77회 언급됐습니다. 지난 7월 61회에서 훨씬 더 늘어난 것입니다. 그만큼 지속하는 공급망 혼란이 경제의 발목을 잡은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베이지북 내용을 요약하면 경기 확장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공급망 혼란으로 인플레이션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경기 회복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어 수요를 되살렸는데, 공급망 혼란으로 생산이 막혀 물가만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델타 변이 확산세 이외에도 Fed의 자산매입축소 추진, 의회의 증세 추진, 부채한도 상향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 중국의 경기 하강 및 기업 규제 등 경기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들이 자꾸 생겨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경기 회복이 느려지면 테이퍼링은 늦춰질 수 있습니다. 베이지북 내용을 보면 오는 21~2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산매입축소를 발표하는 건 어려워 보입니다. 이날 베이지북은 9월 FOMC의 기초자료로 쓰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하지만 여전히 9월 FOMC를 주시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바로 9월 회의 때에는 통화정책 성명서뿐 아니라 경제 전망(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s)과 점도표(Dot Plot)가 함께 공개되기 때문입니다.
모두 18명인 Fed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담은 게 점도표입니다. 그리고 성장률과 실업률, 인플레이션 등에 대한 전망을 담은 게 경제전망입니다. 지난 6월 위원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은 연 7.0%로 제시했고 물가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EC) 물가는 연 3.0%로 전망했습니다. 만약 9월에 성장률 전망은 골드만삭스처럼 5%대로 낮추되 인플레이션 전망은 높이면서 점도표에서 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긴다면? 뉴욕 금융시장에선 상당히 격렬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경기는 악화하는데, 물가는 높아지고 여기에 Fed가 금리 인상으로 대응한다면 스태그플레이션 논란이 커질 수가 있겠지요.
제롬 파월 의장이 여러 번 밝혔듯, 경제전망과 점도표는 Fed의 공식 의견이 아닙니다. Fed 위원 각자의 개인적인 전망입니다. 그런데 그게 더 문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더 자유롭게 자기 맘대로 전망치를 적어낼 수 있으니까요.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연방은행 총재,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 등 많은 지역연방은행 총재들이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지난 6월 내년 말 첫 금리 인상을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지난 7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8월 ‘고용 쇼크’에도 불구하고 자산매입축소를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지난 6월 점도표에서는 2023년 금리 인상을 예상한 위원이 13명(3월 7명)으로 늘면서 중간값이 '2023년 금리 유지'에서 '2023년 두 차례 인상'으로 바뀌었습니다. 시장이 놀랐었죠. 또 2022년 말까지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한 위원도 7명(3월 4명)에 달했습니다. 만약 이번에 두 명만 인상 시점을 2022년으로 옮기면 금리가 내년에도 오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월가 관계자는 "점도표는 조심스레 해석해야 한다. FOMC 열 두 표 가운데 지역연방은행 총재 몫은 다섯 표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중 한 표는 '슈퍼 비둘기' 존 윌리엄스 총재의 몫"이라고 말했습니다. 점도표에 나오는 금리 전망과 실제 FOMC의 기준금리 결정은 엄연히 다를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금리가 초미의 관심사인 지금 같은 상황에서 시장은 점도표를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분명히 시장에 큰 영향을 주겠지요. 모건스탠리는 "Fed가 9월 점도표에서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우리가 지금부터 연말 사이에 금리가 오를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마침 윌리엄스 총재가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등장했습니다. '슈퍼 비둘기' 윌리엄스 총재의 발언은 지난달 말 파월 의장의 잭슨홀 미팅 연설문을 다시 읽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는 "예상대로 경제회복이 이어지면 올해 자산 매입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 미 경제는 여전히 올해 테이퍼링을 실시하는 궤도에 있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상당한 추가 진전'은 물가 목표에서는 충족됐지만, 고용에서는 추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기준금리 조정과 관련해선 "자산매입축소와 관련된 어떤 결정도 금리 인상에 관한 결정과 분리해서 이뤄져야 한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습니다. 