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선택만 작용?…홍준표, 중도·野지지층서도 지지율 급상승

리얼미터 여론조사

야당 대선주자인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보수야권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는 조사 결과가 9일 나왔다. 일각에서는 여당 지지층의 역선택 결과라고 해석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층과 중도층의 지지율도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6~7일 성인 2019명 대상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 결과 홍 의원의 보수야권 대선후보 적합도는 32.6%로, 윤 전 총장(25.8%)을 6.8%포인트 차로 역전했다. 이 조사에서 홍 의원이 윤 전 총장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유승민 전 의원(9.9%),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4.4%), 최재형 전 감사원장(3.7%),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2.2%) 순이었다.

홍 의원이 보수야권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역선택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35.5%가 보수야권 후보로 홍 의원이 적합하다고 답했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도 38.5%가 홍 의원을 보수야권 선호 후보로 꼽았다. 또 민주당의 지지층이 두터운 40대 역시 홍 의원 응답률(40.2%)이 높았다. 이는 전 세대에 걸쳐 가장 높은 수치다.

하지만 단순 역선택의 결과라고 해석하기 어려운 결과도 나왔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31.3%는 홍 의원을 보수야권 후보로 적합하다고 꼽았는데, 이는 지난달 24일 조사 대비 14.5%포인트 급등한 수치다.

전체 지지율로 봐도 홍 의원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여야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홍 의원의 지지율은 같은 기간 7.5%포인트 급등한 15.6%를 기록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홍 의원 지지율이 10%대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선주자 지지율 1위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2.1%포인트 상승한 27%로 나타났다. 윤 전 총장은 2.3%포인트 내린 24.2%였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48.6%은 윤 전 총장을 선호했지만, 30.1%는 홍 의원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홍 의원의 국민의힘 지지층 지지율은 지난 조사(14.2%)보다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이 기간 윤 전 총장에 대한 국민의힘 지지층의 지지율은 5.2%포인트 내렸다. 윤 전 총장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던 보수층이 홍 의원 지지로 결집한 것으로 분석된다.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을 중심으로 홍 의원의 지지율 상승세가 눈에 띄었다. 지난 조사에서 강원의 홍 의원 지지율은 1.7%에 머물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17.9%로 급등했다. 부산·울산·경남 9.2%→17.2%, 대구·경북 10.8%→22.7%로 이들 지역에서 홍 의원 지지율은 큰 폭의 변동이 있었다.

수도권에서도 홍 의원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보였다. 서울에서는 이 기간 9.3%에서 12.3%로 나타났다. 경기에서는 6.9%에서 15.9%로, 두 배 이상 지지율이 뛰었다.

하지만 가상 양자대결에서 홍 의원은 여당 주자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사와 홍 의원이 격돌했을 때 이 지사는 37.4%, 홍 의원은 33.4%를 기록했다. 홍 의원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의 가상 양자대결에서도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대표는 36.2%, 홍 의원은 33.3%로 나타났다.

반면 윤 전 총장은 여당 대선주자보다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이 가상 양자대결을 벌였을 때 이 지사는 38.0%, 윤 전 총장은 39.6%였다. 이 전 대표와 윤 전 총장은 각각 34.6%와 39.9%로 윤 전 총장이 크게 앞섰다.

이러한 결과는 반문(반 문재인), 반민주당 성향의 중도 표심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 전 총장은 전체 지지율에서 이 지사에게 뒤졌지만, 중도 지지율은 26.1%로, 이 지사(24.0%)를 앞섰다.

다만 홍 의원의 중도 지지율도 확대되는 추세다. 홍 의원의 중도 지지율은 16.9%로 지난 조사(8.3%)보다 두 배 이상 급상승했다. 이낙연 전 대표(13.2%)의 중도 지지율보다도 높은 수치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다. 응답률은 5.5%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