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뮌헨에서 친환경차만 달릴 수 있는 전용도로 ‘블루레인’을 전기버스가 달리고 있다. 도로 우측의 전용차로가 노란색 실선으로 표시돼 있다.  /뮌헨=김형규  기자
독일 뮌헨에서 친환경차만 달릴 수 있는 전용도로 ‘블루레인’을 전기버스가 달리고 있다. 도로 우측의 전용차로가 노란색 실선으로 표시돼 있다. /뮌헨=김형규 기자
9일 독일 뮌헨의 메세 동문 주차장. 수십 명의 사람이 버스에 올랐다. 목적지는 12㎞ 떨어진 시내 중심의 쾨니히광장. 세계 최대 모터쇼 ‘IAA 모빌리티 2021’ 관람객을 실어나르는 이 셔틀버스의 특징은 전기를 동력으로 한다는 점과 친환경자동차 전용도로를 오간다는 사실이다.

독일 최초의 전기차 전용차로

예정된 시간이 되자 버스가 움직였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생산한 전기버스는 내연기관 대신 배터리로 움직이는 덕에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었다. 이산화탄소(CO2) 배출량도 제로(0)다. 탑승객들은 “너무 조용해서 출발한 줄도 몰랐다” 등의 대화를 나눴다.

고속도로로 접어들자 세 개 차로 중 가장 우측 차로는 노란색 실선으로 구분됐다. 전기차, 수소전기차만 달릴 수 있는 친환경차 전용차로라는 의미다. IAA는 독일 최초의 친환경차 전용차로의 이름을 ‘블루레인’으로 정했다.

뮌헨은 독일에서도 교통체증이 가장 심한 곳으로 꼽히지만 블루레인은 시원하게 뚫렸다. 그 덕분에 시내까지 15분 만에 도착했다. 일반 차로로 이동했다면 30분 넘게 걸린다는 게 현지인들의 설명이다. 뮌헨은 IAA가 끝난 뒤에도 블루레인을 유지할 계획이다. 뮌헨 시민들이 친환경차를 적극적으로 구매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블루레인 종점엔 전기자전거, 전기스쿠터 등 공유 마이크로모빌리티가 대기하고 있었다. 종점은 지하철과 연결돼 다른 지역으로도 이동할 수 있었다. 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도시 곳곳을 쉽게 다닐 수 있는 ‘미래형 교통망’이 구축된 셈이다.

자율주행도 치고 나가는 뮌헨

뮌헨 전시장 주차장에선 자율주행 셔틀버스가 약 300m 길이의 굽은 도로를 오가며 방문객을 실어날랐다. 뮌헨은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자율주행 부문에서도 세계 선두 도시가 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독일 정부가 세계 최초로 완전자율주행 단계인 레벨4 자율주행차가 일반 도로를 달릴 수 있게 허용한 덕분이다. 인텔의 자율주행 부문 모빌아이는 IAA에서 내년 뮌헨에 50대의 자율주행 택시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뮌헨에선 내년부터 자율주행 셔틀, 자동 여객 운송, 물류센터 간 무인 운행까지 가능하다.

뮌헨 시민들의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음을 실감해서다. IAA를 주최한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의 힐데가드 뮐러 회장은 “이번 전시회는 기후친화적 차량과 디지털 연결을 눈앞에서 보여줬다”며 “뮌헨이 세계적인 미래 모빌리티 도시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뮌헨 누비는 현대차 수소버스

현대자동차도 뮌헨이 미래 모빌리티 도시로 바뀌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차의 수소전기버스 일렉시티가 블루레인 위를 달리고 있다. 버스 외부에는 ‘fuel cell(연료전지)’이라는 단어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수소연료전지 버스임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지난 6월부터 뮌헨에서 일렉시티를 시범 운영 중이다.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에 이어 유럽의 친환경 상용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한 번 충전하면 500㎞를 주행하는 일렉시티는 뮌헨 시민의 발이 되고 있었다. 현대차의 친환경 승용차도 이번 IAA에서 큰 인기몰이를 했다. 전시 기간 시승이 가능한 차세대 전기차 아이오닉 5와 수소전기차 넥쏘, 코나EV는 일찌감치 예약이 끝났다. 시승을 신청하는 부스에는 미처 예약하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방문객이 잇따랐다.

뮌헨=김일규/김형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