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바이러스에도 대응할 수 있는 박테리아를 기반으로 한 코로나19 백신이 국내 바이오 기업을 통해 개발되고 있다. 주인공은 라파스다.

15일 라파스에 따르면 이 회사는 박테리아의 한 종류인 ‘마이코박테리아’ 균주를 활용한 백신 플랫폼 기술을 개발 중이다. 최근 마이코박테리아 균주로 이뤄진 성분(Mpg) 기반 코로나19 예방 백신의 국내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박테리아 기반 백신의 강점은 항원에 대한 항체를 만드는 '체액성 면역'과 면역세포를 움직이는 '세포성 면역'을 모두 유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면역증강으로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외래 감염원에 대응하는 힘 자체를 기른다면 변이에도 저항이 가능할 것이란 판단이다. 현재 라파스는 이를 검증하기 위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동물 공격접종시험(백신 투약 후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예방 효능 관찰)을 준비 중이다.

Mpg, 동물실험서 높은 면역유도능 확인

Mpg는 라파스가 지난해 서울대 의대 미생물학교실의 김범준 교수팀으로부터 기술이전받은 물질이다. 김 교수팀은 마이코박테리아 균주로 이뤄진 Mpg를 개발했다.

Mpg는 원래 결핵 예방백신(BCG)의 대체용으로 개발됐다. BCG는 결핵을 유발하는 병원성 균으로, 약독화(弱毒化)로 병원성을 최소화시켜 백신에 사용한다. 그러나 사람의 기저 체온인 37℃에서 이상증식을 하기도 한다. 균주의 이상증식은 또 다른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약독화로 인해 결핵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 실제로 BCG는 100년 가까이 결핵 백신으로 쓰였지만, 연령이 높아질수록 효과가 떨어져 주로 신생아 시기에 접종된다.

반면 Mpg는 병원성이 없는 결핵 균주다. BCG와 달리 사람의 기저 체온인 37℃에서 증식하지 않는다. Mpg는 백신이 가진 기본적인 체액성 면역 기능 외에 세포성 면역 기능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세포성 면역이란 T세포가 직접 화학물질을 분비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세포성 면역의 핵심은 T세포가 감염 물질을 잘 인지하고 죽일 수 있느냐다. 박테리아 백신은 항원을 박테리아에 실어 주입된다. 크기가 작은 항원만 주입한다면 면역세포가 인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박테리아 백신은 전달체로 사용된 박테리아의 크기가 커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인지하기 수월하다.

외부 박테리아를 인지하고 이를 포식한 대식세포는 박테리아를 수많은 조각으로 잘라 내보낸다. 이렇게 내보내진 조각을 통해 체내의 T세포들이 항원을 인지하게 된다.

세포성 면역 여부는 면역유발물질인 인터페론 감마(IFN-γ)를 통해 확인한다. 인터페론 감마는 감염을 예방하는 중화항체 생성능을 포함해, 대식세포와 T세포의 활성을 유도한다. 라파스에 따르면 동물실험 결과, Mpg의 인터페론 감마 발현율은 BCG 대비 높았다.

코로나19 특이적 재조합 백신 개발

라파스는 최근 Mpg를 가지고 코로나19로 눈을 돌렸다. BCG가 코로나19 억제 효능을 가지고 있다는 논문이 지난해 발표됐기 때문이다. 뉴욕공대(NYIT) 연구팀이 작성한 이 논문은 BCG가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을 강화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내용대로라면 Mpg 역시 코로나19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SARS-CoV-2 수용체 결합 도메인을 발현하는 재조합 Mpg 구성/ 사진=서울대 연구팀 논문 캡처
SARS-CoV-2 수용체 결합 도메인을 발현하는 재조합 Mpg 구성/ 사진=서울대 연구팀 논문 캡처
라파스는 단백질 재조합을 통해 코로나19 항원을 발현하는 백신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특허 출원 백신(rMpg-RBD)은 Mpg 안에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의 항원 역할을 하는 수용체결합도메인(RBD) 유전자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체 세포에 침입할 때, 바이러스의 돌기(스파이크)가 인체 세포의 수용체인 'ACE2'와 결합한다. ACE2와 결합하는 바이러스의 돌기 끝에 있는 게 바로 RBD다.

RBD를 발현한 박테리아 백신을 접종하면 인체 면역 시스템에 의해 중화항체가 생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중화항체는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RBD와 인체 세포의 수용체 결합을 방해해 감염을 막는다.

rMpg-RBD의 세포성 면역 활성화 효능도 확인됐다. Mpg를 개발한 서울대 연구팀은 마우스 임상을 진행, 2개 Mpg(대조군)와 3개 rMpg-RBD를 포함해 총 5개 균주를 2주 간격으로 2회에 걸쳐 투약했다. 그 결과 3개의 rMpg-RBD 모두에게서 2개 대조군 대비 코로나19 단백질에 대해 향상된 인터페론 감마 분비 효과를 확인했다.

이를 통해 변이 바이러스에도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라파스는 기대하고 있다. 라파스 관계자는 “결핵 예방용인 BCG 백신이 코로나19 감염 환자의 중증 및 사망률을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며 “이는 마이코박테리아 균주가 다른 바이러스 감염에도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rMpg-RBD는 탑재한 항원만이 아니라 전달체인 박테리아로 인해 면역세포의 광범위한 활성을 유도한다”며 “이 과정을 통해 면역세포들이 변이된 감염체에 대해서도 빠르게 반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마이크로니들 패치로도 개발

라파스는 rMpg-RBD에 회사의 마이크로니들 패치 기술도 적용할 계획이다. 라파스는 비임상 효능평가를 통해 rMpg-RBD 주사제의 효과를 확인했다. 추가 임상을 통해 rMpg-RBD의 효능 검증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마이크로니들 패치제로 개발할 방침이다.

회사가 개발한 마이크로니들은 사람 머리카락 굵기 3분의 1 정도의 미세한 바늘로 피부에 약물을 전달한다. 인체에 무해하고 일반 패치제품보다 빠르게 약물을 전달할 수 있다고 했다.

관건은 약물의 양이다. 주사제와 패치제는 투약 부위 및 방식이 다른 만큼 필요한 용량에서도 차이가 난다.

이 부분에서도 라파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앞서 마이코박테리아를 사용한 결핵 백신 패치제를 개발하면서 동물실험에서 효과를 확인했다. 패치제에 적합한 용량을 찾은 것이다.

라파스 관계자는 “다만 현재 코로나19로 임상시험 수요가 급증해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 부족한 상태”라며 “이러한 문제만 해결되면 코로나19 백신 패치제 개발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