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이 9일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될 만한 아이디어를 발굴하라고 지시한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구 실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직기강 관련 관계차관회의를 열고 박 차관 사례를 언급하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국민들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일이 없도록 신중히 처신하고 철저한 정치적 중립을 지켜달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박 차관의 대선 공약 발굴 논란과 관련해 “매우 부적절하다”고 언급한 이후 하루 만에 구 실장이 재차 경고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구 실장은 “공무원 신분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등의 행위에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각 부처에서는 감사관실을 중심으로 선거 분위기에 편승한 공무원의 선거 중립 위반, 공직기강 해이 행위에 대해 감찰 활동을 강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전날 한 언론에 따르면 박 차관은 지난달 31일 산업부 기획조정실 주관으로 열린 ‘미래 정책 아젠다 회의’에서 직원들에게 ‘대선 공약으로 괜찮은 아젠다를 내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 이 같은 지시가 알려지자 관가 안팎에선 박 차관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유지 의무를 저버리고 차기 정권에 줄을 대기 위해 일선 공무원을 동원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박 차관은 이에 대해 “정치권과는 무관하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 개발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