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홍정욱 올가니카 회장 SNS 캡쳐
사진=홍정욱 올가니카 회장 SNS 캡쳐
# 주부 박시현(49)씨는 최근 스타벅스에서 채식주의자(비건) 친구가 사준 햄샌드위치를 먹고 놀랐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샌드위치를 보던 중 친구가 '비건 샌드위치'임을 알려주고서야 안에 들어간 햄이 대체육인 걸 알았다. 육안으로 보기에는 햄샌드위치와 구별이 어려울 정도라 깜빡 속았다"고 말했다.
대체 식품 시장이 성장하며 소비자들의 생활 속으로 다양한 대체육 메뉴가 파고들고 있다. 주요 소비층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신념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소비하는 '가치소비'를 중시하면서 대체 식품이 대중화 단계에 돌입하는 분위기다. 대체육뿐 아니라 대체 계란, 대체 우유도 시중에서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있게 됐다.

녹두로 만들었다…'대체 계란 샌드위치'

SPC그룹은 파리바게뜨가 식물성 대체 계란인 '저스트 에그'를 활용한 제품을 국내 최초로 출시했다고 8일 밝혔다. 사진=SPC그룹
SPC그룹은 파리바게뜨가 식물성 대체 계란인 '저스트 에그'를 활용한 제품을 국내 최초로 출시했다고 8일 밝혔다. 사진=SPC그룹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SPC그룹 계열 프랜차이즈들은 식물성 원료로 만든 '대체 계란'인 '저스트 에그'를 사용한 에그샌드위치를 선보였다.

저스트 에그는 미국 식물성 기반 대체식품 기업인 '잇 저스트'가 개발한 상품이다. 녹두에서 추출한 단백질에 강황을 더해 계란의 형태와 식감을 재현했다. 국내에선 SPC삼립이 독점 유통한다.

우선 파리바게뜨는 잉글리시 머핀 속에 저스트 에그로 만든 스크램블과 치즈를 넣은 핫샌드위치인 '저스트 에그 멀티그레인 머핀 샌드위치'를 출시한다. SPC그룹 브랜드인 파리크라상, 패션5에서도 저스트 에그를 활용한 샌드위치와 브런치 등 제품을 내놨다.

신제품은 파리바게뜨의 첫 식물성 대체식품 활용 사례라고 SPC그룹은 소개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이는 저스트 에그 제품인 만큼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에게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연구개발을 통해 지속가능한 대체식품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제품도 있다…대체 우유, 곡물·콩으로 만듭니다

사진=매일유업
사진=매일유업
유제품 시장에서도 가축이 아닌 곡물로 만든 '대체 우유'가 줄을 잇고 있다. 대체 우유란 말이 낯설 수 있지만 소비자들에게 친근한 두유에 더해 입지를 굳힌 아몬드 우유(아몬드 밀크), 귀리 우유(오트 밀크) 등 곡물로 만든 우유라 생각하면 된다.

대체 우유에 적극 움직임을 보이는 기업은 매일유업이다. 지난달 귀리로 만든 '어메이징 오트' 2종을 출시했다. 핀란드산 귀리를 껍질째 갈아 만든 식물성 음료다. 앞서 매일유업은 블루다이아몬드사 아몬드 음료 '아몬드브리즈'를 국내에 선보인 바 있다.

매일유업은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만드는 '홀 드레인 오트 라떼' 용으로 오트 밀크를 납품하고 있기도 하다. 스타벅스는 2017년 오트밀 라떼를 시작으로 꾸준히 오트 밀크를 활용한 한정판 음료를 선보였다. 올해부터는 관련 메뉴를 정식 메뉴로 운영하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세계적으로도 오트음료 시장은 성장하는 추세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오트음료 시장은 2026년까지 10%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채식뷔페 콩고기만 기억한다면…'대체육'의 진화

최근 가장 조명받는 영역은 대체육이다. 식물성 단백질 등을 활용해 모양과 식감을 고기와 유사하게 만든 식재료로 '콩고기'를 생각하면 쉽다. 과거 채식뷔페의 '콩고기 불고기'가 대표적이었다면 이제는 다양하게 변주된 대체육을 만날 수 있다. 프랜차이즈의 햄버거, 샌드위치뿐 아니라 치킨너겟과 라자냐 등으로 한층 세련돼 졌다.

사진=신세계푸드
사진=신세계푸드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지난 7월 총 4종의 '플랜트 베이스드 푸드' 제품군을 내놨다. 식물성 대체육으로 만든 함박스테이크와 대체육 라구소스로 만든 파스타, 대체육 햄 콜드컷(슬라이스 햄)이 든 플랜트 햄&루꼴라 샌드위치 등이다.

대체육 샌드위치를 선보인 신세계푸드는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시작하기도 했다. 신세계푸드는 2016년부터 대체육 연구개발을 진행한 끝에 베러미트를 론칭했다. 앞서 자사 햄버거 프랜차이즈 '노브랜드 버거'에서 대체육 치킨너겟을 출시, 30만개를 완판하기도 했다.

다른 식품기업들도 신사업으로 주목하고 있다. 동원F&B는 2018년 일찌감치 미국 대체육 전문기업 '비욘드미트'과 독점 공급 계약을 맺고 국내에서 대체육 사업을 운영 중이다. 두부 1위 기업인 풀무원도 '식물성 식품 전문기업'을 표방하며 대체육 '두부텐더', 고단백 두부로 고기 식감을 구현한 '두부크럼블' 등을 내놨다.

'짜파게티'에 들어간 콩고기로 대체육을 활용 중이던 농심도 독자 기술을 내세워 공세를 펼치고 있다. 비건 브랜드 '베지가든'의 만두 제품에 독자개발한 대체육을 넣은 점을 내세우며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부 선진국에선 대체육이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미국 시장에서 대체육 판매량은 2018~2020년 연평균 31%나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국 축산업계가 공장을 폐쇄하면서 육류 대란이 터진 점도 현지 대체육 시장 성장에 불을 붙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글로벌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19년 5조2500억원에서 2023년 6조70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식품으로 여겨졌던 대체육이 착한 단백질로 소비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대체 식품 시장은 향후 성장성이 높은 신시장으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