파월 의장과 좀 달랐던 것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각이었습니다. 그는 "높아진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내년에 2% 목표 수준으로 내려갈 것 같다"라고 했지만 "만약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좀 더 빨리 회복되거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계속 유지된다면 통화정책을 바꿀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회복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결국은 물가가 높게 유지된다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날 뉴욕 증시는 여러 가지 걱정 속에 약세로 출발했습니다. 오전에 발표된 7월 채용공고(job opening) 수치는 이런 걱정을 조금 덜어줬습니다. 채용공고 수가 전월보다 74만9000개 증가한 1090만 건으로 집계돼 또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습니다. 델타 변이가 번져나가던 지난 7월에도 채용공고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자 8월 '고용 충격'에 대한 걱정은 조금 줄었습니다. 사용자들은 여전히 직원을 구하고 있다는 게 확인된 겁니다. 오후 1시에는 미 국채 10년물 입찰(380억 달러)가 있었는데, 결과가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발행 당시 시장 금리가 연 1.352%였는데, 낙찰 금리가 1.338%까지 내려간 겁니다. 응찰률이 2.59배에 달해 이전 여섯 번 입찰 평균인 2.47배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외국인 투자자가 몰려들면서 간접수요가 71.1%에 달했습니다.
이런 입찰 결과는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조금씩 상승하던 10년물 금리를 눌러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날 1.377%까지 거래됐던 10년물 금리는 1.33% 수준에서 마감됐습니다. 3주만에 가장 큰 폭으로 내렸습니다. 덕분에 뉴욕 증시는 시간이 흐를수록 하락 폭을 줄여 다우는 0.20%, S&P500지수는 0.13% 내렸습니다. 4거래일 연속 상승했던 나스닥은 0.57% 떨어져 하락 폭이 조금 컸습니다.
전날 모건스탠리가 미국 주식에 대해 '비중 축소'를 권고한 데 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 도이치뱅크에서도 증시에 대한 경고가 나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날 '음악이 느려지는데, 우리는 계속 춤춰야하나"라는 도발적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올해 말 S&P500 전망치를 4250으로, 내년 말 전망치는 4600으로 제시했습니다. 이는 기존의 올해 말 전망치 3850을 대폭 높인 것이지만, 이날 지수가 4514.07로 마감한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넉 달간 6% 가량 떨어질 것이란 뜻입니다. 사비타 수브라메니언 전략가는 "붕 떠 있는 투자 심리는 시장을 부정적인 충격에 취약하게 만든다. 임금 및 투입 비용 상승은 미국 기업의 이익 마진을 위협하고 있다. Fed의 자산 확대는 지난 10년간 시장 상승의 절반 이상을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이었다. 그런데 Fed는 이런 금융 지원을 되돌리려 계획하고 있으며 이는 상승여력이 더는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흥분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이게 끝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끝이 난다면 좋지 않게 끝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도이치뱅크는 "인플레이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S&P500 지수가 6~10% 수준의 상당한 조정이나 후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도이치뱅크는 "조정이 발생한 뒤에 증시는 다시 랠리를 벌일 것이다.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강한 성장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다만 이건 인플레이션이 적당하고 점진적인 속도로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서만 가능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8일(현지시간) 오후 미 중앙은행(Fed)이 공개한 9월 베이지북(경기 동향 보고서)에서 이런 상황이 잘 드러났습니다.
Fed는 경제 확장 속도가 7월 초부터 8월까지 완만한 속도(moderate pace)로 다소(slightly) 둔화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델타 변이의 영향을 지적했습니다. 바이러스로 인해 외식과 여행, 관광 등이 곳곳에서 감소하고 해외여행 규제가 이어진 게 경기 감속의 원인이었다는 겁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닙니다. Fed는 다른 업종들은 공급망 혼란과 구인란으로 제약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자동차는 반도체 부족이 지속하는 가운데 재고가 모자라 판매가 부진했고, 주택 판매도 공급 부족에 따라 위축됐다고 풀이했습니다.
