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스 할스 '웃고 있는 기사'
네덜란드 황금시대 대표하는
'웃음의 화가' 프란스 할스
인물의 유쾌하고 자연스런 모습 포착
부와 생기 넘치는 '웃고 있는 기사'
두 세기 지나 영국서 폭발적 인기
밝은 색채, 자유로운 붓놀림·기법
모나리자 이후 가장 유명한 초상화
마네·모네·고흐와 소설가에도 영감
![프란스 할스, 웃고 있는 기사, 1624년, 월리스 컬렉션](https://img.hankyung.com/photo/202109/AA.27451074.1.jpg)
일찍이 칸트가 웃음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을 알려줬지만 스트레스와 질병, 폭력과 범죄, 경제적 부담으로 삶이 고단해진 현대인들은 웃음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일상에서 웃음을 빼앗긴 사람들에게 웃음을 되돌려주는 명화가 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초상화 대가 프란스 할스(1580~1666년)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웃고 있는 기사’다. 영국 런던에 있는 월리스 컬렉션의 대표 소장품인 이 그림은 ‘모나리자 이후 서양미술사에서 가장 유명한 초상화’ ‘모든 바로크 초상화 중 가장 화려한 인물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초상화 속 모델의 매력적인 미소와 장난기 넘치는 눈빛은 이 작품이 불후의 명성을 얻는 데 크게 기여했다. 18세기 이전 제작된 초상화에서 웃거나 미소를 짓는 사람을 표현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당시 다른 많은 화가의 그림에 나오는 인물들은 진지하거나 엄숙한 표정을 짓고 움직임이 정지된 자세를 취했다. 반면 할스의 초상화에 등장한 인물들은 유쾌하게 웃거나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는 할스만의 고유한 특징이며 그런 이유에서 그는 ‘웃음의 화가’로 불리게 된다.
![17세기 황금시대 네덜란드 상선들을 묘사한 그림.
헨드릭 코넬리스 브롬, 1622년](https://img.hankyung.com/photo/202109/AA.27449286.1.jpg)
그럼 작품을 감상하면서 웃음의 효과를 보다 확실하게 느껴보도록 하자. 초상화의 주인공은 고급스럽고 세련된 옷차림의 젊은 남자다. 그는 몸을 뒤로 젖히고 비스듬히 선 자세로 왼손은 엉덩이에 얹고 얼굴은 왼쪽으로 살짝 돌려 관객을 내려다본다. 남자의 화려한 패션과 편안한 자세, 생기 넘치는 얼굴 표정, 독특한 콧수염은 그가 무척 부자이며 삶에 만족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할스는 그림 오른쪽 위에 적힌 라틴어와 숫자로 모델의 나이는 26세이며 초상화는 1624년에 그려졌다고 알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남자의 신원은 밝히지 않았다. 모델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실제로는 웃지 않고 미소만 지을 뿐인데도 왜 ‘웃고 있는 기사’라는 제목이 붙었을까. 원래 이 그림은 제목이 없이 ‘남자의 초상화’로 불리다가 1872~1875년 영국 국립 베스널 그린 박물관에서 개최된 전시회에서 공개된 이후 인쇄물로 대량 복제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부와 자신감, 삶의 활기가 느껴지는 초상화의 쾌활한 분위기에 매료된 영국 대중과 비평가, 언론에 의해 ‘웃고 있는 기사’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남자의 사치스러운 검은 실크 의상과 화려한 자수 장식에 새겨진 다양한 상징적 의미도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 소매를 관찰하면 불타는 횃불, 화살표, 꿀벌, 연인의 매듭 문양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는 사랑의 즐거움과 고통을 상징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헤르메스 신을 상징하는 모자와 뱀 두 마리가 감겨 있는 날개 달린 지팡이 문양도 눈길을 끄는데, 이것은 재산과 남자다운 미덕을 상징한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109/AA.27426139.1.jpg)
또 영국 소설가 바로네스 오르치의 세계적 베스트셀러 ‘스칼렛 핌퍼넬’ 소설 시리즈가 탄생하는 데도 기여했다.
이명옥 < 사비나 미술관 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