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이천공장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임원들이 잇따라 '자사주 쇼핑'에 나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 하반기 반도체 경기 둔화 전망에 SK하이닉스 주가가 단기간 급락하자 저평가라고 판단, 경영진이 사들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광문 SK하이닉스 ER 담당 부사장은 지난달 18일 하루에만 SK하이닉스 주식 400주를 평균 9만9350원에 매입했다. 매수금액은 약 3974만원이다.

이에 앞서 진교원 개발제조총괄 사장을 비롯해 SK하이닉스 부사장 5명도 지난 7~8월 잇따라 자사주를 사들였다. 진 사장은 지난달 23일 SK하이닉스 주식 1000주를 평균 10만3000원에 사들였다. 매수금액은 1억300만원 규모다.

또 △오종훈 GSM 담당 450주(10만2000원) △박명수 D램마케팅 담당 450주(10만1000원) △노종원 경영지원 담당 1000주(12만1000원) △김진국 미래기술연구원 담당 1000주(12만2500원) △최정달 낸드개발 담당 1000주(12만2650원) 등이 이 기간 자사주를 사들였다.

올해 3월2일 장중 고점 15만500원을 찍었던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10만4000원까지 내리며 30.8%나 떨어졌다. 지난달 13일에는 장중 9만8900원까지 내리며 작년 12월 이후 처음 10만원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SK하이닉스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수익성이 올 하반기부터 둔화될 것이란 우려 때문.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SK하이닉스 주식 1조4000억원어치를 팔고 떠났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가격은 평균 3.889달러로 집계됐다. 1월 평균 3.875달러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가격이다. 올해 최고점이던 3월 말(5.3달러) 대비로는 36% 급락했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올 4분기 PC용 D램(8Gb기준) 고정거래 가격은 3분기보다 최대 5%가량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최근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은 메모리 출하 증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메모리 가격 상승이 지속돼 호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라며 "D램 가격 하락에 잠시 주춤할 수 있지만 내년 하반기 상승 반전해 호실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주가 하락세에 대해 "D램 가격 약세 때문인데 이러한 우려는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돼 있다. 주가는 1분기 이후 상당한 조정을 거친 수준으로 D램 가격 하락세가 두려워 주식을 줄이기보단 장기적 관점에서 주식을 담을 기회를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은 실적 기대감이나 책임경영 의지로 해석한다. 때문에 SK하이닉스 경영진의 잇단 자사주 매입도 올 하반기 실적 기대감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은 개인적 판단 하에 이뤄지는 것이라 자세한 이유는 모른다"며 "책임경영 차원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