또 기업의 노동 수요는 강했지만, 전반적으로 노동력 부족이 이어졌고, 임금 인상이 가속화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물가 상승률은 높은 속도로 지속했다고 밝혔습니다. 만연한 자원 부족으로 인해 투입 가격에 대한 압력이 계속 퍼지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많은 기업은 여전히 주요 소재와 부품을 조달하는 데 문제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몇몇 지역에서는 기업들이 앞으로 몇 달간 판매가가 크게 인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베이지북에서는 델타 변이에 대한 언급이 32번 나왔습니다. 그리고 부족(Shortage)이란 용어가 무려 77회 언급됐습니다. 지난 7월 61회에서 훨씬 더 늘어난 것입니다. 그만큼 지속하는 공급망 혼란이 경제의 발목을 잡은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베이지북 내용을 요약하면 경기 확장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공급망 혼란으로 인플레이션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경기 회복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어 수요를 되살렸는데, 공급망 혼란으로 생산이 막혀 물가만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델타 변이 확산세 이외에도 Fed의 자산매입축소 추진, 의회의 증세 추진, 부채한도 상향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 중국의 경기 하강 및 기업 규제 등 경기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들이 자꾸 생겨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경기 회복이 느려지면 테이퍼링은 늦춰질 수 있습니다. 베이지북 내용을 보면 오는 21~2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산매입축소를 발표하는 건 어려워 보입니다. 이날 베이지북은 9월 FOMC의 기초자료로 쓰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하지만 여전히 9월 FOMC를 주시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바로 9월 회의 때에는 통화정책 성명서뿐 아니라 경제 전망(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s)과 점도표(Dot Plot)가 함께 공개되기 때문입니다.
모두 18명인 Fed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담은 게 점도표입니다. 그리고 성장률과 실업률, 인플레이션 등에 대한 전망을 담은 게 경제전망입니다. 지난 6월 위원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은 연 7.0%로 제시했고 물가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EC) 물가는 연 3.0%로 전망했습니다. 만약 9월에 성장률 전망은 골드만삭스처럼 5%대로 낮추되 인플레이션 전망은 높이면서 점도표에서 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긴다면? 뉴욕 금융시장에선 상당히 격렬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경기는 악화하는데, 물가는 높아지고 여기에 Fed가 금리 인상으로 대응한다면 스태그플레이션 논란이 커질 수가 있겠지요.
제롬 파월 의장이 여러 번 밝혔듯, 경제전망과 점도표는 Fed의 공식 의견이 아닙니다. Fed 위원 각자의 개인적인 전망입니다. 그런데 그게 더 문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더 자유롭게 자기 맘대로 전망치를 적어낼 수 있으니까요.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연방은행 총재,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 등 많은 지역연방은행 총재들이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지난 6월 내년 말 첫 금리 인상을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지난 7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8월 ‘고용 쇼크’에도 불구하고 자산매입축소를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지난 6월 점도표에서는 2023년 금리 인상을 예상한 위원이 13명(3월 7명)으로 늘면서 중간값이 '2023년 금리 유지'에서 '2023년 두 차례 인상'으로 바뀌었습니다. 시장이 놀랐었죠. 또 2022년 말까지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한 위원도 7명(3월 4명)에 달했습니다. 만약 이번에 두 명만 인상 시점을 2022년으로 옮기면 금리가 내년에도 오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월가 관계자는 "점도표는 조심스레 해석해야 한다. FOMC 열 두 표 가운데 지역연방은행 총재 몫은 다섯 표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중 한 표는 '슈퍼 비둘기' 존 윌리엄스 총재의 몫"이라고 말했습니다. 점도표에 나오는 금리 전망과 실제 FOMC의 기준금리 결정은 엄연히 다를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금리가 초미의 관심사인 지금 같은 상황에서 시장은 점도표를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분명히 시장에 큰 영향을 주겠지요. 