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경선판 뒤집기를 위해 의원직 사퇴 선언을 하면서 이른바 배수진의 정치가 주목받고 있다.

의원직이나 핵심 당직 사퇴는 되돌아갈 다리를 불살라 버린다는 점에서 위기 돌파를 위한 비장의 카드로 인식된다.

나아가 강력한 인상을 심으며 지지층을 결속시키면서 시간을 두고 정치적 반전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사퇴 카드는 대체로 크게 수세에 몰린 경우에 꺼내는 경우가 많아 그 자체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운 전략이라는 평가가 많다.

특히 국회의원직 사퇴의 경우 본회의 처리 등을 이유로 유야무야된 적이 많기 때문에 '정치 쇼'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승부수일까 자충수일까…'사퇴 배수진'의 정치학
◇ 김진애·김진표 등 후보 경선 과정서 의원직 사퇴 선언
가까이는 열린민주당 김진애 전 의원이 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 협상이 진전되지 않자 전격적으로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민주당에 단일화 협상을 압박하면서 진정성과 존재감을 보이려는 전략이었으나 여론조사 경선에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에 완패했다.

김 전 의원은 사직 의사를 고수해 결국 3월 34일 본회의에서 사퇴안이 가결됐고, 김의겸 의원이 비례대표직을 승계했다.

2010년 6월 지방선거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섰던 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같은 해 4월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의원직 사퇴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당시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와의 야권 후보 단일화를 앞두고 배수진을 친 것이었으나 실패했다.

2012년 대선 경선 때 경남지사직을 던진 김두관 의원도 배수진 전략으로 상처를 받은 경우다.

본인도 경선에 졌을 뿐만 아니라 보궐선거에서 경남지사직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에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이철우 의원도 2017년 12월에 국회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당 경선에 앞서 미리 결기를 보인 것이었으나 보궐선거 도미노를 차단하기 위한 당 방침에 따라 의사를 번복했다.

그는 이후 경선에서 후보로 확정돼 경북도지사에 당선됐다.

승부수일까 자충수일까…'사퇴 배수진'의 정치학
◇ 대권을 위해 총선 불출마·의원직 사퇴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야권 분열이 가시화되자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는 그해 1월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른바 친노·친문 패권주의 공방으로 지지층이 쪼개지면서 호남 민심이 국민의당 쪽으로 급속도로 돌아서자 정치적 결단을 한 것이었다.

이후 김종인 비대위를 가동, 친문 강경파를 공천에서 쳐낸 민주당은 호남에서 안철수 국민의당에 사실상 전패를 당했지만, 수도권과 충청에서 이기고 영남에서 약진하며 원내 1당이라는 기적을 이뤄냈다.

결과적으로 문 대표로서는 극적인 대반전을 이뤄낸 승부수가 됐다.

2017년 대선 때 당시 국민의당 대권주자였던 안철수 대표는 후보 등록을 하면서 의원직을 사퇴했다.

문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때 의원직을 유지한 것과 차별화하는 전략이 깔렸으나 결국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정치적 재기를 앞당기는 데 걸림돌이 됐다.

반면 2012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대선에 패배하면 정치를 마감하겠다"면서 의원직 사퇴 선언을 했고, 대권 쟁취로 이어졌다.

승부수일까 자충수일까…'사퇴 배수진'의 정치학
◇ 이낙연의 승부수 통할까…"효과없다" "절박함 보여줄 것"
이낙연 전 대표의 승부수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절박함을 보여주었다는 대목에는 동의하지만, 현 정치 구도상 판세를 엎을 만큼의 효과를 가져오긴 어렵다고 분석한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이 전 대표는 이미 친문과 비(非)친문 사이에서 본인의 페이스를 잃었다.

'이낙연다움'을 실패한 것이 가장 큰 패인"이라며 사퇴 선언의 효과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약간의 결집 효과는 있을지언정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만들어내고 전략적 투표를 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시에 박상병 교수는 "이 전 대표 입장에는 이번 대선이 사실상 마지막 정치 도전일 텐데,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것은 분명 용기 있는 결단이자 진정성"이라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배수진 전략의 효과는 차치하고 이 전 대표의 절박함, 간절함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는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