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연내 시행 가능성, 정치권의 플랫폼 기업 규제 우려 등으로 국내 증시가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중소형 성장주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기 모멘텀이 약화된 상황에서 규제 불확실성까지 덮치면서 대형주 투자 심리는 당분간 억눌릴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럴 때 패시브 자금의 매도 압력을 피할 수 있는 중소형주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위드(with) 코로나’라는 새로운 국면 전환을 앞두고 성장 계기를 마련하고,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을 주목하라는 조언이 나왔다.

‘위드 코로나’ 주목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코스닥지수는 3개월 연속 유가증권시장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코스닥시장은 7월에 이어 8월에도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버블 이후 20년 만에 사상 최고치 행진을 계속했다. 다만 기관투자가의 대규모 매도세에 따라 급락과 회복이 반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8월 코스닥지수 상승률은 0.7%였지만 지수 고점과 저점의 폭은 100포인트에 달해 변동성이 컸다.

최근 코스닥시장의 상승세는 시가총액 최상위 그룹 중 헬스케어 관련주가 이끌었다는 게 특징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에이치엘비 등 소수 종목이 급등했지만 상승 종목보다 하락 종목 수가 더 많았다. 이는 개별 종목 장세가 이어졌음에도 이달 크게 상승 중인 2차전지 소재 업종 정도를 제외하면 뚜렷한 주도 업종이 없다는 얘기다.

키움증권 성장기업분석팀은 이런 장세에서는 각국 증시에서 핵심 업종으로 부상하고 있는 미래 신성장 산업 비중을 늘리는 포트폴리오를 권했다. 김상표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은 섹터별 순환매와 특정 업종 쏠림이 일단락되고 지수 고점에 근접해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가 가져온 산업구조와 생활패턴의 변화가 위드 코로나 구간에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미래 신성장 산업 중 옥석을 가려 중소형주 비중을 늘릴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디지털헬스케어·모바일부품 주목

키움증권이 이달 제시한 투자 포인트는 피부미용 시장 확대 수혜주,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성장 수혜주, 신제품 효과로 실적 개선과 가치 재평가가 기대되는 모바일 부품주 등이다.

코로나19 이후 화상을 통한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며 ‘줌 붐(zoom boom)’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국내외에서 피부미용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성형수술·시술, 치아 교정 등이 증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위드 코로나’ 국면에서도 피부미용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피부미용 업종에서 주목할 기업으로는 파마리서치, 루트로닉이 꼽혔다. 파마리서치는 올 하반기 피부미용 신제품 ‘리쥬란 HB’ 출시를 앞두고 있고, 관절치료 주사제인 ‘콘쥬란’의 매출 증가도 기대되고 있다. 루트로닉도 레이저, 고주파, 전기근육자극요법, 고강도집속초음파 등 다양한 피부미용 의료기기를 생산해 실적 개선 후 급격한 수익성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서는 의료데이터에 기반한 사업 모델을 보유한 기업을 추천했다. 뷰노, 딥노이드, 라이프시맨틱스 등이 대표적이다. 뷰노는 의료진을 위한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시스템 부문에서 경쟁력을 지닌 업체로 꼽힌다.

지난달 출시된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이 흥행을 이어가면서 폴더블폰 관련주도 주목받고 있다. 키움증권은 “상반기 부품 공급 부족 등 문제로 스마트폰 출하량이 감소하면서 부진했던 모바일 부품 업체들의 실적이 하반기 가파르게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중화권과 북미 글로벌 고객사 확보 여부가 주가의 추가 상승 계기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달 추천주로는 비에이치파인테크닉스, KH바텍, 세경하이테크를 제시했다. 비에이치는 폴더블폰 및 이달 말 출시 예정인 애플 신제품 효과 등의 수혜가 동시에 기대된다는 평가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