모건스탠리는 "Fed가 9월 점도표에서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우리가 지금부터 연말 사이에 금리가 오를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마침 윌리엄스 총재가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등장했습니다. '슈퍼 비둘기' 윌리엄스 총재의 발언은 지난달 말 파월 의장의 잭슨홀 미팅 연설문을 다시 읽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는 "예상대로 경제회복이 이어지면 올해 자산 매입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 미 경제는 여전히 올해 테이퍼링을 실시하는 궤도에 있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상당한 추가 진전'은 물가 목표에서는 충족됐지만, 고용에서는 추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기준금리 조정과 관련해선 "자산매입축소와 관련된 어떤 결정도 금리 인상에 관한 결정과 분리해서 이뤄져야 한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습니다. 파월 의장과 좀 달랐던 것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각이었습니다. 그는 "높아진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내년에 2% 목표 수준으로 내려갈 것 같다"라고 했지만 "만약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좀 더 빨리 회복되거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계속 유지된다면 통화정책을 바꿀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회복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결국은 물가가 높게 유지된다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날 뉴욕 증시는 여러 가지 걱정 속에 약세로 출발했습니다. 오전에 발표된 7월 채용공고(job opening) 수치는 이런 걱정을 조금 덜어줬습니다. 채용공고 수가 전월보다 74만9000개 증가한 1090만 건으로 집계돼 또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습니다. 델타 변이가 번져나가던 지난 7월에도 채용공고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자 8월 '고용 충격'에 대한 걱정은 조금 줄었습니다. 사용자들은 여전히 직원을 구하고 있다는 게 확인된 겁니다. 오후 1시에는 미 국채 10년물 입찰(380억 달러)가 있었는데, 결과가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발행 당시 시장 금리가 연 1.352%였는데, 낙찰 금리가 1.338%까지 내려간 겁니다. 응찰률이 2.59배에 달해 이전 여섯 번 입찰 평균인 2.47배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외국인 투자자가 몰려들면서 간접수요가 71.1%에 달했습니다.
이런 입찰 결과는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조금씩 상승하던 10년물 금리를 눌러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날 1.377%까지 거래됐던 10년물 금리는 1.33% 수준에서 마감됐습니다. 3주만에 가장 큰 폭으로 내렸습니다. 덕분에 뉴욕 증시는 시간이 흐를수록 하락 폭을 줄여 다우는 0.20%, S&P500지수는 0.13% 내렸습니다. 4거래일 연속 상승했던 나스닥은 0.57% 떨어져 하락 폭이 조금 컸습니다.
전날 모건스탠리가 미국 주식에 대해 '비중 축소'를 권고한 데 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 도이치뱅크에서도 증시에 대한 경고가 나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날 '음악이 느려지는데, 우리는 계속 춤춰야하나"라는 도발적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올해 말 S&P500 전망치를 4250으로, 내년 말 전망치는 4600으로 제시했습니다. 이는 기존의 올해 말 전망치 3850을 대폭 높인 것이지만, 이날 지수가 4514.07로 마감한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넉 달간 6% 가량 떨어질 것이란 뜻입니다. 사비타 수브라메니언 전략가는 "붕 떠 있는 투자 심리는 시장을 부정적인 충격에 취약하게 만든다. 임금 및 투입 비용 상승은 미국 기업의 이익 마진을 위협하고 있다. Fed의 자산 확대는 지난 10년간 시장 상승의 절반 이상을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이었다. 그런데 Fed는 이런 금융 지원을 되돌리려 계획하고 있으며 이는 상승여력이 더는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흥분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이게 끝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끝이 난다면 좋지 않게 끝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도이치뱅크는 "인플레이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S&P500 지수가 6~10% 수준의 상당한 조정이나 후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도이치뱅크는 "조정이 발생한 뒤에 증시는 다시 랠리를 벌일 것이다.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강한 성장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다만 이건 인플레이션이 적당하고 점진적인 속도로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서만 가능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